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입 냄새, 왕따의 지름길

입력 2010-03-24 14:54

가벼운 운동과 생활습관 개선으로 호전 가능… 증세 심할 땐 전문의 찾아야

[쿠키 건강] #중견기업에서 영업을 맡고 있는 김기선(37·가명)씨는 올 봄도 혼자다. 겉으로 보면 번듯한 직장에 탄탄한 연봉, 그리고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영업팀 하나를 맡게 될 정도로 뭣하나 아쉬울 것이 없는 재원이다. 그런데 김씨는 소개 자리만 나가면 언제나 ‘퇴짜’다. 김씨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바로 심한 입 냄새. 영업할 때 많이 지적을 받아 신경을 쓰지만, 정작 중요한 자리(?)에서는 긴장을 놔서 그런지 상대방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기 일쑤다.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30~40%가 입 냄새로 대인관계가 곤란했던 적이 있었다는 통계가 있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하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청결 전문 클리닉 해우소 한의원 김준명 원장은 “입 냄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은 대인관계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가벼운 증상으로 치부하다 더 큰 정신적 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입 냄새 시작은 어떻게?

입 냄새의 원인은 매우 많다. 그 중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구강청결. 입은 호흡과 음식물 분해 등 호흡과 소화를 동시에 하는 인체 기관이다. 입 속은 일정한 온도와 습기가 있기 때문에 세균의 증식에는 최적의 장소. 때문에 입안을 청결히 하지 않으면 음식물 섭취 후 남은 찌꺼기와 호흡 등으로 들어온 세균이 머물면서 부패가 시작된다. 이럴 때 풍기는 고약한 입 냄새는 양치질과 스케일링 등 간단한 치료로 금방 해결된다.

하지만 입 냄새가 인체 장기에서 비롯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반인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입 냄새는 몸 속 깊은 장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음식물을 섭취하면 소화, 흡수, 배설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몸 속 장기에 이상이 생겨 노폐물이 ‘배설’을 통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그대로 축척이 될 때가 있다. 이때 노폐물들의 부패가 이뤄지면서 유독가스가 발생한다. 이 가스는 혈액으로 스며들거나 그대로 역류해 고약한 향기를 입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전문의들은 입 냄새가 심한 것은 단순한 ‘입 속 문제’가 아니라 인체 장기의 건강이 나타나는 척도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배설 작용이 제대로 안된다는 것과 더불어 배설이 원활히 되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장기의 건강이 그만큼 손상돼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평소 구강 청결을 열심히 챙겨도 자극적인 입 냄새를 풍기는 것이 6달 이상 지속됐다면 스스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입 냄새 안녕’은 어떻게?

김 원장은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입 냄새는 인체 장기의 건강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달라 질 수 있다”며 “몸 장기의 건강과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치료와 더불어 스스로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입 냄새에서 탈출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식단을 바꾸는 것이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은 입 냄새를 키우는 1등 공신이다. 육식은 장에 무리를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신선한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채소는 소화기관에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풍부한 섬유질은 배설을 도와준다. 고단백 식품 중 치즈와 유제품들은 입 속의 박테리아를 증식시키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금연과 금주는 필수다.

운동과 함께 생활 습관을 바꿨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입 냄새가 지속된다면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단순한 입 냄새가 아니라 장기의 건강이 악화됐거나 기능이 저하된 것이므로 장기의 건강을 다시 되찾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