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프로야구선수 임수혁(전 롯데)이 지난 2000년 야구경기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져 만 10년 동안을 병상에서 식물인간으로 살다 지난 7일 사망했다. 당시 적절한 심폐소생술만 썼어도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의학계의 평가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시행한 ‘2008년 심뇌혈관질환 조사 감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심정지는 1년에 인구 10만명당 40~42명꼴로 발생했다. 우리나라 전체로 환산하면 약 2만명으로 행정구역상 작은 동 하나의 전체인구에 해당하는 많은 숫자다.
문제는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생존 퇴원율은 2.4%로 미국의 8.4%, 일본의 10.2%에 비해 크게 낮았다는 점이다. 보라매병원 응급의학과 정중식 교수(서울의대)는 “이는 일반인들의 심폐소생술에 대한 무지, 자동제세동기와 같은 일반인이 응급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구의 부족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조기신고 ▲기본심폐소생술 ▲제세동 시행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로 이어지는 4가지의 대응 단계가 신속히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야 한다.
◇조기신고=자극에도 반응 없으면 119 신고
심정지 환자를 발견하면 조기에 신고해야 한다. 자극을 주어도 반응이 없는 환자를 발견하면 심정지를 의심하고, 119구급대 등 응급의료서비스에 신속히 연락을 취해야 한다. 이때 호흡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관계없다.
임수혁 선수 경우에는 운동장에서 의식을 잃는 장면을 수많은 사람이 목격하였음에도 그것이 심정지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해 대응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상황을 악화시켰다.
◇심폐소생술=인공호흡, 흉부압박 반복
신고를 한 뒤 119구급대 등 응급의료서비스가 도착할 때까지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심정지의 목격한 비율은 40.1%에 이르지만 일반인에 의한 현장 심폐소생술은 단 1.4%에 그쳤다는 보고가 있다. 임수혁 선수의 경우도 심폐소생술이 운동장에서 즉시 시행했다면 정상적으로 의식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았다.
심폐소생술을 위해서는 ▲쓰러져 있는 환자를 똑바로 눕힌 후 ▲환자의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올린 기도 유지 자세에서 ▲정상적인 호흡이 있는지 여부를 5~10초간 확인하고 ▲정상적인 호흡이 없다면 주변에 있는 누구라도 지체 없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한다.
심폐소생술에는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과 가슴의 정중앙을 1분에 100회의 속도로 강하게 누르는 흉부압박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인공호흡 2회와 흉부 압박 30회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심폐소생술의 표준이다.
최근에는 인공호흡을 생략하고 흉부 압박만을 시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오히려 이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보고까지 있다. 인공호흡을 시행할 수 없거나 심하게 꺼려지는 경우에는 흉부 압박만이라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제세동, 전문가에 의한 심폐소생술
심폐소생술 후에는 최대한 빨리 제세동(심장 전기 충격)을 시행해야 한다.
심정지는 크게 분류하자면 제세동이 정상적인 심박동을 회복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경우와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자동제세동기는 두 경우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자동으로 분석해 판정해준다. 심폐소생술 후 제세동이 도움이 되는 경우로 판정하면 전기 충격 버튼을 누르도록 기계에 내장된 소리로 지시까지 해준다.
하지만 자동제세동기가 아닌 경우에는 일반인은 제세동기 필요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자동제세동기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11월 22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 자동제세동기의 다중이용 설치와 일반인의 자동제세동기 이용에 관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2008년 119구급대 자동제세동기 이용률을 조사한 결과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조치가 끝나면 조기에 의료기관에서 전문가들에 의한 전문소생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정 교수는 “일반인들이 맨손으로 하는 심폐 소생술이 기본소생술로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의의가 있다면 병원에서 의료진이 약물과 장비를 사용해 하는 심폐소생술은 살려놓은 불씨를 활활 타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심박동 회복 후 체온 낮춰줘야
최근에는 심정지 환자의 심박동 회복 후에 12~24시간 동안 체온을 32~34도로 낮추는 치료적 저체온 요법이 권고되고 있다. 저체온법을 실시할 경우 임수혁 선수와 같은 저산소성 뇌손상을 줄일 뿐만 아니라 생존율까지 향상되는 것으로 입증됐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시행되고 있는 비율이 매우 낮다. 정 교수는 “미국심장협회 등 국제적으로 강하게 권고되고 있는 치료인 만큼 이 치료법의 광범위한 시행과 보험 급여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심폐소생술 누구나 할 수 있다
입력 2010-02-11 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