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정수기 당신의 ‘신장’은 안녕하십니까?

입력 2010-03-10 07:26

[쿠키 건강] 신장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고 오줌을 통해 신체의 체액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장기이다. 반면 급만성신부전, 신장염, 신결석 등 관련 질병도 매우 많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무심하게 생각하다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오기 쉬운 신장의 병에 대해 알아보자.

◇인체의 정수기, 신장이 병들고 있다

신장질환은 대개 만성적이고 진행하는 속성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투석치료 중인 말기신질환 환자는 약 5만명에 이르고, 신장이식 후 생존 중인 환자가 이미 1만명을 넘었다.

국제신장학회에서는 2006년부터 세계 콩팥의 날을 제정해 신장질환(만성콩팥병)의 중요성을 일반 대중, 환자와 그 가족 뿐 아니라 일반 의사 및 보건정책 전문가들에게 홍보하고 있고, 대한신장학회에서도 지난 2007년 3월 8일 세계 콩팥의 날을 전후해 전국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신장질환에 대해 전문가 입장에서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신장질환이 흔하고 우리 몸에 결정적인 해를 미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초기에 관리하면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콩팥병에도 급성과 만성이 있다. 급성은 갑자기 발생하고 대개 증상이 심하지만 적절히 치료하면 후유증 없이 완치될 수 있다. 급성신우신염과 급성사구체신염이 그 대표적 예이다. 급성신우신염은 옆구리 통증을 동반한 발열이 특징인데 대개 오줌소태 증상이 선행한다. 그 원인은 대장균과 같은 세균(박테리아)이 요도를 통해 방광을 거쳐 신장을 침범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여자에서 흔하고, 적절한 항생제로 세균을 박멸함으로써 쉽게 치유된다.

그러나 급성신우신염이 반복되는 경우라면 만성신우신염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방광, 전립선 등 비뇨기계에 이상이 있지 않은지 전문의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한편, 급성사구체신염은 갑자기 오줌이 뻘겋게 나오는 육안적 혈뇨와 부종으로 시작해서 고혈압과 신장기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원인은 분명하지 않고, 간혹 상기도감염 후 알레르기 반응과 유사한 면역학적 이상으로 발생한다. ‘신우’가 신장으로부터 오줌이 나오는 출구에 해당하는 반면, ‘사구체’는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모세혈관 덩어리로서 입구 쪽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같은 신장염이라 불리더라도 신우신염과 사구체신염은 전혀 다른 질환으로서 그 경과와 예후 또한 판이하다.

사구체신염은 단백뇨와 혈뇨로 나타난다. 간혹 환자들이 거품뇨 혹은 육안적 혈뇨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아 각각 단백뇨 혹은 혈뇨를 알게 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는 육안적으로 단백뇨와 혈뇨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평소에 불편한 증상이 없더라도 학교 혹은 직장에서 실시하는 신체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 항목 중에는 반드시 요검사가 포함되어 있다. 심한 사구체신염은 단백뇨가 심하여 부종을 초래하는데 이 경우를 신증후군이라 부른다.

원인에 관계없이 최근 수일 사이에 갑자기 신장기능이 저하된 경우를 급성신부전이라 한다. 급성신부전의 주요 원인는 탈수, 출혈, 감염, 약물 혹은 독소로서 흔히 수술 또는 외상 후 발생한다. 역시 급성이므로 그 원인 요소가 아주 심하지 않거나 적절히 치료받으면 완전히 회복된다.

이에 비해 만성신부전은 완치되지 못하고 점점 신장기능이 악화되는 속성이 있다. 신부전이란 신장의 여러 기능 중 배설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정의된다. 이는 간단한 혈액검사로 판단할 수 있고, 신부전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만성신부전이라 진단한다. 만성신부전의 3대 주요 원인으로 당뇨병, 만성사구체신염, 고혈압을 들 수 있다.

당뇨병은 서양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만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이 되었다. 투석치료 중인 환자의 40% 이상이 당뇨병 환자이고, 당뇨병의 유병률이 계속 증가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러한 추세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뇨병에서 오랜 기간 혈당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망막증, 신증, 신경병증의 3대 만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성 신증은 사구체병변에 의한 것이므로 단백뇨로 나타나고, 심한 경우 전신이 붓게 된다.

고혈압은 여러 신장질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원인을 알 수 없고 대개 가족력이 있는 본태성(일차성) 고혈압 환자에서 혈압 조절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신장이 서서히 손상 받아 만성 신부전을 초래할 수 있다. 본태성 고혈압은 신장 뿐 아니라 신장과 뇌에도 각각 울혈성 심부전, 뇌졸중을 합병시킬 수 있으므로 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한편, 만성사구체신염에서는 그 경과 중에 이차성 고혈압이 대부분 속발한다. 따라서 고혈압에 선행해 단백뇨가 발생하고, 모든 고혈압 환자에서는 반드시 요검사를 통해 단백뇨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투석환자에서 4번째로 흔한 만성신부전의 원인은 다낭신이다. 다낭신이란 양쪽 신장에 수많은 물혹이 서서히 커지는 비교적 흔한 유전질환으로서 고혈압이 특징이다. 물혹이 커질수록 신장이 팽창해 환자는 간혹 옆구리에 통증을 느낀다. 이에 대한 대증요법과 아울러 고혈압을 잘 조절하여 신장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비뇨기계는 신장과 연결된 배뇨의 통로이기에 비뇨기계 장애가 신장기능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요도, 방광, 전립선, 요관 등에 발생하는 비뇨기계 질환에 대해서도 신장기능 측면에서 잘 고려해야 한다. 남자 노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전립선비대, 자궁암에 대한 방사선치료 후유증으로 배뇨가 곤란한 여자 환자, 뇌졸중, 척수장애 혹은 당뇨병에 의해 방광의 수축기능이 떨어진 환자, 오랜 기간 요로결석이 지속하면서 만성신우신염이 발생한 경우 등이 비뇨기계 문제로 신장기능이 저하되는 흔한 경우들이다.

