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순훈 약사(소설가)
[쿠키 건강칼럼] 물 ‧ 안개 ‧ 수증기 ‧ 눈 ‧ 얼음 ‧ 우박 ‧ 빙산······. 주어진 환경에 따라 능동적으로 도섭부릴 줄 아는 그 탁월한 생존력, 하늘이든 구름이든 건물이든 나무든 그 무엇이라도 품어 안을 수 있는 그 포근함.
세모면 세모, 네모면 네모, 별 모양이면 별······. 놓여진 위치에 따라 오차 없이 순응해가는 그 순한 친화성, 하여 ‘천의 얼굴’이라고도 일컬어지는 물! 이 어여쁜 새봄에 바로 물이 이렇게 말을 걸어온다.
“애면글면(몹시 힘에 겨운 일을 이루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양)하지 마시라. 내가 곧 그대의 수호천사이거늘.”
△△콜라, □□쥬스, ○○기능성음료······. 어느 모로 보나 나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목청 높이는 저들. 한 시절의 꽃이나 속절없이 이지러져 갈, 혹은 명성은 얻었으되 그 첨가물의 안전성 확보나 장복(長服)으로 초래될 소화기계며 치과 영역의 위해 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이리 발칙하게 말하는 나의 실체가 궁금하거든 지금 곧 체중계 위로 올라보시라. 그 눈금의 60~70%가 나의 실존이요, 이 비율차는 체지방 비율이 서로 다른 데서 생겨난 것이다.
허나 그 수치 역시 유동적이라 숨을 쉬고 있는 한 그 중 약 4%는 매일 체외로 배설되고 마니 절반은 그대의 호흡과 피부로, 나머지 절반은 소변과 대변으로 배설되고 있음에 주목하라.
혹여 그대 이 대목에서 체중감량 이후의 환상적인 S라인을 헤아리며 눈 깜빡이고 있다면 그보다 먼저 출몰할 그대의 피부며 몸 속 장기들의 맹렬한 반란에 각성하라.
갈증과 피부건조증 ‧ 변비 ‧ 점막세포의 파괴 ‧ 근육경련 ‧ 탈수로 인한 정신혼미······. 하여 살아있다는 이유로 매일 약 4% 정도의 양을 빼앗겨야 한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적어도 그대는 1.5리터 이상의 나 혹은 나의 일족(一族)을 날마다 공급해주는 것이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 하겠다.
이는 그대 몸 속 11만2000Km에 달하는 혈관 속 혈액과 조직액의 순환을 원활히 하기 위함이 그 첫 번째 이유요, 체내에 공급된 영양소를 흡수 운반해 필요한 세포에 공급해주기 위함이 그 두 번째다.
또 체내의 열을 발산시켜 36.5도의 체온을 유지시키기 위함이 그 세 번째요, 불필요한 노폐물을 남김없이 배설해내기 위함이 그 네 번째요, 면역력을 키워주고 자연치유능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약알칼리체질을 유지시키기 위함이 그 다섯 번째다.
나아가 그대 몸 속 206개의 뼈들을 결합하는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 대장암 ‧ 전립선암 ‧ 유방암 등 발암물질이나 요로결석 유발물질 등의 유해성분을 희석시켜 질병으로의 이환율을 감소시키는 생물학적 역할도 수행 중이다.
이러한 중요성을 인정받아 나의 위치 역시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무기질과 함께 당당히 6대 영양소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음을 아는가.
UN이 정해준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그 존재적 권위로 이르노니 그대는 매일 1.5리터 이상의 나 혹은 나의 일족(一族)을 진상하도록 하라. 다만 직립보행을 한다는 특성상 그대의 등뼈와 장이 유난히 쳐져 있는 구조임을 이해해 한꺼번에 다량의 무성의한 공급은 그대의 장을 더 처지게 할 수 있음을 숙지해야 할 것이다.
또 그대의 위와 소장을 지난 후 문정맥을 통해 간으로 들어가도록 설정된 나의 행로를 좇아 그대의 위 ‧ 장 ‧ 간에 부담을 줄 수 있음에도 유념하라.
고로 그대는 현재의 그대를 그대답게 하는 나, 그대 안의 생기를 이후로도 지켜갈 수호천사 같은 나의 존재감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며 그 예우로 하루라는 시간을 느긋하게 다스리며 정갈한 마음으로 1.5리터 이상의 분량을 조금씩 나눠 진상해야 할 것이라.
무릇 운동이나 목욕 후, 다이어트 중이거나 임신 ‧ 수유중인 상황 하에서는 일회 용량은 최소한 반 컵(0.1리터) 이상, 일일 총량은 최소한 2리터 이상의 분량으로 유지해줄 것 역시 간곡하게 권고하는 바이다.
‘물’이 말한다 “내가 곧 그대의 수호천사라···”
입력 2010-03-22 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