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류은경 대한여한의사회 회장(자인한방병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해가 짧아져 일찌감치 주변이 어두워지면 퇴근시간이 되기도 전에 빨리 집에 가야할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혼자 집에 있을 유치원생 둘째가 무서워 울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미국에 살았더라면 이웃사람에게 한번쯤은 어린이 학대로 고발을 당하지 않았을까? 늘 일에 쫓겨 ‘내년엔 아이들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자’ 다짐하곤 했는데 어느새 아이들은 다 자라버렸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며 그렇게 세월은 가 버렸다.
다행히 늘 미안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아이들은 오히려 나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돼주었고 우리 모녀·모자간은 사이가 좋은 편이다.
우리의 고령화속도는 세계 어느 나라에 비할 바 없이 빠르다고 한다. 반면 출산율은 1.1%로 세계 최하위다. 저출산율이 이 상태로 지속될 경우 300년 후에는 대한민국의 존립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하니 시급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임신이 어려운 부부에 대한 지원만이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양육에 대한 지원이 불충분한 우리 사회복지제도가 저출산의 근본원인일 것이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이를 낳은 후 양육에 필요한 시간적·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보편화됨에 따라 만혼·노산이 늘어나고 있다. 노산은 20대 초반의 건강한 임산부보다 신체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 임신을 시도하게 된다. 이때 생식능력을 활발하게 해 주는 치료를 초기에 시행하면 상당히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자연임신을 유도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한의치료가 임신율을 높인다는 논문도 이미 나와 있다.
최근 저출산고령화정책국이 정부조직으로 신설돼 정책이나 예산 수립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례로 저소득층 난임환자에게 불임시술비를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데 체외수정시술비가 난임부부에게 지원된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의학은 제외돼 있다.
오래 전부터 회임에는 한의학이 함께 했고 한의학이 산전·후 임산부 건강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에도 정책적 시행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의 훌륭한 문화유산인 한의학을 이용해 국민에게 보다 큰 의료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것이다.
20년 전 산고진통이 시작돼 분만실에 들어가면서 어머님께 불수산 달여 놓은 것 남았으니 가져다 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새삼 새록새록 떠오른다.
[칼럼] “저출산 정책에 한의학 제외, 안타까운 일”
입력 2010-02-17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