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용이·편리한 만큼 준비운동은 소홀… 충분한 준비운동·스트레칭 필수, 적절한 치료 필요
[쿠키 건강] #지난해 여름부터 골프에 재미를 붙인 회사원 김모(47·남)씨는 요즘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횟수가 부쩍 잦아졌다. 스크린 골프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춥거나 덥거나 날씨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어 좋고, 실제 필드 못지 않은 리얼한 스크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과, 동료들과 내기 골프도 자주하게 됐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김씨의 즐거움을 앗아간 것이 있었으니 바로 허리 통증이다. 처음에는 그저 무리한 탓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통증은 밤잠을 설칠 정도로 심해졌다. 결국 참다 못한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의사로부터 과열된 승부욕과 풀 스윙에 대한 무리한 욕심이 허리디스크를 유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월의 시작과 함께 봄도 함께 시작되는가 싶더니 또 한 번의 폭설과 함께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다시 찾아 온 추운 날씨는 그 누구보다도 하루 종일 필드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골퍼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물론 골퍼들의 무한 열정은 한 겨울 찬바람도 무색하게 만들지만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 추위와 맞서 싸우며 경기를 하는 것은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골퍼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스크린 골프. 비록 실제 필드만 하진 못하지만 실제 필드 못지 않은 리얼한 스크린을 보며 경기를 즐길 수 있는 스크린 골프는 가격도 저렴하고, 날씨에 관계없이 언제든 골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골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그러나 스크린 골프도 엄연한 운동인 만큼 비디오 게임 즐기듯 설렁설렁, 대강대강 경기를 하다 보면 각종 부상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높다.
◇다방면으로 편리한 스크린 골프, 편안 마음에 준비운동 없이 즐기다 허리 부상 우려
스크린골프장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접근이 용이하고, 주머니 부담도 적은 편리한 공간이긴 하지만 그만큼 해이해지기 쉬운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준비운동이나 스트레칭에 소홀하기 쉽고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경기에 나서거나 한참 앉아 있다가 자기 차례에 잠시 일어나 바로 스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 척추에 손상을 입기 쉽다. 필드에서는 각 홀을 걸어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레 근육을 풀 수 있고, 스윙 전에도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지만 스크린골프장은 좁고 한정된 공간에서 짧은 시간 내에 큰 스윙을 반복하게 되므로 허리 근육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초보 골퍼의 경우 시각적인 거리 욕심과 헤드업으로 뒤 땅을 치기 쉽고, 지나치게 긴장한 상태에서 근육과 관절에 과다한 힘을 실어 허리를 비트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관절, 척추 전문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은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골퍼들의 경우 허리 인대나 근육이 늘어난 단순 염좌인 경우가 많지만, 심한 경우에는 디스크 탈출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스윙 동작 중에 조금이라도 허리에 통증이 느껴지면 더 이상의 무리한 동작은 피하고, 안정을 취한 후 찜질을 해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만약 이러한 조치 후에도 통증이 줄지 않고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갈비뼈, 무릎, 팔꿈치도 부상 위험… 부상 피하고 싶다면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은 필수
이 외에 피로골절, 반월상 연골판 손상, 골프 엘보 등도 주의해야 한다. 강하고 빠른 속도로 몸을 과도하게 비트는 풀 스윙 동작을 좁은 공간에서 무리하게 하다 보면 흉부 근육이 심하게 긴장돼 갈비뼈에 무리를 주게 된다. 보통 갈비뼈 골절은 처음에는 실금만 가는 피로골절로 시작되지만 이를 방치하고 무리를 하게 되면 완전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세계적인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 어니 엘스, 김미현을 괴롭힌 반월상 연골판 손상도 주의해야 한다. 골프 스윙의 회전축인 무릎 관절 사이에 있는 반월상 연골판은 스윙 동작을 할 때 반월상 연골판을 잡아주는 허벅지와 무릎 뒤쪽에 있는 근육들이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당기고 놓는 과정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제때 맞추지 못한 채 무릎이 돌아가면 연골판이 무릎 뼈 사이에 낀 채 맷돌에 갈리듯 비틀려 찢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골프는 테니스 라켓, 야구 방망이 보다 훨씬 긴 클럽을 사용하기 때문에 클럽 헤드와 공이 부딪힐 때 발생하는 강한 반발력은 손, 손목, 팔목, 어깨까지 그대로 전달돼 골프 엘보의 위험도 높다.
따라서 스크린 골프장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준비운동과 스트레칭, 그리고 무리한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다. 비록 스크린을 보며 즐기는 경기지만 필드에서 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한 준비운동을 해야만 예기치 못한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필드에서 걷거나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준비하는 것처럼 스크린 골프에서도 앉아만 있지 말고 자주 허리를 흔들어 주거나, 빈 스윙을 하면서 무리를 덜어주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욕심으로 큰 스윙을 반복하는 것은 부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욕심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이에 김 대표원장은 “만약 작은 부상을 입었거나 통증이 있다면, 자가판단만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기 보다는 전문의를 찾아 조기 치료를 받는 것이 큰 질환으로의 발전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스크린골프, 얕보다간 큰 코 다친다
입력 2010-03-12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