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보다 말수 적어진 노인, 우울증 의심

입력 2010-03-05 14:26
노인우울증 방치하면, 자살 불러

[쿠키 건강]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2009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유년 인구 100명당 노인 인구가 처음으로 60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519만3000명으로 10.7%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노인진료비도 덩달아 뛰어올라 전체 총 진료비 39조원 가운데 노인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몸이 아픈 노인이 늘어나면서 노인 자살률이 크게 증가했는데,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의 ‘노인자살 실태 분석과 예방 대책’ 에 따르면 61세 이상 자살자 수는 1989년 788명에서 2008년 4029명으로 증가했다.

노인 자살률은 지난 20년간 5배 이상 증가했으며, 자살 원인으로는 질병이 37.1%, 경제적 어려움(33.9%), 외로움과 고독(13.2%), 가정불화(10.6%) 등의 순으로 파악됐다.

노인들의 자살은 본인의 질병, 우울증, 자녀와의 갈등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평생을 함께 지내온 배우자와의 사별은 우울증을 유발시키고 노인 자살을 부르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와 함께 내과 및 신경과 질환이 있는 상황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갑상선 기능저하증이나 심근경색증 이후에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것.

또한 뇌혈관질환(중풍)환자의 약 24%에서 우울장애가 발생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에서도 우울장애의 발생이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만성 질환 및 기능상실의 정도는 우울증의 정도와 비례하며 건강의 악화는 새로운 우울증상을 유발시키는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특히 여성노인의 경우 가족 속에서의 역할 부재, 결혼문제, 신체질환 등과 관련된 우울증발생빈도가 높으며 남성노인의 경우에는 신체질환 등과 관련된 우울증 발생빈도가 높다.

노인 우울증의 가장 큰 특징은 ▲슬픔의 표현이 적음 ▲신체적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많음 ▲최근에 발생된 신경증적 증상 ▲치매에 동반된 우울증 ▲행동장애 ▲비정상적 성격 성향의 강화 ▲뒤늦게 발생한 알코올 의존 등이 있다.

노인 우울증은 젊은 사람과 다르게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제때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조차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 등 주위의 사람들도 ‘기운이 없는 것은 나이 탓이다, 노화가 진행된 것이다, 많이 늙었다’고 이해해 방치되는 일이 많으며, ‘우울하다, 기분이 가라앉는다’는 등의 자기 감정을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일이 적다.

젊은 사람의 경우 전조증상을 갖고 있는 반면 노인 우울증은 특이사항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젊은 사람들의 경우 ‘자살’에 대한 암시를 드러내고 있는 반면 노인의 경우 ‘자살’에 대한 뚜렷한 표현이 없고 간혹 평소보다 말수가 적어지거나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경우 ‘자살경고등’으로 판단해 조기에 대처해야 한다.

서울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이동현 과장은 “노인 자살시도자의 2/3는 우울증 환자이고, 자살의 성공률 또한 젊은 사람들 보다 높기 때문에 평소와 달리 기운이 없어 보이거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고 호소할 경우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면서 “가족들이 평소 많은 관심을 갖고 조기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평소 다른 신체질환이 있을 경우 기분장애나 우울증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기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인우울증의 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킨 항우울제를 투여하면 대개 4주 이내에 우울증의 증상들이 좋아지지만, 증상 조절 후에도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항우울제의 투여가 필요하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치료, 전기경련요법, 가족치료 등을 병행할 수 있으며,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신체적 질환에 대한 치료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우울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유지치료를 받는 것이 재발방지를 위해 요구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