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주요병원을 가다] ③ 대구광역시 경북대학교병원

입력 2010-04-07 11:59

103년 역사 자랑하는 대구·경북권 최대의료기관···국내 정상급 수준으로 지역의료 선도

[쿠키 건강] 대구광역시는 전통적으로 의료와 관계가 깊은 도시다. 근대의학이 싹튼 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구시가 우리나라 의학의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역사회에 면면히 계승돼 온 한의학적 전통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구시에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근대의학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일찍부터 이 지역 사람들이 의학·의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고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신의학에 대한 저항감이 약했으며 뛰어난 인재들을 의학계통으로 진출시키려는 의식이 어느 정도 성숙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명맥을 잇는 정도지만 대구시에서 일찍이 약령시가 번창했던 것도 이러한 지역사회의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대구시는 이러한 전통을 기반으로 현재 첨단의료복합중심도시를 표방, 의료분야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다. 경북대병원은 그 중심에서 지역민을 위한 진료활동은 물론 지역 내 의료기관의 고른 발전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는 명실상부한 대구·경북 지역 최고의 의료기관이다.

경북대학교병원은 지난 1907년 대구동인의원으로 개원해 올해 103주년을 맞았다. 대구동인의원은 한일합방 직후 대구자혜의원으로 바뀌었고 다시 도립 대구병원으로 개칭됐다. 해방 이후 대구의과대학 부속병원을 거쳐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계승된 후 지금의 경북대학교병원으로 발전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1993년 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했으며 지난 100년의 역사를 발판으로 ‘인명지상(人命至上)’의 정신 아래 21세기 세계적 초일류병원을 목표로 진료환경개선사업(리모델링)과 칠곡병원·어린이병원 건립과 치과병원 신축이전, 최첨단 의료장비 도입을 통해 최적의 진료환경구축에 힘쓰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005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대구·경북지역암센터 및 노인보건의료센터로 지정받아 지역민을 위한 진료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보건복지부 지정 지역임상시험센터 및 의료기기임상시험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하루 평균 외래환자 수는 약 4000여명에 달하고 입원환자를 포함해 하루 평균 재원인원이 약 9백여명에 이르는 대구·경북지역의 거점의료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정상급 의료수준 자랑

경북대병원의 의료수준은 국내 정상급이다. 지난 2009년 수술실적만도 총 1만3204건이었으며 이 중 암환자가 3581건에 달할 만큼 높은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병원수준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국립대병원 SCI 등재논문 현황에서도 나타난다.

전국 지방 국립대 중 경북대병원은 SCI 등재논문 수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3위인 충남대병원·전남대병원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운 논문수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위암의 경우 외국에서도 수술 받으러 올 정도로 높은 의료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SCI 논문이란 국제학계에 발표 또는 등록된 논문을 말한다. SCI는 국제 공인학술지에 게재한 논문 등을 등록하고 있으며 과학기술계에서 기본적인 DB로 공인받고 있어 이 순위가 대학의 연구실적이나 국가의 연구개발수준에 대한 평가기준이 되기도 한다.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처음 실시한 병원별 38개 질병비용 공개 결과 위암수술비용은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진료비는 고려대학교병원 다음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궁경부암수술비용은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낮았고 간암수술 후 입원기간은 전국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조영래 병원장은 “축적된 기술에 따른 최상의 수술경과는 물론 합병증을 최소화함으로써 입원기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방의료기관 중 최초로 다빈치 로봇수술 도입

경북대병원은 지방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로봇수술장비인 다빈치시스템(Da Vinci Surgical System)을 도입했다.

경북대병원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다빈치로봇수술팀(외과·비뇨기과·산부인과·흉부외과)은 대장암 최규석 교수, 외과 유완식 교수, 흉부외과 조준용 교수, 비뇨기과 권태균 교수, 산부인과 이윤순 교수 및 6명의 다빈치 전문간호사와 전문마취과 담당교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2009년 수술 실적 300회를 돌파했는데 이는 지방의료기관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다.

경북대병원은 탁월한 역량으로 복강경수술의 메카로 자리잡았으며 특히 대장암 관련 복강경수술(외과 최규석 교수)은 1700여건 이상 성공,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술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또 심장수술팀(흉부외과 조준용 교수) 역시 복강경을 이용한 심장수술을 700례 이상 성공적으로 시행했고 비뇨기과 복강경수술(비뇨기과 권태균 교수)도 신장이나 부신·전립선 절제술을 1200여건 이상 실시한 바 있다.

◇모발이식분야 독보적 역량 갖춰

경북대병원은 모발이식분야에서 특히 독보적이다. 김정철 피부과 교수는 머리카락 모낭군을 하나씩 분리해 심는 모낭군이식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탈모치료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150여명의 국내 의사와 아르헨티나·이스라엘·그리스·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 30여명의 외국인 의사들이 경북대병원에서 연수를 받기도 했다.



경북대병원은 대학병원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모발이식센터를 설립했는데 이 센터는 지난 2007년 대구시 지원을 받아 모발이식 및 연구센터로 확장 개소했으며 대구시 특화의료센터사업으로서 지정되기도 했다.

