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원인 모르는 ‘특발성’…치료시기 놓치면 불필요한 수술할 수도
[쿠키 건강] #지난해 수능을 마친 김경욱(가명) 군의 어머니는 우연히 아들의 허리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앉아 있을 때 어깨 높이가 좀 달라 보여 단순히 자세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자세를 바로 하라고 야단만 쳤는데 자세히 보니 한 쪽 등이 튀어 나오고 옆구리 모양이 비대칭으로 허리가 휘어 있었던 것.
김 군과 같은 경우를 바로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허리가 ‘S’자형이나 ‘C’자형으로 휘어 똑바로 서 있을 때 골반이나 어깨의 높이가 서로 다른 경우인데 이는 몸의 가운데 위치한 등뼈, 즉 척추가 휘어져 있기 때문이다.
위로는 머리를 받치고 아래로는 골반을 지지대로 두고 있는 척추는 신체를 지지하고 평형을 유지하며 척추관 내에 있는 척수신경을 보호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여러 개의 뼈가 강한 근육으로 지지하고 있는 척추는 평소에는 강한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일단 휘어지기지 시작한 척추는 자세를 이상하게 만들어 겉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신체 불균형을 초래해 쉽게 피곤해지고 각도가 심한 경우 심폐 기능을 약화시켜 수명이 단축되기도 한다.
이처럼 척추측만증이 생기면 대다수 부모들은 평소 자세를 탓한다.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똑바로 앉지 않는다거나 무거운 가방을 한 쪽에 메고 다닌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비구조성 척추측만증은 원인을 제거하면 호전된다. 불량한 자세가 원인인 자세성 척추측만증은 바른 자세와 운동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척추측만증은 일반에 알려진 것처럼 꼭 자세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밀검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부산고려병원 박원욱 원장은 “척추측만증은 대개 자세가 나쁘거나 가방을 한 쪽으로만 들고 다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척추 자체의 문제로 생기는 구조적 척추측만증은 원인이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원인이 알려지지 않는 척추측만증을 ‘특발성 척추측만증’이라고 하는데 구조적 척추측만증의 대부분(80~85%)을 차지한다.
박 원장은 “외부요인에 의한 비구조성 척추측만증의 원인도 자세 이상에서 오는 자세성 외에 다리 길이가 달라 발생할 수도 있고 사타구니관절인 고관절이 굳어 생길 수도 있으며 허리디스크(추간판 질환)나 척추 종양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자세가 잘못됐다고 생각해서는 자칫 근본적인 원인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의원에서는 비구조성 측만증인데도 물리치료 혹은 척추교정을 권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고 지적한다.
박 원장은 “한창 성장하고 있는 중고생 시기에 척추측만증은 적절한 관리와 치료로 합병증 없이 악화를 방지하거나 교정이 가능할 수 있지만 치료시기를 놓치면 수술하지 않아도 될 청소년이 큰 수술을 받아야 하는 수도 있다”며 “전문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척추측만증, 자세만 고치면 된다고? NO
입력 2010-03-18 1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