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국내 많은 자살자들의 자살 원인이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가정주부까지 우울증을 앓은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자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울증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조증이 나타나는 조울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해를 하기도 한다. 우울증만큼이나 위험하다고 하는 조울증에 대해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조현상 교수로부터 들어봤다.
-어떠한 증상을 보일 때 조울증으로 진단하나.
“일상생활 중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속상한 일이 있으면 기분이 저하되는 주변의 자극에 대한 적당한 수준의 기분 변화는 정상이다. 정상적인 기분변화는 수 시간 내지 수일 뒤에는 평상 기분으로 돌아온다. 때문에 일상생활 지속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임상의학에서는 우울증과 조증이 긴 주기로 교대로, 그리고 보다 심한 수준으로 나타날 때 조울증으로 진단한다. 예를 들어 조울증 환자는 한 달 동안 조증을 보이다가 다시 1년 동안 보통 기분으로 지낸 뒤 석 달 동안 기분이 매우 침체된 우울증을 보이는 등 우울증과 조증이 긴 주기로 교대로 나타난다. 조증, 우울증 기간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조증은 석 달까지 우울증은 1년 이상 길어질 수도 있다.
또한 우울증과 조증의 진단은 단순한 증상 출현만으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 발간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DSM)'' 진단기준 등 타당성 있는 기준에 의해 내려진다. 이밖에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조증 기간에 즐거운 기분보다는 짜증이 주된 기분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조울증을 앓으면 생활에 어느 정도 불편이 있는가.
“우울증 기간에는 재미도 없고, 기운도 없으며, 무기력감과 함께 자신이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절망감에 쉽게 빠진다. 죄책감이나 불안초조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심하면 자살도 생각하게 된다. 이로 인해 대인 관계나 직업적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며 이는 무기력감과 자신감 저하를 가속시킨다.
조증 기간에는 비정상적인 기분 고양과 생각과 계획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사소한 자극에도 갑자기 화를 내고 공격적으로 변하는 등 감정조절이 어렵다. 중단시키기 힘들 정도로 수다스러워지는 증상도 보인다.
조증기간에는 우울증과는 달리 본인은 무척 행복하지만 가족이나 동료들은 지치고 힘들게 된다. 때문에 주위 사람들과 마찰이 생겨 결국에는 가족이나 직장동료와의 관계가 파탄나기도 한다. 과소비를 하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사업을 벌여 개인파산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조울증이 있는 환자의 치료방법은.
“환자의 증상이 심하지 않아 통원 치료가 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가정에서 약물로 치료할 수도 있다. 통원치료 기간에는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를 줄이고 행동반경도 가능한 좁히는 등 외부자극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다.
하지만 정신적 흥분상태가 심해져 탈진하거나, 금전적 소비, 알코올·약물 남용, 성적 문란 증상이 조절되지 않거나 환자의 안전과 자해나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등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는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
-조울증 치료를 위해 어떤 약물을 처방하나.
“리튬, 발프로에이트 등 기분조절제를 처방한다. 환자들이 이들 약물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보고 ‘왜 간질약을 처방해주느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분조절제는 항간질과 기분조절 기능을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항정신병 약물을 처방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환자들이 ‘왜 정신병 치료제를 주느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항정신병 약물에는 항조증 기능이 있다.
또한 우울증 상태로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때 조울증을 진단으로 고려하지 않고 항우울제를 사용하다가 조증이 유발될 수 있다. 정확한 병력 청취를 통해 조울증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조울증 완화를 위해서는 어떤 생활습관을 가져야 하나.
“규칙적인 생활, 충분한 수면이 조울증의 치료와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조울증에 걸리면 일중리듬(일명 수면-각성 주기로 일상적으로 아침에 기상하여, 식사하고 외출, 대외활동, 귀가하여, 어두운 밤에는 자게 되는 하루의 리듬)이 병적으로 흐트러지게 된다. 일중리듬을 관장하는 유전자가 조울증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식습관도 중요하다. 조울증에 걸리면 생활습관의 변화와 치료약물로 인해 체중이 늘어나기 쉽다. 이는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밤늦게 자지 않고 야식을 먹는 것을 삼가야 한다. 오메가-3(omega-3)복용도 도움이 된다.
또한 최근 지속적인 운동은 스트레스 조절, 뇌신경을 활성화 측면에서 조울증 보조치료로서의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주위사람들이 비난보다는 지지해주는 것이 환자의 안정을 위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우리집 주치의] “조울증, 장기간 걸쳐 우울-조증 반복… 대인관계 파탄”
입력 2010-02-22 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