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칼럼] 좋은 의사 고르기

입력 2010-04-06 09:54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사람들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런데 막상 어떤 병원에 가야할 지, 어떤 의사에게 가야할 지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이왕이면 좋은 병원, 좋은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같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명의가 너무 많다. 전문 분야도 너무 세분화돼 있어 막상 어떤 진료과에 가야하는 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필자가 지인으로부터 받는 질문도 이와 다르지 않다.

먼저 가깝고 믿을 수 있는 의사가 있다면 도움이 된다. 밖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동종업계 내의 평판이라는 것이 있다. 한 업종(의료계)에 오래 있다 보면 그 분야 전문가(의사)들의 평판에 대해 많이 알게 된다.

그런데 명의라는 소문과 의료계 내의 평판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소문난 명의는 환자가 많아 제때 진료받기가 어렵고 힘들게 만나도 긴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술이나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명의가 하지 않는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런 경우를 흔히 ‘양방을 뛴다’고 부른다. 수술실 두 군데 또는 세 군데를 동시에 열고 이 방 저 방 다니면서 수술을 한다는 뜻이다. 물론 수술은 명의 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사가 함께 참여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알고 나면 기분이 좀 그렇다.

사실 좋은 의사란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내가 만나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의사다.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 선뜻 다른 좋은 의사가 운영하는 병원을 소개해 준다면 그 분은 틀림없이 좋은 의사다.

기계가 첨단화되면서 병원 간 의료수준의 차이가 많이 줄어들었다. 우리 병원에 없는 기계도 다른 병원의 기계를 이용해 진단할 수 있으니 첨단기계가 많다고 꼭 좋은 병원은 아니다.

오히려 쓸데없이 비싼 기계가 많으면 의료비만 비싸진다. 의료가 세분화되면서 의사도 자기 전공분야가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검사를 많이 하고 모든 병을 다 치료하겠다고 하는 의사를 좋은 의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의사도 단골이 필요하다. 나를 잘 알고 또 내가 잘 아는 의사, 그 분이야말로 좋은 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