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뒤엔 효자 는다”… 인공관절수술 22% 증가

입력 2010-02-18 07:34

힘찬병원 설 전후 환자수 비교 결과… 관절병, 자녀 과심 절실 “부모님 건강 체크하세요”

[쿠키 건강]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지났다. 짧은 설 명절이었음에도 귀경길은 여전했다. 밀리는 교통체증은 덜 했지만, 오히려 귀경차량은 20%가 늘었다. 아무리 바쁘게 살더라도 1년에 몇 번 안 되는 명절, 부모님을 뵈려는 자녀 된 도리 때문이다.

이렇게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뵈면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은 ‘건강’이다. 평소에는 관심은 있지만, 바쁜 일상에 쫓겨 살다 보면 부모님 건강을 챙기는 것이 쉽지 않다. 60세 이상 노년층은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돼 불과 몇 개월 전에 비해 쉽게 건강이 약해질 수 있다. 실제로 설과 추석 등의 명절 이후에는 관절염과 같은 노인성 질환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 명절 이후 인공관절 수술 환자 22% 증가

관절전문 힘찬병원에서 지난해 2009년 설 명절 전후 각 일주일간 병원을 찾은 인공관절 수술환자를 조사한 결과, 명절 이후 약 22%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절염은 다른 계절보다 추운 겨울철에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은 그 통증을 참기가 어렵다. 또한 추운 날씨로 인해 외부출입이 더욱 줄어들어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중증가 등이 무릎에 더욱 하중을 싣게 되면서 통증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명절기간 동안 이러한 통증에 시달리는 노부모를 지켜 본 자녀들이 수술을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관절 걱정, 자녀는 혈압 걱정

관절염은 하루아침에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대부분의 인공관절 수술환자들은 평균 10년 이상 관절염을 앓아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렇게 수술까지 이르게 된 것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숨긴 것도 한 요인이다. 조사 결과, 평소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숨기고 지내거나 관절염을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해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고통을 참고 지낸 부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60대 이상 부모들 337명 중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숨기고 자녀들에게 괜찮다고 말한 경우는 71%(238명)로 10명 중 7명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오거나 거동이 불편하고 일상생활이 되지 않을 정도가 돼서야 자녀들이 발견해 수술을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로까지 방치하게 되는 이유는 자녀와 노부모가 염려하는 질환이 서로 다른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힘찬병원에서 자녀 828명, 60세 이상 노부모 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가 부모 건강 중 신경 쓰는 질환과 실제로 부모들이 겪고 있는 괴로운 질환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 것. 실제로 부모들은 본인이 가장 괴로운 질환이 관절염 39%(337명)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허리 26%(224명), 혈압 19%(163명), 당뇨 13%(112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녀가 신경 쓰는 부모님의 질환은 혈압이 29.9%(248명), 당뇨 25.6(212명), 허리 18.8%(156명), 관절이 14%(116명)로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실제로 자녀들은 혈압이나 당뇨와 같이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질환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반해 노부모들은 불편하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이 더 괴로운 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까지 유발

문제는 노인 관절염 환자들이 질환을 방치할 경우 신경질적인 성격변화나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고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거동의 불편함으로 인한 보행장애까지 초래,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힘찬병원이 이번 조사 대상 중 ‘관절염이 가장 괴로운 질환’이라고 답한 60대 이상 노부모 337명에게 ‘관절염으로 인해 가장 괴로운 부분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통증 때문에 매사에 신경질적이 됐다는 응답이 29%(97명)로 가장 많이 나왔으며, 다음으로는 보행장애로 넘어진 적이 있다는 응답이 26%(86명)으로 나타났다. 대인관계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우울증을 경험한 경우는 18%(61명), 거동의 불편함으로 운동부족을 초래, 체중이 늘어난 경우는 16%(53명)로 2차적인 만성질환까지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관절염을 치료하지 않으면 운동부족, 통증에 대한 스트레스로 혈당이나 혈압 조절이 어려워 만성질환을 더 악화시키고 합병증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숨기는 부모님의 관절병, 자녀들이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도 쉽게 발견

이렇게 자신들의 관절병을 숨기는 부모들은 자녀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확인할 수 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고 일어나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이동속도가 느려진 경우 ▲집안에서 이동 시 앉은 채로, 혹은 기어서 다니는 일이 잦아졌을 때 ▲부쩍 이유 없는 신경질이 잦아지고, 우울해 하는 경우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자주 깰 때 ▲다리를 온전히 피거나 구부리지 못하는 경우 ▲무릎에서 ‘뚜두둑’하는 소리가 자주 들릴 때 ▲무의식 중에 ‘아이고, 무릎이야’라는 말을 반복할 때 ▲예전과 달리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진 경우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리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들이다

위와 같은 증상이 3가지 이상 있다면 부모님의 관절염을 의심하고 가까운 전문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정확한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관절염은 초기증상이라면 간단한 보존적 치료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게 되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치료시기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

관절염은 치료시기를 놓치면 무릎연골 손상으로 인해 보행 시 통증이 심해지고, 관절이 붓고 변형돼 다리가 휘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치료기술의 발달로 관절염의 증상에 따라 관절내시경 수술, 연골이식술, 변형 교정술, 인공관절 수술 등 다양한 관절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 중기 정도의 아주 심하지 않은 경우는 정상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네비게이션 인공관절 반치환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과거 80대 이상의 노령이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인공관절 수술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 전후 내과 협진을 통해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고 감염 예방조치, 수술 후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한다면 수술이 가능하다. 단 만성질환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면역력이 저하되고 체력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반드시 내과 전문의가 상주해 수술 전후 조치를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은 “겨울은 관절염 환자들에게 매우 괴로운 계절이다. 추운 겨울에는 관절염의 통증이 심해 밤새 잠을 못 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관절염을 방치하는 것은 자녀들의 무관심과 함께 자꾸만 본인의 질병을 숨기려고만 하는 노부모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치료비용도 절감하고 가족이 화목해지는 길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