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인공관절 수술환자 22% 증가

입력 2010-02-17 14:47
힘찬병원 설문조사 결과, 부모 70% 관절염 숨겨

[쿠키 건강] 관절전문 힘찬병원이 지난해 설 명절 전후 각 일주일간 병원을 찾은 인공관절 수술환자의 통계조사 결과 수술건수가 명절 이후 약 2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염은 다른 계절보다 추운 겨울철에 통증이 극심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고통이 더하다. 또 추운 날씨로 인해 외부출입이 줄어들고 운동부족에 따른 비만 등으로 무릎에 더 큰 하중이 실리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명절기간 동안 이러한 통증에 시달리는 노부모를 지켜 본 자녀들이 수술을 권유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관절염은 하루아침에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대다수 인공관절 수술환자들은 평균 10년 이상 관절염을 앓아왔다. 설문조사 결과 평소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숨기고 지내거나 관절염을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고통을 참고 지낸 부모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60대 이상 부모 337명 중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숨기면서 자녀들에게 괜찮다고 말한 경우는 71%(238명)로 10명 중 7명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과 불편한 거동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져서야 자녀들이 발견해 수술을 권유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관절 걱정, 자녀는 혈압 걱정 최다

이처럼 심각한 상태로까지 방치하게 되는 이유는 자녀와 노부모가 염려하는 질환이 서로 다른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됐다.

힘찬병원에서 자녀 828명, 60세 이상 노부모 86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녀가 부모 건강에 신경 쓰는 질환과 실제로 부모들이 겪고 있는 괴로운 질환이 다른 것으로 나타난 것.

실제로 부모에게 가장 괴로운 질환은 관절염이 39%(337명)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허리 26%(224명), 혈압 19%(163명), 당뇨 13%(112명)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녀가 신경 쓰는 부모님의 질환은 혈압이 29.9%(248명), 당뇨 25.6(212명), 허리 18.8%(156명), 관절이 14%(116명)로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실제 자녀들은 혈압이나 당뇨처럼 치명적 합병증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질환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지만 노부모들은 불편하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을 유발하는 ‘관절염’이 더 괴로운 질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까지 유발

문제는 노인 관절염 환자들의 질환을 방치할 경우 신경질적인 성격변화나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 거동의 불편함으로 보행장애를 초래,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이번 조사대상 중 ‘관절염이 가장 괴로운 질환’이라고 답한 60대 이상 노부모 337명에게 ‘관절염으로 인해 가장 괴로운 부분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통증 때문에 매사에 신경질적이 됐다는 응답이 29%(97명)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보행장애로 넘어진 적이 있다는 응답이 26%(86명)로 나타났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도 쉽게 발견해

자녀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부모의 관절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앉았다 일어날 때 책상이나 선반을 잡고 일어나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이고 이동속도가 느려진 경우 ▲집안에서 이동 시 앉은 채로 또는 기어다니는 일이 잦아졌을 때 ▲이유 없는 신경질이 부쩍 잦아지고 우울해하는 경우 ▲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자주 깰 때 ▲다리를 온전히 펴거나 구부리지 못하는 경우 ▲무릎에서 ‘뚜두둑’하는 소리가 자주 들릴 때 ▲무의식 중에 ‘아이고, 무릎이야’라는 말을 반복할 때 ▲예전과 달리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진 경우 ▲계단을 겁내면서 외출을 꺼리고 움직이기 싫어하는 경우 등이다

위와 같은 증상이 3가지 이상 있다면 부모님의 관절염을 의심하고 가까운 전문병원에서 검진을 통해 정확한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관절염은 초기증상이라면 간단한 보존적 치료로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은 “추운 겨울에는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심해 밤새 잠을 못 자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며 “관절염을 방치하는 것은 자녀들의 무관심과 함께 자꾸 본인의 질병을 숨기려고만 하는 노부모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초기에 보다 적극적인 치료의지를 보이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치료비용도 절감하고 가족이 화목해지는 길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