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과거에 비해 여성의 위상과 활동은 활발해졌지만, 육아나 가사, 이와 병행하는 사회생활 등으로 정작 본인 건강에 대해서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쉽다.
특히 임신과 출산, 육아, 폐경 등을 경험한 중년기의 여성들은 ‘갱년기증후군’ 또는 ‘폐경기증후군’이라는 증세가 있을 정도로 정서적·신체적 다양한 변화와 질환을 겪게 된다. 실제로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폐경에 따른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여성이 한해 7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년기 여성들이 본인 건강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치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말한다.
중년기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과 대처법에 대해 연세SK병원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보자.
◇중년기 호르몬 및 정서적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여성은 임신, 출산, 폐경 등을 겪으면서 신체적·정신적 변화도 겪게 되는데, 특히 폐경기 전후에는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정서적인 문제까지 더해져 변화의 폭이 크다.
우선 중년기 여성에게 폐경이 오면서 흔히 겪는 질환은 골다공증이다. 난소에서 나오던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서 뼈의 칼슘도 급격히 줄어 골밀도가 낮아진다. 때문에 일상생활 중 허리나 무릎, 손목관절 등에 통증이 생기고 작은 충격에도 골절되기 쉽다.
또 안면홍조나 불면증, 성욕감퇴 등과 같은 폐경기증후군도 흔히 경험한다. 더군다나 중년기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세로토닌 호르몬의 분비도 남성에 비해 줄어드는데, 폐경으로 인한 상실감 등과 같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갱년기 증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호르몬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이나 지방,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콩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이소플라본이라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함유돼 있어 유방암이나 난소암, 자궁내막암 등과 같은 부인암 예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태에 따라서는 병원에서 에스트로겐을 직접 체내에 공급하는 호르몬요법을 처방 받을 수도 있다. 또 타액 및 혈액을 이용한 전자체액분석방법(ECS) 및 타액호르몬검사(SHA)를 통해 영양상태와 호르몬불균형 상태를 파악해 치료를 받는 것도 좋다.
연세SK병원 웰빙클리닉 윤민선 과장은 “많은 여성들이 폐경 이후 다양한 신체변화와 여성으로서의 상실감 등 정서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 받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무엇보다도 가족이나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고, 전문가를 통한 상담이나 치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자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복적 가사노동과 육아 등 관절염·수근관증후군 등 원인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인 가사활동과 육아를 맡아온 중년 여성들에게 무릎이나 손목 등 관절통증은 흔한 질환이다. 주로 무릎을 구부리거나 무거운 물체를 들고 손목을 비트는 등의 동작이 많기 때문.
더군다나 폐경이 시작되면서부터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생성도 줄어 골밀도가 낮아지고 연골도 약해지는데, 이때 관절과 관절이 맞닿은 연골조직이 얇아져 뼈가 서로 부딪히면서 관절염이 생기게 된다. 흔히 앉았다 일어설 때 무릎이 시리거나 ‘우두둑’하는 소리가 나기도 한다. 또 손목의 수근관을 덮고 있는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눌러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저려오는 수근관증후군(일명 손목터널증후군)도 중년 여성을 괴롭히는 주요 질환이다.
관절염 초기에는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곧 사라진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관절운동 자체가 힘들 정도로 통증이 지속돼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사전예방과 초기치료가 중요한데,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주사치료, 자신의 연골을 이용한 연골재생술 등을 통해 좋아질 수 있다.
최근에는 혈액 내 혈소판의 성장인자를 이용해 연골과 인대의 손상을 치료하고 강화하는 PRP주사요법도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연골이 많이 손상된 경우라면 인공관절치환술을 받아야 한다. 수근관증후군도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약물이나 주사치료가 가능하고 심한 경우 수근관을 넓혀주는 외과적 수술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평소 무릎을 굽히거나 쪼그려 앉는 자세, 양반자세 등은 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또 장시간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거나 빨래를 짜듯 손목을 비트는 동작은 수근관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어 가능한 삼가는 것이 좋다.
연세SK병원 척추관절센터 김원석 진료원장은 “관절염이 있다고 해서 아예 운동을 피하면 오히려 체중이 늘어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적당한 운동은 필수다”라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걷기나 자전거타기, 수영과 같은 운동을 해주면 다리근력을 강화시켜 관절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중년기 과체중은 복압 상승시켜 정맥류 일으킬 수도
다리정맥의 판막에 이상이 생겨 혈관이 피부 표면으로 지렁이처럼 얽혀 두드러지는 하지정맥류도 중년 여성들이 흔히 겪는 질환이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8년도에 하지정맥류 진료를 받은 남녀 12만2528명 중 40~60대 여성은 5만6214명(46.1%)으로 절반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정맥류는 주로 오랜 시간 서 있거나 앉아있는 판매원, 교사, 사무직 여성들에게서 생기는데, 운동부족이나 과체중은 물론 폐경 후 호르몬의 변화 등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기에는 다리가 피곤하고 붓는 증세가 있다가도 휴식을 취하면 나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통증과 함께 다리가 무겁고 혈관이 튀어나온다. 방치하면 부종, 피부궤양, 혈전 등의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증상 초기에는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해주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세가 심하다면 혈관에 경화제를 주사해 망가진 혈관을 굳혔다가 몸 속으로 흡수시키는 혈관경화요법이나 레이저로 망가진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장시간 움직이지 않고 서거나 앉아 있으면 정맥류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평소 오래 서있거나 앉아있어야 할 경우 걷기나 다리에 힘을 주었다 빼는 동작, 발목을 회전시키는 동작 등 운동을 해주면 정맥류를 예방할 수 있다.
연세SK병원 정맥류클리닉 심영기 원장은 “비만이나 변비 같은 경우도 복압을 상승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해 정맥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운동을 통해 적정한 체중관리를 해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고 “평소 염분 섭취를 줄이고 섬유소가 많은 곡물이나 야채 등 혈액순환을 돕는 식습관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중년기 여성건강 체크포인트
입력 2010-03-08 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