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한약으로도 치료된다고?

입력 2010-03-12 11:36
가슴 두근거림 다스리는 것이 치료 핵심

[쿠키 건강] 정신분열증을 한약으로 치료한 사례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법의학’(2500년 전 한의학 고대문헌인 ‘상한론’의 저자 장중경이 시초로 맥을 짚는 일반 한의학과 달리 배를 촉진(복진)해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활용)의 대가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은 최근 복치의학회지 2009 창간호에 ‘정신분열증 환자 2례에 대한 임상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급성정신분열증 환자는 10대 후반 S군이었으며 발병 후 한 달이 지나 내원했으며 치료기간은 3개월이었다.

S군은 엄마의 유별난 학업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심한 압박감에 시달린 나머지 중얼거림,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수면장애 등 복합적 증상에 노출돼 있었다. 더구나 엄마가 흉선암에 걸려 수술을 받아야한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까지 받은 상태였다.

고법의학에서는 정신분열증을 번경(煩驚)·경광(驚狂)·경조(驚譟)·화역(火逆) 등의 증에 해당되는 것으로 여겨 촉칠(蜀漆 - 상산의 싹), 모려(牡蠣 - 굴껍데기), 용골(龍骨)등이 쓰이는데 K군에게는 모려 10g, 용골 8g, 계지․생강․대조(대추)․촉칠 각 6g, 감초 4g이 처방됐다.

복용 후 한 달 만에 중얼거림부터 개선되더니 두 달 후에는 공황장애와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희미해지면서 3개월째에 완치판정을 받았다.

반면 10년 동안 1일 3회씩 솔리안정을 복용한 만성정신분열증환자인 27세 K양의 경우 S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경과가 더뎠다.

S군과 같은 처방에 자원(紫圓-행인, 파두, 대자석, 적석지)과 모려택사산(牡蠣澤瀉散)을 병행 처방했다. 망상증, 환청․환시, 대인기피증, 목 부위의 강직현상이 심했는데 1년여 간의 치료 끝에 효과를 거뒀다.

치료의 핵심은 복진을 통해 흉복부의 두근거림을 잡는데 있었다. 노 원장은 “정신분열증 환자에게서는 복진을 했을 경우 공통적으로 흉복부에서 샘물이 솟는 것과 같은 두근거림을 찾아낼 수 있는데 한약처방으로 두근거리는 증상을 없애면 정신분열증세 역시 소멸되는 유의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아토피, 비염, 공황장애, 천식, 협심증, 베체트 등 소위 현대병이라고 일컫는 질환들을 해결할 뾰족한 치료법이 없는 현 실정에서 정신분열병의 한의학적 접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신분열증의 평생 유병률은 인구의 약 1%가 앓는 흔한 정신병의 하나다. 발병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은 젊은 층으로 남자의 경우 15~24세(평균 21.4세), 여자는 25~34세(평균 26.8세)에서 주로 발병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정신분열증 치료에 대한 논문이 발표됐지만 주로 심리학적 치료가 대부분이었고 항정신병약물치료에 있어서는 유효율보다는 오히려 부작용에 대한 보고가 주를 이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