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테스토스테론에 관해 상담하다보면 대답하기 당혹스러웠던 질문들이 꽤 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여기에 소개해 갱년기와 테스토스테론에 관한 궁금증을 적나라하게 풀어보려 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의 설명을 달았고 단문으로 답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FAQ 형태로 정리하다 보니 글의 양이 조금 많다.(화면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회사에서 몰래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일이 다 끝나고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편히 읽으시는 것이 좋다.)
Q.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남편이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컴퓨터로 고스톱만 치고 있어요. 이것도 갱년기 때문인가요?(58세 남편의 부인, 40대 후반 여성)
A. 그럴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로 인한 갱년기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가 무기력증이다.(소파에 누워 잠만 자는 것보다 낫다고 위로해드렸다)
Q. 요즘 갱년기 때문인지 남편이 제 말을 전혀 듣지 않아요.(52세 남편의 부인, 50대 초반 여성)
A. 갱년기와 부인의 말을 듣지 않는 건 관계가 없다.(부인의 말을 잘 듣는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사실은 잘 이해되지 않았음) 부인이 먼저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이 말을 듣는 순간 그분의 표정이 갑작스럽게 바뀌었음)
Q. 남성호르몬의 양이 너무 적어요.(20세 남성, 31세 남성, 40세 여성, 필자의 친구들에게서도 많이 받는 질문)
A. 정액을 남성호르몬이라는 용어로 잘못 사용한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정액과 전혀 다른 물질이고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을 뿐더러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정액은 고환에서 생성되는 정자와 액체인 전립선액 및 정낭액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비례하지 않는다.
Q. 동성연애를 하는 것이 테스토스테론과 관계가 있나요?(35세 여성)
A. 남자든 여자든 동성애 기질은 의학적인 상태가 아니라 단지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다. 테스토스테론이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Q. 남자의 성격이 여자에 비해 더 폭력적인 것이 테스토스테론 때문인가요?(42세 여성) 집사람이 무서워요.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닌지요?(45세 남성)
A. 남성의 폭력성이 테스토스테론 때문이라는 증거는 없다. 물론 일부 여자들이 보여주는 사나운 성질도 테스토스테론과는 관계가 없다.(성질은 성질일 뿐 호르몬이 성질을 규명하는 것은 아니다)
Q. 전날 성관계를 가지면 테스토스테론 혈액검사에 영향을 미치나요?(39세 남성)
A. 테스토스테론이 섹스에 관여하기는 하지만 섹스를 했다고 소모되지는 않는다.(이 분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게 나왔는데 새벽에 섹스를 했기 때문이라고 우기셨다)
Q.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만 있나요?(22세 여성)
A. 아니다. 여성도 부신에서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며 이는 여성의 신체 유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Q. 다리와 겨드랑이에 털이 많은데 테스토스테론이 많아서인가요?(20세 여성, 18세 남성)
A. 체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는 테스토스테론보다는 유전적 요인이다.
Q.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면 목소리도 가늘어지나요?(55세 남성, 35세 여성)
A. 성대가 완전히 성장한 사춘기 이후에는 테스토스테론이 아무리 감소하더라도 목소리에 영향이 없다. 고환을 제거하는 성전환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연예인의 가는 목소리는 본인이 만들어 내는 가성이다.
Q. 운동해서 근육을 키우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된다고 하던데요?(33세 남성, 42세 남성)
A. 운동으로 어느 정도 테스토스테론이 증가될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크지 않다. 하지만 우리 신체 전반에 대한 운동의 효과는 대단히 크기 때문에 운동의 목적은 테스토스테론수치 상승이 아니라 건강 그 자체에 두는 것이 맞다.
Q. 정력에 효과가 있다고 소문난 건강식품들은 어떤가요?(57세 남성을 비롯한 많은 남성들, 40대 여성들도 많이 묻는 질문임)
A. 친구들 모임에 가도 그렇고 정말로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또 자연스럽게 테스토스테론이 증가되기를 바라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 어떠한 식품이나 영양제도 확실하게 효과가 밝혀진 것은 없다.
Q. 테스토스테론 혈액검사 전에 금식이 필요한가요?(46세 남성)
A. 피검사라 하면 반드시 금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검사들도 많다. 테스토스테론 혈액검사도 식사 여부와는 관계가 없다.
Q.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은 정말로 효과적이고 안전한가요?(62세 남성, 47세 남성)
A. 갱년기 남성들 대다수의 증상을 호전시킨다. 또 이미 신체에 존재하고 있는 호르몬의 부족분을 보충하는 것이므로 다른 의학적 치료와는 다르고 안전하다.
Q. 나 그냥 이렇게 살래.(58세 남성,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서)
A. 그냥 사셔도 된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Q.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면 머리카락이 더 빠질 수 있나요?(44세 남성, 머릿속이 이미 휑하신 분)
A. 테스토스테론 보충과 탈모는 아무 관계가 없다. 테스토스테론이 남성형 탈모에 관여하긴 하지만 보충한다고 해서 머리카락이 더 많이 빠지지는 않는다.
Q.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받는다면 성욕이 너무 왕성해지지 않을까요?(39세 여성, 50세 여성 - 여성들이 많이 하는 괜한 걱정 중 하나)
A. 테스토스테론이 성욕을 정상화시킬 수 있지만 광적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성욕을 주체할 수 없는 것은 테스토스테론 때문이 아니다.(남자들의 좋지 않은 습성에 대해 모두 테스토스테론 핑계를 대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절대로 아니다)
Q.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실시할 경우 도대체 얼마동안 해야 하나요?(56세 남성)
A. 갱년기의 개선은 의학적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 효과를 필요로 하는 경우 계속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중단했을 경우 대개 원래 증상이 다시 나타나긴 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성 활력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모든 것
입력 2010-03-11 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