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통증과 함께 소화 불량·수면 장애 증상 있다면 우울증도 의심을”

입력 2010-03-26 08:05

우울·조울병학회 박원명 이사장(카톨릭대 여의도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쿠키 건강] “우울증은 마음은 물론이고 몸의 병이기도 하며 우울증 환자가 조속한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교육이 필요하다.”

이처럼 대한 우울·조울병학회 박원명 이사장은 우울증 환자의 조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시스템과 교육의 필요성을 매년 계속해서 강조해 오고 있다.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교육을 위해 대한 우울·조울병학회는 지난 22일부터 오는 4월 초까지 총 120여 개 병원에서 ‘우울증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전문가들의 강의는 물론, 사례를 담은 비디오, 포스터, 우울증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담은 소책자를 배포하고 참여자 중 원하는 사람은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도 있도록 배려했다. 아울러 5월부터는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의미있는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우울증 정보가 참석자들에게 전달되지만 직접 강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우울증 환자 또는 혹시 나 또는 내가족이 우울증이 아닐까?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박원명 이사장을 통해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정확한 치료법에 대해 들어 봤다.

Q. 우울증의 주요 증상은?

A. 우울증 하면 단순하게 하나의 질병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산후우울증, 신체 질병이나 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기질성 우울증, 스트레스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적응성 장애 등 다양한 증상이 있습니다.

흔하게 생각하는 우울증은 주요 우울장애(Major Dpressive Disorder)라고 하는데 의욕이나 흥미, 즐거움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두통, 근육통, 식욕변화, 체중변화, 소화불량 등의 신체증상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잠을 너무 자거나 아니면 잠을 이루기 힘들거나 하는 변화가 생기고 집중력 감퇴, 기억력 저하, 한참 동안 멍하니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울증은 재발하기 쉽고 만성화되기 쉽습니다. 자살의 가장 큰 원인도 우울증입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에서 주요우울증 환자 3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응답자 중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40%에 육박하며 8%정도가 실제 자살을 시도해 보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므로 6개월 이상 꾸준히 치료해야 하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Q.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A. 2006년 전국 정신질환실태 역학연구 결과를 보면 평생 주요 우울증에 걸리는 확률이 여성에서 남성보다 두 배 이상으로 나와있습니다. 이렇듯 여성에서 주요우울증이 더 빈번한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여성과 남성 간의 생물학적 차이, 그 중에서도 성호르몬의 차이로 인해 여성이 우울증에 보다 더 쉽게 걸리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특히 40~50대의 중년여성의 경우, 폐경기에 가까워지면서, 한밤 중에 식은 땀이 나고, 느닷없이 얼굴이 화끈거리고 붉어지는 등의 갱년기 증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이 때 우울하고 불안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는 등의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심하면 본격적인 중년기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원인 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적인 원인도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과도한 책임이 부과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털어놓기 보다는 참고 견디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많아 이런 억압된 감정들이 우울증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Q. 우울증 환자 중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가 최근 발표된 걸로 알고 있다. 얼마나 되는지?

A. 최근 주요 우울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393명을 대상으로 대한우울∙조울병학회가 역학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 중 신체증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90%가 가슴이나 목, 어깨에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체 응답자 중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275(7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목이나 어깨 통증이 262(67.8%)명, 근육통 188(48.9%)명, 가슴 통증180명(46.9%), 요통177명(46.1%) 순으로 흔하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우울증이 심하다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신체 통증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서 우울증과 신체 통증 간의 긴밀한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Q. 일반 우울증 환자들보다 통증을 동반한 우울증 환자들이 갖는 문제점은?

A.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증에서 정서적인 증상 뿐만 아니라 신체 통증과 같은 신체적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통증이 있는 경우, 이것이 우울증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다른 신체 질환이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정신과가 아닌 다른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느라고 많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조기에 우울증으로 제대로 진단을 받지 못해, 꼭 필요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한 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통증은 우울증을 더욱 깊게 만들고, 이는 더욱 심각한 통증 및 다른 신체 증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죠. 진통제, 위장약 등으로 순간의 통증을 이겨내고자 하기 때문에 약물 오남용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미국 정신의학재단에서는 국립 통증재단과 함께 통증과 우울증 사이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신문, 잡지 뿐만 아니라 옥외 광고탑, 버스 정류장을 활용한 광고를 통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우울증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Q. 우울증에 신체 통증이 동반되는 까닭은?

A. 우리 뇌에는 신경전달물질이라고 하는 생화학 물질이 있어, 인간의 감정, 생각, 신체적 감각과 움직임 등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처리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감당합니다.

대표적으로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도파민과 같은 물질들이 있지요. 이 중에 노르에피네프린과 세로토닌은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들 물질이 통증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데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우울증이 걸리게 되면 신체 통증이 흔히 잘 동반될 뿐만 아니라, 같은 통증이라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Q. 통증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경우 일반 우울증과 치료 방식의 차이가 있다면? 통증을 동반한 우울증에 있어 기분증상과 통증을 함께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A. 우울증은, 사람의 뇌 속에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물질의 분비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앞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따라서 우울증 치료제들은 이들 물질들의 분비나 대사를 조정하여 결핍된 물질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SSRI의 경우, 신경세포 말단에서 세로토닌이 재흡수되는 것을 차단하여 뇌 속의 세로토닌 양을 증가시켜 우울증의 개선을 가져옵니다. 이 때 우울증이 호전되면서 신체 통증이 함께 호전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우울증이 호점됨에도 통증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울증에 동반된 통증 치료에 보다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새로운 약물들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SNRI계열의 약물이 그 예입니다. 이들은 세로토닌 및 노르에피네프린에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통증 치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에서 기분 증상 뿐만 아니라, 통증과 같은 신체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우울증 치료와 함께 통증 치료가 적절히 이루어진 환자들에서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우울증의 개선 효과가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통증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고 남아 있을 경우,우울증이 재발할 확률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통증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경우는, 통증에 더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항우울제를 선택하거나, 항우울 치료제와 함께 통증 조절에 필요한 부가적인 약제를 병행하여 치료하기도 합니다.

Q. 일반적인 통증과 우울증에 기인한 통증을 구별하는 방법은?

A. 내과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이 지속되거나 통증으로 찾은 타 진료과에서 검진 결과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을 때는 정신과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통증과 함께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수면 장애 등의 신체증상이 있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우울증 바로알기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우울증은 마음은 물론이고 몸의 병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 인식이 많지 않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우울증 환자가 조속한 시간 내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병을 키우고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우울조울병학회는 우울증의 원인과 증상, 정확한 치료법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한국 릴리와 공동으로 ‘우울증 바로알기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현재 총 120여 개 병원에서 환자들의 신청을 받아 우울증에 관한 전문가들의 강의는 물론, 사례를 담은 비디오, 포스터, 우울증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담은 소책자를 배포하고 원하는 사람에게는 전문적인 상담도 제공합니다. 5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해 실시할 예정입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