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상시험 강국으로 가는 길 아직 멀다”

입력 2010-03-04 07:27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 “연구자 지원 강화하고 식약청 전문인력 보강해야”

[쿠키 건강] 지난해 정부는 임상시험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총 55억~1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임상시험지원센터 14개를 조성했다. 정부는 이러한 지원을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이 늘어났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환경은 아직도 여전히 열악한 것은 물론 외국에서도 국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불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욱 교수(가톨릭의대)는 임상지원센터를 집중 지원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임상시험을 주도하는 핵심은 연구자인데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임상시험지원센터 지원은 현 수준을 유지하고 연구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김 교수는 화이자, 노바티스, BMS의 백혈병 신약개발 임상시험에 참여했고 일양약품의 백혈병 신약개발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임상시험의 권위자다.

김 교수는 “각 질환의 선구자격인 국내의 국제적인 임상 연구자를 지원해야 이들이 세계적인 임상시험에 참여해 해당 임상시험을 주도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될 때 많은 임상시험이 국내에서 실시되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임상시험의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 우리의 임상시험 결과를 믿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국내 임상감독기관인 식약청 등 인프라에 대한 불신에 기인한다고 김 교수는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의 임상 결과를 인정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우리의 임상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 해당 나라에서 우리의 임상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일본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임상시험을 했더라도 자국에서 임상시험을 다시 하도록 돼 있다. 일본 측은 체구와 유전학적인 특성이 미국이나 유럽의 나라와 달라 일본인의 특성에 맞는 재임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는 자국의 제약산업을 보호하고, 재임상시험을 통해 노하우를 얻기 위한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교수는 “재임상시험을 통해 의약품의 일본 내 런칭시기를 늦추고 외국에서 정한 적정 약물 투여 용량을 줄임으로써 자국의 제약산업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재임상 과정이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있다”며 “일본처럼 재임상시험을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임상결과를 상호 인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전문인력 보강을 통해 식약청의 전문성을 늘리고 임상시험 모니터링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