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지난해 영화 ‘해운대’와 함께 국내 극장가를 양분했던 ‘국가대표’의 전 출연진들은 촬영 내내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하정우는 오른쪽 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고, 통증이 심해 스키를 손으로 잡을 수도 없었고 촬영이 없을 때에는 깁스를 하고 다닐 정도였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이 됐던 동계올림픽이 곧 시작된다. 영화 속 주인공의 부상은 현실에서는 더욱 생생하다. 피겨스케이트의 김연아 선수는 고질적인 척추, 엉덩관절 부상 때문에 힘들어 했고 쇼트트랙 간판선수인 안현수는 훈련 중 입은 왼쪽 무릎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아 이번 올림픽에 출전조차 하지 못한다. 이 밖에도 많은 선수들이 경기 중 가벼운 염좌부터 골절까지 다양한 관절, 척추, 근육 손상을 입는다.
동계올림픽 기간을 맞아 참가 선수 모두가 부상 없이 경기를 잘 치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 겨울철 스포츠를 즐기는 일반인들 역시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종목별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짚어봤다.
◇피겨 스케이팅 : 허리와 엉덩관절 부상
피겨 여자 싱글 세계 랭킹 1위인 김연아는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김연아는 그동안 허리, 엉덩관절 부상으로 시달려왔다.
피겨스케이팅은 회전, 스파이럴(정지동작으로 주행), 점프 등의 어려운 동작들이 있어 부상이 많다. 한 쪽 다리를 들어 손으로 잡고 회전하거나 쪼그려 앉아 회전할 때 근육이 뒤틀려 허리 염좌와 같은 부상이 발생한다. 한쪽다리를 엉덩이 보다 높이 들고 스파이럴하는 것도 척추뼈가 반대로 완전히 꺾이는 것이기 때문에 허리디스크를 일으킬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자주 엉덩방아를 찧는 것도 엉덩관절 골절이 생기는 원인이다.
김연아 선수는 물론 스케이팅을 즐기는 일반인들은 전문적인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 한다. 스케이트를 타기 전에는 10분 이상 무릎을 굽혔다 펴기, 발목 돌리기 등의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뼈를 유연하게 해야 발목염좌나 무릎연골 손상 등의 부상 위험이 적다. 자주 넘어지는 초보자들의 경우 엉덩이 보호대를 착용하는 것이 좋고, 부딪혀 넘어질 경우 스케이트 날에 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멍이 들었거나 넘어진 다리 쪽의 발목이 시큰하면 냉찜질로 통증을 완화하고, 증상이 심하다면 테이핑을 통해 고정시키는 처치가 필요하다.
◇스키 점프와 스노보드 : 회전근개, 반월상연골 손상 주의
스키 점프는 내리막길을 달려 100미터 이상을 점프하는 경기로 시속 200km의 속도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진다. 빠른 속도에서 넘어지는 경우에는 어깨와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된다. 충격으로 어깨 관절이 제자리를 벗어나는 탈구가 생길 수 있으며 골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어깨를 감싸고 있는 힘줄인 어깨 회전근개가 손상되기도 한다.
회전근개 손상이 발견되면, 우선 어깨를 쉬게 해줘야 하며 근육강화 운동을 포함한 물리치료, 소염제치료 등으로 증상을 완화시켜야 한다. 어깨 힘줄이 파열되면 자연 회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통해 부위를 봉합해 줘야 한다.
일반인들의 경우에는 점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키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 스키의 경우 다리를 단단한 플레이트에 고정하고 운동하기 때문에 넘어질 경우 무릎으로 바닥을 찧는 경우가 잦아 무릎 손상이 많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나 반월상연골 손상 등이다.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무릎이 붓고 덜렁거리는 느낌이 나고, 반월상연골이 손상되면 무릎이 붓고 앉았다 일어날 때 통증이 느껴진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보조기 착용과 근육훈련만으로, 반월상연골은 약물 치료만으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MRI상으로 큰 파열이 보이면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찢어진 부위를 재건하거나 꿰매는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
◇쇼트트랙 : 펜스와 스케이트 날 조심해야
우리나라의 주종목인 쇼트트랙은 둥근 트랙을 돌면서 빨리 들어오는 선수가 이기는 경기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끼리 부딪쳐 발생하는 부상도 많고, 트랙을 돌 때 원심력으로 인해 펜스 바깥쪽으로 미끄러져 다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이었던 안현수 선수는 훈련 중 넘어지면서 펜스에 부딪쳐 왼쪽 무릎뼈가 부러졌다. 펜스와 무릎부터 부딪치면서 무릎 관절 앞부분에 있는 슬개골이 부러졌던 것이다.
쇼트트랙은 스피드를 요하는 경기라 넘어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골절인 경우에는 대개 의사의 손이나 기구 등을 이용해 골절 부위를 잡아당겨 골절을 원상태로 회복시킨 후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 석고 고정을 한다.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스케이팅 초보자들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스케이팅 역시 스케이트 날에 베이거나 부딪치는 사고로 인해 관절 골절 사고가 많다. 스케이트를 타기 전에는 헬멧과 무릎 보호대, 팔꿈치 보호대 등을 반드시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바로병원 정진원 원장>
동계올림픽 개막 코앞, 겨울스포츠 안전하게 즐기기
입력 2010-02-11 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