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치질은 우리나라 50세 이상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앓고 있는 ‘국민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21만4500명이 치질로 입원치료를 받아 2년 연속 가장 많은 환자가 입원한 질환으로 나타났다.
치질은 흔히 항문이 찢어져 피가 나거나 치핵이 늘어나는 정도로 알고 있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약물치료부터 수술까지 치료방법도 각각 다르다. 한솔병원 이동근 대표원장은 “치질은 발병 부위와 증상에 따라 치핵, 치루, 치열, 탈항, 항문가려움증 등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 가운데 치핵이 전체 치질의 50% 이상을 차지해 통상 치질하면 치핵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항문에 생긴 혹 ‘치핵’
치핵은 항문에 혹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핵은 그 위치나 형태에 따라 내치핵(암치질), 외치핵(수치질), 혼합치핵(내치핵과 외치핵이 함께 있는 것)으로 나뉜다. 증상에 따라 배변시 출혈이 있는 1기, 배변시 치핵이 약간 돌출되었다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상태인 2기, 돌출된 치핵을 손으로 밀어 넣어야 들어가는 3기, 손으로 밀어도 들어가지 않거나 다시 나오는 상태인 4기로 구분한다.
치핵의 80%는 수술하지 않고 치료가 가능하다. 1~2기에는 병원에 가지 않고 자가치료도 가능하다. 하루에 한 번씩 변을 보는 연습을 하고 식이섬유와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을 기르는 게 좋다. 항문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좌욕도 병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3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치핵이 밖으로 밀려나온 ‘탈항’
탈항은 내치핵이 항문 밖으로 심하게 밀려나와 들어가지 않는 상태다. 돌기 하나가 빠질 수도 있고 항문 전체가 빠질 수도 있다.
치료시기가 늦어지면 다른 항문과 직장부위까지 영향을 미쳐 치료 후에도 변이 단단해지고 피가 묻어나오기도 한다. 탈항은 결찰법과 절제술로 치료한다. 결찰법은 실로 묶지 않고 기구를 사용, 고무링으로 탈항된 부위를 묶어서 제거하는 방법이다. 수술을 무서워하는 환자나 재발환자들에게 적합한 치료법이나 절제법에 비해 치료 효과가 적다.
◇변 볼 때마다 찢어지는 ‘치열’
치열은 배변시 항문 근육이 긴장해 충분히 벌어지지 못함으로서 항문이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치열은 변비가 있을 때 잘 생긴다. 변비로 인해 딱딱한 변을 보게 되면 항문에 상처가 생기기 쉽고 반복되면 치열로 악화된다. 치열이 생기면 변을 볼 때마다 피가 나고 아프며 상태가 심하면 변을 본 후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
치열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두 배 많이 발생한다. 여성의 항문이 남성에 비해 좁은 편인데다 무리한 다이어트나 임신 등으로 인한 변비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발생한지 1개월 미만의 급성 치열은 좌욕으로 근육 경련을 풀어주거나 2주 정도 약물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가라앉는다. 4주 넘게 항문이 계속 찢어지는 만성치열은 항문이 좁아져 굳어져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괄약근을 살짝 절개해 항문을 넓히는 방법으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이 밖에 치열의 90% 이상은 변비를 예방하면 수술 없이도 치료가능하다.
◇염증과 고름이 생기는 ‘치루’
치루는 항문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 몸에는 변을 수월하게 밀어내도록 하기 위해 항문 안쪽에는 기름을 내보내는 항문샘이 있다. 이 항문샘에 세균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고름이 흐르는 증상이 치루다.
치루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남성들의 항문 구조상 항문샘이 깊어 씻어도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기 쉬워 세균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남성의 경우 괄약근이 튼튼한 편인데, 괄약근의 압력이 높으면 항문샘의 입구가 좁아져 오물이 많이 쌓이고 염증이 더 생긴다.
치루가 있으면 처음에는 배변 시 항문 안쪽이 따끔따끔하고 항문 주위에 종기가 난 것처럼 붓는다. 항문에 열이 나거나 감기처럼 온 몸에 열이 오르기도 한다. 심해지면 견디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함께 항문이 최대 계란 크기만큼 부풀어 오른다. 이렇게 며칠 고생하다 고름이 터져 나오면 시원한 느낌이 들고 통증도 사라진다. 흔히 이 단계가 되면 저절로 나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때 치료를 하지 않고 내버려두면 술이나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면역력이 떨어질 때마다 붓고 터지기를 반복하며 만성 치루로 악화된다.
치루는 자연 치유나 약물 치료가 되지 않고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치루는 오래 방치하면 치루암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치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문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변을 본 후에는 휴지로만 항문을 닦지 말고 물로 씻어주는 게 좋다. 씻을 때는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씻는다. 또한 설사는 치루를 악화시키므로 설사기가 있으면 빨리 치료하도록 한다.
◇가려운 ‘항문소양증’
항문소양증은 항문주위가 가려운 증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항문 소양증은 항문 관련 질환이 있어서 가려운 속발성 소양증과 아무 원인 없이 가려운 특발성 소양증으로 나뉜다.
대장항문 질환이 있으면 항문 주위 피부에 점액이나 분비물, 습기가 많아져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이밖에 황달, 당뇨, 갑상선 기능이상, 기생충 감염 등의 질환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결핵약이나 아스피린, 고혈압약 등의 약물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스트레스가 가중돼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긴장할 때도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알레르기 항원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가려움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음식은 커피, 홍차, 콜라, 우유, 맥주, 포도주, 비타민C 등이다. 실제 커피나 홍차를 끊고 나서 가려운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많다.
항문소양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 배변 후 깨끗한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습기를 없애준다.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말고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이나 땀 흡수와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속옷은 입지 않는 게 좋다.
연고는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사용하고 증상이 좋아지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연고를 바르거나 항문 청결 관리로도 개선되지 않으면 알코올 주사요법이나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박리술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알코올 주사요법은 감각신경을 마비시켜 마취효과를 얻는 데 목적이 있다. 항문으로부터 7~10cm 떨어진 4군데에 40% 알코올 7~10cc를 균등하게 피하 주사하며, 2분 후 감각이 돌아오므로 치료 효과를 바로 알 수 있다. 피부박리술은 항문에서 5cm 떨어진 좌우 양측 피부를 절개한 후 항문 주위 피부와 점막을 벗겨내는 치료법으로, 항문소양증이 아주 심한 경우에만 실시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男은 치루, 女는 치열… 치질 종류마다 치료도 달라
입력 2010-02-23 0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