혈관 건강이 당신의 목숨을 좌우한다

입력 2010-04-08 11:11

노화된 혈관, 뇌졸중·심근경색 등 유발···노화정도, 나이에 비례하지 않아

[쿠키 건강] 노화된 혈관은 언제든 당신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혈관이 노화되면 뇌졸중·심근경색 등의 혈관질환을 유발하는데 일단 발병하면 대처도 어려울 뿐 아니라 순식간에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만큼 위협적이다.

혈관을 한 줄로 연결하면 약 12만㎞ 정도로 지구를 약 두 바퀴 반이나 휘감을 만큼 길며 무게는 우리 몸의 3% 정도다. 혈관은 도로망이나 수도관·하수도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막힌 혈관 어디냐에 따라 심·뇌혈관질환 구분

노화된 혈관의 특징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 특징은 혈관기능의 저하로 노화된 피부처럼 탄력성이 떨어지게 된다. 탄력성이 떨어지면 혈관의 경직도가 높아진다. 즉 혈관이 잘 늘어나거나 줄어들지 못하고 딱딱해져 맥압(최고 혈압과 최저 혈압의 차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혈관내피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혈액중 지방성분이 혈관벽에 침착돼 부스럼과 같은 동맥경화반이 형성되는 것이다. 일단 동맥경화반이 형성되면 혈관에 부분적인 염증이 생기고 혈관벽이 두꺼워지면서 혈관 내경은 좁아진다.

혈관의 내경이 좁아지는 과정이 서서히 일어날 수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핏덩어리가 형성돼 혈관이 막힐 수도 있다. 이때 막힌 혈관이 어디인가에 따라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혈관의 노화정도는 반드시 나이와 비례하지는 않는다. 건강한 생활을 해왔다면 70세 노인이라도 혈관 나이는 30∼40대일 수 있고 반대로 건강하지 않은 생활을 해왔다면 30대 청년이라도 혈관 나이는 60대일 수도 있다.

◇고혈압·당뇨병·흡연 등이 노화 주원인

혈관은 다른 장기와 마찬가지로 노력에 따라 젊게 관리할 수 있다. 혈관을 젊게 유지하려면 혈관노화를 촉진시키는 요인들을 알고 이를 피해야 한다. 혈관노화를 촉진시키는 주요요인으로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흡연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고혈압은 혈관벽에 과도한 압력부하를 주고 혈관을 경직시키는 주범이다. 혈압이 높으면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이 동반될 확률이 4~5배 증가된다. 하지만 고혈압을 적절히 치료하면 이런 혈관합병증을 50~70% 방지할 수 있어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당뇨병과 고지혈증 역시 혈관노화를 촉진시키는 주요인이다. 당뇨병은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혈관의 영양분을 공급하는 미세혈관기능에 장애를 일으켜 혈관 자체를 약하게 만든다. 고지혈증 역시 혈관내피세포가 조금이라도 손상될 경우 혈관 내벽에 지방이 붙어 혈관을 좁아지게 만든다.

담배는 잘 알려진 혈관노화의 주범이다. 담배를 피우면 직접적으로 산소부족상태가 되며 체내에 만성질환과 노화의 원인이 되는 유해활성산소를 많이 만들고 이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마저 파괴한다.

◇균형 잡힌 식사·운동으로 예방 가능해

그러면 혈관나이를 젊게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심혈관센터 심완주 교수는 먼저 올바른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균형 잡힌 식사를 하되 과일·채소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나친 육류 섭취를 삼가하며 생선을 먹도록 노력하면서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음식(마가린, 패스트푸드 등)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하지만 식단에서 모든 육류를 제거하고 야채만 먹는 것도 영양실조나 빈혈의 위험이 있어 좋지 않다”며 “쉽게 말하자면 밥과 국, 나물, 김치, 생선 또는 고기 약간으로 구성된 한식 식단이 건강한 음식”이라고 조언했다.

두 번째로 적절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혈관건강에 매우 중요하다. 심 교수는 “하루 30분 이상 주 4~5회 운동이 적절하며 운동을 하게 되면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조절에도 도움이 되고 몸무게도 조절된다”고 말한다.

◇흡연자, 금연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

흡연자는 무엇보다도 금연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고혈압과 당뇨·고지혈증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히 지속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혈관건강을 위해 어떤 약을 먹을 것인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아직 혈관노화를 예방한다고 확인된 건강식품은 없다. 물론 동맥경화의 위험이 높은 50세 이상 남자에서는 저용량 아스피린이 동맥경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나이가 들면 늙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하지만 그 나이에 예측되는 정도보다 더 많이 혈관 노화가 진행됐다면 이건 억울한 일이다. 이런 혈관의 노화를 촉진시키는 요인들을 알고 이를 피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