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임수혁 선수, 심폐소생술만 제때 했어도 사망 안해
[쿠키 건강] 지난 2000년 경기 도중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쓰러진 후 10여년 간의 투병 끝에 2월 7일 세상을 떠난 故 임수혁 선수.
공격형 포수의 진가를 보여주며 건장한 체격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그가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쓰러져 뇌사판정을 받은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중년의 병’으로만 알고 있던 심장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쓰러진 직후 심폐소생술만 제대로 했어도 심각한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를 사랑했던 팬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급작스럽게 발생해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심장마비의 예방법과 응급처치법에 대해 알아봤다.
◇심장질환 증가율 서구보다 앞서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 스트레스 강도 증가 등으로 국내에선 수십년 동안 심장질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사망률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가율로만 보면 이미 서구사회를 앞지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며 유병연령대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흔히 ‘중년의 병’으로만 알고 있는 심장질환과 이로 인한 심장마비는 이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뿐 아니라 30대, 나아가 20대에서까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동맥경화 따른 관상동맥질환이 원인
심장질환 중에서도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나 사망에 이르게 되는 심장마비의 80∼90%는 동맥경화에 따른 관상동맥질환이 원인이다.
연간 인구 1000명당 1∼2명(0.1∼0.2%)의 환자가 발생하며 여자에 비해 남자가 4배 정도 많고 기존에 심장병이 있던 환자의 50%이상이 급성심장마비로 사망한다.
이들 환자를 부검하면 80% 이상의 환자에서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심한 동맥경화와 함께 혈소판 응집·출혈·혈전 등의 급성소견이 보인다.
이러한 동맥경화성 심장병 환자에서 돌연사의 직접적 원인은 대부분 부정맥이지만 대동맥류파열, 심장파열, 폐색전증 등으로도 발생한다.
故 임수혁 선수도 당시 심장 부정맥에 의한 발작증세로 쓰러졌으며 급히 병원으로 이송돼 목숨은 살릴 수 있었지만 심폐소생술이 늦은 탓에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무리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난다 해도 전조증상은 있기 마련이다. 심장마비의 진행은 일반적으로 4단계로 나뉜다.
먼저 1단계에서는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수일 또는 수개월 전부터 흉통·호흡곤란·심계항진·피로감 등이 나타나거나 점차 증상이 심해진다. 하지만 25%정도의 환자는 1단계 증상이 전혀 없다가 심장마비가 발생되기도 한다.
2단계에서는 급성증상의 시작으로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직전이나 1시간 이내에 부정맥·저혈압·흉통·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3단계는 부정맥의 발생으로 심장기능은 정지되고 의식은 상실되지만 즉각적 치료로 소생가능한 단계다.
4단계에서는 즉각적 소생술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물학적 사망으로 모든 생체기능이 비가역적으로 중지된다.
◇흉통 등 전조증상 발생 시 즉시 전문의 찾아야
위에서 설명한 1단계 전조증상, 즉 흉통·호흡곤란·피로감 등이 나타날 경우 즉시 심장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 찬바람을 갑자기 쐬고 나면 가슴이 뻐근하다거나 두근거림이 느껴지고 계단 오르기나 운동 시 가슴이 답답하거나 뻐근함을 느낀다거나 또는 취침 시 가슴이 답답해 잠에서 깬 경험이 있다면 심장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또 하나 유심히 살피셔야 하는 것은 가족력이다. 가족이나 형제·친지에서 고콜레스테롤·고혈압·당뇨가 있거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심장질환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한다. 물론 본인이 관련 질환이 있거나 흡연과 함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경우에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심장마비로 인해 미국에서는 매년 30만명 이상 사망하고 있으며 그 원인의 약 80%는 급성심근경색 등의 관상동맥질환이며 10~15%는 비허혈성심근증, 약 5% 정도는 유전적 질환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질환들이 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심실빈맥이나 심실세동 등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다. 이처럼 치명적인 심실빈맥성 부정맥 발생 시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 사망하게 되고 생존하더라도 뇌사상태가 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심장마사지·인공호흡 등 응급조치 중요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를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다. 급성심장마비 환자의 예후는 심폐소생술의 신속성, 원인 부정맥의 종류, 원인질환의 종류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상황 발생 즉시 구조를 요청하고 심장마사지와 인공호흡을 해야 한다.
급성심장마비는 약 2/3가 발생 후 1시간 이내에 사망하기 때문에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사부정맥은 발생 후 1분 안에 치료할 경우 성공률이 80% 이상인데 반해 10분이 지나면 성공률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급성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의 경우 90% 정도가 병원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하고 집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75%에 이르는 만큼 평소 환자 가족은 물론 일반인도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을 익혀둔다면 결정적인 순간에 생명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창연 의약전문기자 chyjo@kmib.co.kr
<도움말 : 고대 구로병원 심혈관센터 박창규 교수>
TIP. 심폐소생술 시행순서
1. 의식확인 - 말을 걸어보고 손을 대보고 어깨를 흔들어 의식을 확인한다.
2. 구조요청 - 한 명을 지정해 구조요청을 하고 119에 신고하도록 한다.
3. 자세교정 - 경추를 보호하며 환자가 하늘을 바라보도록 똑바로 눕힌다.
4. 기도유지 - 머리를 뒤로 기울이고 턱을 들어 올린다.
5. 호흡확인 - 눈으로 보고(가슴 상승 여부) 귀로 듣고(숨소리) 볼로 숨결을 느껴 호흡을 확인한다.(5~10초간)
6. 인공호흡 - 머리를 기울이고 턱을 들어 올린 후 코를 막고 환자 입으로 1초에 한 번씩 2회 호흡을 불어넣는다.
7. 심장압박 - 양쪽 유두 사이를 양손으로 압박한다. 3~5cm 깊이로 수직으로 압박하며 분당 80 ~100회 정도의 속도로 압박한다. 1인 소생술일 때는 매 15회 흉부압박에 연속 2회 구강 대 구강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상황 발생 후 4분 이내에 소생술을 시행해야 효과적이다.
심장마비, 더 이상 ‘중년의 병’ 아니다
입력 2010-02-09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