모발이식수술과 모근복제술, 탈모방지와 발모치료제, 상처치료용 생인공피부 개발 등을 연구하고 있는 모발이식센터는 자체 개발한 KNU 식모기를 이용, 세계 최고의 생존율(92%)을 자랑하고 있으며 이 식모기는 세계 각국에 수출되고 있다.

향후 대구시는 모발이식센터의 동북아 허브 구축을 통한 해외환자 유치 활성화 및 모낭군이식술의 글로벌화, 모발연구센터의 중개연구를 통한 의료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새로운 도약의 중심 ‘칠곡병원’



경북대병원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칠곡병원 설립이다. 경북대병원은 현재의 공간과 시설로는 국립대병원으로서의 고유기능과 정부의 공공의료를 충실히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칠곡병원을 올해 개원할 예정이다. 증가하는 암과 만성노인성질환을 위한 전문치료병원 건립이 요구되고 의학전문대학원 개편에 따른 증가하는 교육․연구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총 500여 병상 규모의 경북대학교 칠곡병원은 지난 2007년 3월 착공, 지하3층·지상9층 규모로 현재 건립 중이며 국가 암 관리체계 확립을 위한 광역단위의 대구․경북지역암센터 건립과 노인질환의 예방‧치료‧재활 등 포괄적 노인보건의료관리를 위해 노인보건의료센터를 건립, 최상의 암치료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구·경북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 지정

경북대병원은 현재 내과를 비롯한 40개의 임상과와 암센터 및 20개의 특수진료클리닉을 개설하고 있으며 230여명의 교수와 50여명의 전임의사, 400여명의 전공의 및 연구·행정·간호직 등 1100여명의 임직원들이 근무 중이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008년 보건복지가족부 및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로 지정받아 급성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치료·재활·예방을 담당할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심뇌재활센터, 예방관리센터로 구성된 대구․경북권역 심뇌혈관질환센터를 지난 2009년 개소했다.

◇국내 종합병원 중 최초로 병리과 CAP 인증

경북대학교병원은 지난 2005년 12월부터 미국 CAP(College of American Pathologists) 전문심사원들의 현지실사평가를 통해 국내 종합병원 중 처음으로 병리과 전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최우수 검사실로 인정받은 바 있으며 대한병리학회의 국가조기암검진기관 병리부문 질 평가를 인증 받는 등 국제화·표준화에도 힘쓰고 있다.

CAP 인증평가는 미국에서 병원검사실 전반의 정도관리, 진단 및 운영을 실사하면서 검사의 신속·정확성을 관리하기 위해 1960년대 후반부터 美 CAP에서 시행하고 있는 평가제도로 미국 정부에서 가장 신뢰하는 평가제도다.

병리과는 수작업이 많아 정도관리와 전산화 업무가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경북대병원은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환경을 개선해 지난 2005년 인증을 획득, 표준화된 검사실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경북대학교병원 조영래 병원장 미니인터뷰



“공공의료 수행·지역의료 선도, 두 마리 토끼 잡을 것”

조영래 경북대병원장은 100년이 넘는 전통과 좋은 의료진에 대한 긍지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 병원 교수진의 SCI 논문 등재건수가 전국 지방국립대 중 단연 1위”라며 “이는 서울대학교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조 원장은 이어 어느 병원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경북대병원의 인프라는 잘 구축돼 있지만 단지 의료서비스 측면에서 아직 글로벌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도 솔직히 밝혔다. 그는 “아직도 의료진을 포함한 병원 관계자들이 환자를 진정으로 대하는 마음자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라며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경북대병원이 지향하는 목표로 ‘공공의료 수행’과 ‘지역의료 선도’를 들었다. 그는 “경북대병원이 진료와 의료산업의 중심에 위치하기 위해 보다 노력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지역 전체 의료발전을 위한 중심축으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병원이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돼 지역의료를 독점하려는 것이 아니라 타 대학병원이 잘하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의료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이다. 단순히 진료를 잘하는 병원을 넘어 국립병원으로서 지역 의료발전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조 원장은 “현재 제2병원인 칠곡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다”며 “칠곡병원은 경북대병원이 새로운 도약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 620병상 규모의 칠곡병원이 완공되면 경북대병원은 본원을 포함, 무려 1600여병상의 초대형병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난해 9월 최종허가를 받아 현재 추진 중인 700병상 규모의 제3병원까지 포함하면 명실 공히 서울을 제외한 지역병원 중 최대 규모가 된다.

조 원장에게 환자와 지역주민을 위한 평소의 건강관리법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아직 암의 근본적인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예방과 관리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평소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합니다. 조기검진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이 없을 만큼 열심히 사세요.(웃음)”

내내 온화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한 조 원장은 경북대병원의 미래를 말할 때는 확신에 찬 열정으로, 현실을 말할 때는 냉정하게 부족한 점을 반성하면서도 병원에 대한 자부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쳇말로 어느 병원과 비교해도 ‘꿇릴 것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