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단국의대 가정의학과 금연클리닉 정유석 교수
[쿠키 건강칼럼] 어제와 별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오늘이지만, 그래도 봄을 맞이하는 마음은 늘 새로운 소망과 기대로 설렌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리라. 하지만 새로운 날의 굳은 결심도 잠시…. 이맘때쯤이면 어느새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실망하곤 한다.
금연에 효과적이라는 비법들이 수도 없이 많고 연초마다 많은 흡연자들이 금연을 결심하긴 하지만 실제로 완전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은 불과 5%도 안 된다. 이렇게 완전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은 보통 심각하게 금연을 시도한지 4~5번 째 만에야 성공한다는 통계도 있다.
금연클리닉에서 다양한 흡연자들과 상담해 보면, 금연에 이르는 길이 개개인마다 천차만별임을 느끼게 된다. 수십 년 간 담배를 피웠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계기로 인해 쉽게 금연에 성공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담배를 배운지 일년도 채 안 되는 대학교 신입생이 금단증상 때문에 수 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담배 앞에 무릎을 꿇기도 한다.
밀밭 근처에만 가도 취할 만큼 술 한잔에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술을 마셔도 끄떡없는 두주불사형도 있다. 마찬가지로 흡연에 대한 중독성도 개인차가 있는 것이다.
◇유행하는 금연법의 허와 실
시중에 금연에 효험이 있다는 수많은 보조제들이 금연을 고민하는 흡연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정작 효과적인 무기는 그리 많지 않다. 어떤 보조제의 효과에 대해서 평가하려면, 그 효과가 과연 약리작용에 의한 것인지 단순한 위약효과(placebo effect)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위약효과란 별다른 약리작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증상의 완화와 치료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한 동안 체내에서 니코틴을 배설해 준다는 제품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제품들은 이론적으로는 금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니코틴은 체내에서 자연 대사되어 배출되는 반감기가 매우 짧은 물질이라서 이런 제품의 도움이 없어도 금연 후 며칠이면 자연스럽게 배출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니코틴의 빠른 소실이 금단현상을 일으켜 금연 결심을 어렵게 만든다.
요즘 금연제품의 화두는 단연 전자담배이다. 전자담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배터리로 작동하는 담배모양의 막대기를 통해 흡입하는 분무액이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니코틴이 들어 있는 전자담배는 현재 담배제품으로 규정되돼 있고, 니코틴이 없는 제품은 금연보조제로 판매 중이다.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많으나 현재는 금연을 위한 제품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형태의 니코틴 중독 유발제품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인 것 같다.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전자담배 류의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된 바가 없기 때문에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니코틴 겔 등 유사 니코틴 대체제도 판매되고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니코틴 패치 등과 마찬가지의 금연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으나 피부를 통한 흡수량 등이 일정치 않을 수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우선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그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금연보조제는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니코틴 스프레이 등의 니코틴 보충용 제제와 부프로피온, 바레니클린같은 먹는 금연 약이 있다.
금연침에 대해서는 연구자들마다 다른 견해를 발표하고 있어서 다소 혼란스럽지만, 가장 권위 있는 의학연구정보 기구인 코크란(Cochrane database)의 최근 발표는 약간의 위약효과만 있을 뿐, 장기 성공률에 있어서는 별 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 가지 주목할 내용은 궐련형 금연보조제인 금연초의 금연 효과이다. 금연초 역시 별다른 약리작용은 없는 공갈 담배에 불과하지만, 매우 강력한 위약효과를 통해 금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상대적으로 흡연자들이 많고 술자리나 모임에서도 함께 담배를 피우는 일이 많은 국내 흡연자들에게 금연초는 순간의 유혹을 떨쳐 버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일부 언론과 학계에서 약리작용의 부재를 이유로 금연초와 같은 제품의 효과를 비하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힘든 국내 금연운동에 있어서 단순한 위약효과라도 담배 끊는데 도움이 된다면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은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이제 이런 식의 논쟁은 별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2007년 하반기에 새롭게 등장한 금연치료제 때문이다.
니코틴 패치 등 기존의 금연보조제들의 성공률이 불과 20% 정도에 불과했었던 데 비하여 신약(바레니클린)은 국내 임상시험에서 46.8%의 놀라운 장기 성공률을 보였다. 이제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는 약을 복용하는 것 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더 이상 흡연을 계속해야 하는 구구한 이유를 찾으려 헛힘 쓰지 말고 올해는 담배, 확실히 한번 끊어보자. 하루 한 갑 피우는 담배는 매년 91만2500원(=2500원x365일)을 공중에 날려버린다. 금연을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는 그 순간부터 매년 100만원이상의 보너스와 건강한 노후를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되는 셈이다.
[칼럼] 유행하는 금연 방법의 허와 실
입력 2010-03-31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