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혈액투석이라는 것이 있다. 피를 거른다는 뜻이다. 만성신부전으로 콩팥이 망가지면 더 이상 노폐물을 걸러낼 수 없게 된다. 몸 밖으로 나가야 할 노폐물이 쌓이면서 생기는 증상을 요독증(尿毒症)이라고 한다.
요독증의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일단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입맛이 떨어지면서 쉽게 피곤을 느낀다. 더 진행되면 혈압도 올라가고 빈혈도 생긴다. 심장기능도 약해져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심하면 밤에 잠자기가 어렵다.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요독이 몸에 쌓이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머리털의 윤기가 없어지며 얼굴색이 누렇게 변한다. 누가 봐도 병색이 완연한 것이다. 이쯤 되면 기계가 노폐물을 제거하는 혈액투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혈액투석의 경우 한 번 하는데 5시간 이상 걸리며 일주일에 3~4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만성신부전의 가장 큰 원인은 당뇨와 고혈압이다. 당뇨와 고혈압은 가족력이 중요하다. 부모 중 당뇨나 고혈압환자가 있으면 자손들이 당뇨나 고혈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젊을 때는 괜찮지만 40대가 지나면 조금씩 조짐이 보인다. 열심히 운동하고 식사조절하면서 약을 복용하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일에 치어 운동은커녕 쉴 틈도 없는 40·50대에게 무리한 처방인 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모 전 대통령이 만성신부전으로 혈액투석을 했다. 대통령 재임 중에 투석한 것이 아니라 퇴임 후 시작했지만 재임 말기에는 요독증으로 크게 고생했다.
그런 경우가 북한에도 있는 모양이다. 김일성은 당뇨와 고혈압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김일성의 사인도 당뇨와 고혈압의 합병증인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 그 아들인 김정일은 당뇨와 고혈압의 가족력이 있는데다 열심히 운동하거나 식사를 제한하지 못한 것 같다. 오히려 기름진 음식을 먹고 차만 타고 다녔을 테니 만성신부전의 진행은 불 보듯 훤하다.
그의 뇌졸중과 심근경색도 당뇨와 고혈압의 합병증이다. 최근 사진에 보이는 김정일의 사진은 내가 그동안 보아온 만성신부전환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팔을 내놓지 않는 긴 소매는 동정맥 연결 부분을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혈관연결은 혈액투석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혈액투석환자의 생존율은 길지 않다. 더군다나 당뇨합병증으로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병력까지 있다면 더욱 짧다. 그의 중국행이 신장이식을 위해서라는 얘기가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김형규 칼럼] 김정일의 중국행, 무엇 때문일까
입력 2010-03-16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