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올봄, 학교간 아이가 우울증 걸렸다면?

입력 2010-03-30 10:17

<글·현경철 (제주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올봄 날씨는 참 희한하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봄날이 이어져야 할 텐데, 영하를 넘나드는 추위에 눈까지 내려 봄을 만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료실에 있다 보면 새학기를 맞아 활달하게 생활해야 할 아이들의 마음에도 때 아닌 겨울이 온 것을 볼 때가 있다. 얼마 전 내원한 초등학교 1학년 아이는 선생님이 뭐라고 이야기만 하거나 친구들이 조금만 건드려도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슬퍼한단다. 짜증이 늘고 간혹 동생에게 난폭한 행동까지 한다며 엄마는 하소연한다.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시기, 스트레스 커져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아이가 우울해하면 ‘어린 것이 무슨 걱정이 있느냐’고 면박을 주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아이 입장에서 보면 상황은 많이 다르다. 부모의 품에서 보호를 받으며 곱게 자라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갑자기 ‘이제 다 컸다’는 말을 듣고 어른스러운 행동을 요구받기 때문이다. 남이 보살펴주지 않아도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시기인지라 아이들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예민해지고 상처받기 쉽다. 심한 경우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이 지나치게 오래 지속돼 생활에 지장을 받는데, 이것을 소아 우울증이라 한다.

◇음양의 조화를 통해 정서적 안정 이룰 수 있어

다만 아이들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거나 산만하고 불안해하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 소아우울증인지, 분리불안인지, 적응장애인지 뚜렷이 구분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진단뿐 아니라 치료할 때에도 무엇을 위주로 해야 할지 고민이 될 수 있는데, 이런 때에는 ‘아이’라는 특징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은 성장 발달이 크게 일어나는 시기라 활발하게 움직이는 양기(陽氣)가 충만하다. 따라서 감정조절이 잘 안되고 충동적이며 과격하고 산만한 행동 등 양의 증상들이 많이 나타난다. 반대로 기분이 처지고 우울하다면 음기(陰氣)가 넘치는 경우에 속한다. 이렇듯 기운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조화가 깨지면서 정서적인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므로, 치료할 때에도 아이의 증상에 따라 음양의 균형을 잡아주는 방법들을 활용해야 한다.

◇건강한 몸을 만들면 바른 정신 깃든다

한의학에서는 근본적으로 몸과 마음은 하나여서 어떠한 정신적인 문제도 건강한 몸을 만들면 치료할 수 있다는 심신일원(心身一元)의 입장에서 질병을 다룬다. 외부의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면 이겨낼 수 있다. 즉 정기(正氣)가 사기(邪氣)를 무찌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스트레스 관련 질환의 경우에는 이러한 관점이 더욱 도움이 된다.

즉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잘 견뎌낼 수 있는 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인데, 아이들의 경우엔 아침에 기분 좋게 스스로 눈을 뜰 정도로 정기가 충만한 몸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 목표다. 면역력과 체력을 만들면서 스스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처방과 이완호흡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통제하는 연습을 시켜준다. 그리고 각각의 증상에 따라 정체된 기혈순환을 소통시켜주는 처방이나 간혹 나타나는 산만함이나 분노, 흥분 등을 가라앉혀주는 처방을 겸해서 치료한다.

◇사랑과 칭찬을 쏟아 정서적 여유 가지도록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일찍 자는 습관을 키워주는 것이 건강한 몸을 만드는 데 중요하다. 정서적으로 유연한 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칭찬만한 것이 없다. 감정적인 면을 살피면서 따스한 언어로 대화하고 사랑 가득한 포옹을 하루에 한번이라도 제대로 해주자.
이 시기는 자기 주관이 생기지만 아직 어른의 눈치를 보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는 때이므로 아이의 하루 일정, 가정 내 규율 등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 조정이 필요한 부분은 조정하는 것이 좋다. 지적하거나 혼내지 말고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면 아이는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한결 가뿐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