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아교정 열풍, 그러나 목적은 잊지 말자

입력 2010-02-26 14:42

<글·이건수 베버리힐스희망치과 원장

[쿠키 건강] 최근 꽤 인기 있는 오락 프로그램 중 하나인 ‘골드미스가 간다’에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양정아씨와 미국출신 프로골퍼인 남정우씨의 만남을 본 적이 있다.

우연히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가 필자의 직업상 예민하게 들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첫 만남에 어디를 주로 보세요?”라는 양정아씨의 질문에 맞선남인 남정우씨의 “치아”라는 대답이었다. “역시…”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필자는 한국에서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치과교정학을 공부하면서 미국사람들의 치아에 대한 대단한 관심(?)과 심미적 기준의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라 미국에서 태어났다는 남정우의 말에 한동안 잊었던 미국사람들의 치아에 대한 남다른 시각을 다시 한번 떠 올리게 됐다.

사실 한국에서 치아교정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또한 지금처럼 치아교정에 대한 인식이 높고 치아교정 열풍이 분 이유도 대중에게 영향력있는 스타들의 치아교정 효과가 잘 홍보된 효과라고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같이 치아교정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좋은 점도 있지만 교정을 하는 치과의사로서 한가지 우려되는 점도 있다.

최근 스포츠 스타나 연예인의 치아교정 전후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치아교정이 어느새 미용성형적 측면만 강하게 부각된다는 점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치아교정을 통해 얼굴의 대칭이 균형을 갖추고 올바른 저작력을 회복함으로 얼굴형태가 변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치아교정 후 안모의 변화는 부수적일 결과이지 그것이 목적 자체로 받아드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치아교정의 궁극적 목적은 치아교합을 정확히 안정시키고 이로 인한 여러 부작용을 없애줘 전신적인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치아교정은 단순히 삐뚤한 치아를 펴주기만 하는 단순한 행위가 아닌 인체와 구강운동과 저작의 오묘한 메커니즘이 숨어 있는 고난위도의 의료 행위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치아교정만 몇 년을 공부해도 쉽지 않은 게 치아교합학문이다.

병원에 있다 보면 아주 드물지만 미용의 목적으로 교정을 시행한 후 완벽하게 안정된 교합을 찾기도 전에 눈에 보이는 앞니만 가지런히 됐다고 본인 스스로 판단해 반 억지로 교정을 중단한 뒤 한참 뒤에서야 문제점을 인식해 다시 재교정을 해줄 병원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가 있다.

치아교정은 극단적인 비유를 하자면 직행열차와 비슷해서 일단 승차하면 종착역까지 안전하게 가는 게 좋지 중간지점에서 하차를 한다면 달리는 차에서 내리는 것처럼 위험이 따르고 그 과정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치아교정의 특성이다. 그러므로 치아교정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두고 1~2년의 장기 여행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게 좋다. 또한 치아교정은 단순히 치아를 예쁘게 할 목적뿐 아니라 안정된 저작기능의 회복을 통해 전신건강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반드시 잊지 말고 전문가와 충분히 상의해 시작과 끝을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