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피로는 누구나 한번쯤 겪는 증상이다. 이 때문에 피로를 가볍게 생각하고 몸이 무겁고 개운하지 않은 증상이 계속될 때 스스로 ‘만성피로’라고 진단하고 운동이나 식이요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피로하면 간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 간 건강을 위한 보조식품을 복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뇨병, 갑상선 질환, 우울증 등 피로를 유발하는 질환은 다양하기 때문에 이 같은 처방으로 피로가 쉽사리 낫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방치하면 병이 깊어질 수 있고 종류도 다양한 피로에 대해서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성균관의대)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피로에 대한 오해
피로를 느끼면 반드시 몸에 병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체 질환 이외에도 스트레스, 정신질환 등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 스트레스가 많고, 일상생활이 불규칙하거나 운동이 부족하고 과음을 하는 직장인들이 겪는 피로는 대부분 정신질환과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에 해당한다. 이렇게 유발된 피로는 검사를 하더라도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고 일상생활 패턴을 바꾸기 전에는 회복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피로하면 간이 나쁠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간에 문제가 있어서 피로한 경우는 흔하지 않다. 특히 경미한 지방간이나 B형간염보균자는 이 문제만으로는 피로해지지 않는다.
오래동안 피로하다고 해서 스스로 만성피로 증후군이라고 자가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성피로 증후군은 피로를 유발할 만한 신체적, 정신적 병이 없으면서도 휴식 후에도 회복되지 않고 일상생활을 크게 방해할 정도의 극심한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등 피로의 기간이나 정도가 심각할 때를 말한다.
또한 집중력과 기억력의 감소, 인후통, 임파선 동통, 근육통, 관절동, 두통 증상이 동반되는 비교적 드문 병이다. 병의 원인과 치료방법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예후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로를 유발하는 질환
피로를 유발할 수 있는 신체질환은 매우 많다. 빈혈, 결핵, 만성간질환(만성간염, 간경화 등), 당뇨병, 갑상선질환, 신부전증, 심부전증, 각종 암, 수면무호흡증이 피로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질환에서 비롯되는 피로는 질환이 치료되지 않으면 점점 더 심해지고 피로 이외에 다른 증상도 함께 동반한다. ▲빈혈은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 ▲간질환은 소화불량, 황달 ▲당뇨병은 물을 많이 먹고 소변을 자주 보고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갑상선질환은 항진증의 경우 식욕증가와 체중이 감소, 저하증은 변비, 체중증가, 피부가 거칠어지고, 추위를 잘 타는 증상 ▲심부전증은 호흡곤란, 흉부압박감, 흉통, 부종 ▲신부전증은 부종을 동반한다.
잠을 많이 자도 피로하다면 수면무호흡증이 원인일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짧은 시간 동안씩 반복적으로 기도의 폐색이 발생하여 호흡이 멈추는 질환이다.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해 낮에 졸고 무기력함과 피로를 호소한다.
약물 과량복용이 피로를 유발하기도 한다. ▲고혈압, 심부전증에 사용하는 이뇨제 ▲고혈압·협심증에 사용하는 베타차단제 ▲감기, 비염, 피부질환에 사용하는 항히스타민제·신경안정제 ▲커피, 카페인이 들어있는 약제가 피로를 유발하는 약제에 해당한다.
◇피로의 종류
△생리적 피로=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하는 피로로 갑작스런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긴다.
평소에 하지 않던 심한 운동을 하거나 갑자기 일의 양이 많아진 경우, 일상생활 패턴이 바뀐 경우, 해외여행을 하면서 시차에 적응하지 못할 때 느끼는 피로가 이에 해당한다. 주변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생기고 적절하게 휴식을 취하면 곧 회복되지만, 계속 누적되면 잔병에 잘 걸리게 되고 병이 걸린 후에도 회복이 늦어지므로 빠른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특별한 병이 없이도 피로를 느끼는 경우다. 자신은 피로한데 병이 없다는 말에 의아해 하면서 큰 병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거나 일상 업무에서 어려운 점이 있고, 생활이 불규칙하고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으며 운동을 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을 때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가 쌓인다. 매우 경쟁적이고 달성할 수 없는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완벽주의적이고 강박적인 경향인 사람들일수록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에 더욱 시달린다.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에는 음주와 흡연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트레스에 의한 피로가 만성피로를 유발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피로=우울증, 불안증, 적응장애, 강박장애와 같은 정신질환도 피로를 유발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피로는 매우 오랫동안 지속되고 감정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피로의 정도에 기복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우울하며 매사에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정신활동이 느려지고 그 결과로 피로를 심하게 느끼게 된다. 불면증, 두통, 식욕부진·증가, 소화불량, 변비, 성욕감퇴 증상을 동반한다. 불안증 환자는 지나친 불안과 비현실적인 걱정에 빠져 있다. 신체적으로는 근육이 긴장돼 있고 심장 박동이 항진돼 있으며 두통, 불면증, 흉부압박감과 신체적인 피로감을 호소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피로하면 ‘간’이 안좋은 걸까요?
입력 2010-02-25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