◇건강한 신장을 위해

신장질환도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다양한 원인적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치료 원칙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라면 식이요법, 운동, 인슐린 혹은 혈당강하제 등을 통해 철저한 혈당관리를 함으로써 신장의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신부전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

따라서 환자는 자신의 신장질환이 어떠한 종류인지를 전문가인 주치의로부터 잘 설명 듣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병식(病識)이라 하는데, 특히 신장질환에 있어 “모든 약은 독이다”라는 금언이 적용될 수 있기에 환자는 자기 문제의 범위와 한계를 잘 인식하고 불필요한 약물 복용 등 사이비 진료행위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장질환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만성신부전 환자에게는 신장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만성콩팥병에 동반하는 고혈압과 단백뇨가 그에 해당하는데, 우선 약물요법이 가장 중요하므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꾸준히 혈압을 조절하고 주기적으로 요검사를 시행하여 단백뇨 수준이 적절한지 관리해야 한다. 보조적인 식이요법도 중요하므로, 고혈압 관리를 위한 저염식과 단백뇨를 줄이기 위한 저단백 섭취가 필요하다.

염분은 체액량을 유지시키는 요소로서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다. 따라서 염분이 부족하면 탈수 혹은 저혈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만성적으로는 염분 과다가 더 문제돼 고혈압과 부종으로 나타난다. 고혈압과 부종은 신장질환의 주요 증상이기도 하다.

현대인은 과도한 염분 섭취에 노출되어 있다. 인류는 바다에서 떨어진 육지에 살면서 처음엔 소금의 존재도 알지 못했기에 염분을 따로 섭취하지 않더라도 먹는 음식만으로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었다. 이러한 태생학적 요구에 맞춰 우리 신장(콩팥)은 염분을 따로 섭취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염분이 몸속에 머물도록 염분의 배설을 조절하는 훌륭한 기능을 수행한다. 달리 말하면, 유전학적으로 인류의 신장은 염분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간직하는 기능은 완벽하지만 과도한 염분 섭취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설시키는데 익숙하지 않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소금 맛에 길들여져 점차 염분 섭취량이 늘어나게 된다면 체내에 축적된 염분으로 인해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다. 이것이 나이 들수록 고혈압의 빈도가 증가하는 이유이다. 음식물 자체에 함유된 염분만으로도 필요한 염분 섭취는 적절하므로, 가급적 조리하는 가운데 첨가하는 소금을 제한해야 한다.

단백뇨는 심할수록 신장질환이 위중하고 동시에 악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단백뇨가 심하면 단백질 소실에 따른 단백 영양 결핍이 초래되므로, 과거엔 이를 보충하고자 고단백 식이가 권장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신장질환이 있는 상태에서 고단백 섭취를 하면 마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형국이 돼 단백뇨가 더욱 조장됨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영양 결핍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고기와 같은 단백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신장질환 환자에서의 고단백 섭취는 흔히 심장병 환자에서 심한 달리기를 하는 것에 비유된다.

또한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절제가 필요한 식이 성분으로 칼륨과 인이 있다. 우리 몸에서 칼륨은 근력과 심장 박동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역할이 있고, 신장은 칼륨을 배설시켜 체내 칼륨 양을 일정하게 조절한다. 따라서 만성신부전에 의해 신장을 통한 칼륨 배설이 감소하면, 조금 지나친 칼륨 섭취에 의해서도 칼륨 과다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많은 만성신부전 환자에서 단백뇨 치료를 위하여 처방받는 약물 중에는 칼륨 배설을 저해하는 효과가 함께 있으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칼륨이 많이 함유된 음식으로는 푸른 야채, 신 과일, 견과류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몸에 좋은 음식들이나 신장질환이 있을 경우엔 조금씩 가려 먹어야 한다. 따라서 만성신부전 환자가 녹즙을 매일 마실 경우 위험할 수 있으며, 시중에 검은 콩이 신장에 좋다는 속설은 경계해야 한다.

신장 배설기능이 저하될수록 인이 축적되고, 이는 칼슘 저하로 이어져 만성신부전 환자에서는 뼈가 약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뼈와 관절 문제는 만성신부전 환자가 흔히 겪게 되는 문제로서, 신장에 해가 될 수 있는 진통소염제를 함부로 복용할 수 없기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골다공증, 통풍,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 신장과 연계된 질환에 대해서도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인이 축적되지 않도록 인 성분이 많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

신장의 사구체는 모세혈관 덩어리이므로 신장질환은 곧 혈관질환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따라서 성인에서 흔히 문제되는 혈관질환인 동맥경화, 고혈압, 당뇨병, 통풍 등이 모두 신장질환과 얽혀있게 되고, 이러한 경우에 유지해야 할 생활습관의 원칙이 신장질환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흡연, 비만 및 고지혈증은 동맥경화에 결정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신장질환도 악화시킨다. 신장질환 환자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백뇨와 관련성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한양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근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