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쓴 초콜릿이 몸에도 좋다?

입력 2010-02-09 09:05

짙은 색깔의 초콜릿일수록 심장보호 효과 있어

[쿠키 건강] 바야흐로 초콜릿의 계절이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 전국이 초콜릿 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연인들이야 사랑의 표현을 초콜릿으로 해서 좋고, 초콜릿 매장들은 매상을 올려서 좋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은 것 같다.

체중증가에 대한 부담 때문에 초콜릿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하는 많은 다이어트족들도 발렌타인데이가 반갑지 않다. 어쨌든 초콜릿도 먹는 음식인 이상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한 점이 많다.

초콜릿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고 또 이 성분들과 건강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을지병원 가정의학과 권길영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았다.

우선 초콜릿에는 카페인과 설탕, 지방이 가장 많이 들어있다. 이들 성분은 빠른 시간 내에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여 기운을 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초콜릿은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의 영양공급을 위해 제공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움직일 기회가 점점 없어지는 현대인들에게는 초콜릿에 들어있는 고칼로리의 설탕과 지방이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만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초콜릿에는 카카오 열매 성분 함유량이 많고 설탕이 적은 다크 초콜릿과 우유와 설탕을 넣어 부드럽게 만든 밀크 초콜릿이 있다. 다크 초콜릿은 단맛보다는 쓴맛이 많이 나는 것이 특징인데, 최근 이러한 다크초콜릿에 항산화제가 들어 있어 심장을 보호해준다는 연구가 발표돼 관심을 끌고 있다. 여러 식물성 식품에는 항균, 항암,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 플라보노이드가 함유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초콜릿 역시 카카오 플라노볼이라는 식물성 항산화제를 함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초콜릿에는 고혈압 예방성분으로 많이 알려진 카테킨을 녹차보다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네덜란드인들은 카테킨 섭취량 중 55%를 차에서, 20%는 초콜릿에서 섭취한다고 한다.

초콜릿의 항산화제 효과는 주로 설탕이나 우유가 들어있지 않고 카카오 성분을 많이 포함해 식물성 항산화제 성분이 풍부한 초콜릿에서 연구된 경우가 많다.

지난 2006년 1월 ‘영양 대사’지에 실린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딩(Ding) 등의 보고에 의하면 카카오 또는 초콜릿을 연구한 의학 문헌 중 심장질환과 관련된 136개 논문을 분석한 결과, 단기간의 임상시험에서 초콜릿 특히 코코아 플라노볼 성분이 혈압강하, 항염증작용, 혈소판 응집 억제, 저밀도 콜레스테롤 산화 방지 등의 심장 보호 효과를 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코코아 플라보놀은 항산화제 효과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로의 진행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혈소판 응집을 막아 혈관이 막혀 일어나는 심근 경색이나 뇌졸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깨끗한 혈관을 유지하기 위한 혈관 내피세포 기능을 향상시켜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이 연구들이 식품회사에서 십여년간 초콜릿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를 지원한 결과 발표된 바 있으므로 이러한 배경을 감안해 해석해야 하며, 카카오 가공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진 초콜릿에 심장 보호에 충분할 만큼 많은 양의 플라보놀이 들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플라보놀 함량을 표기한 제품도 거의 없고, 임상적인 연구도 아직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단 화이트 초콜릿보다는 밀크 초콜릿이, 그리고 그보다는 다크 초콜릿이 건강을 위해서는 더 나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우선 플라보놀이 많이 함유돼 있는 제품이 우선 나와야 이후 건강에 대한 영향도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권길영 교수는 “최근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기왕이면 쓴 맛의 다크 초콜릿을 먹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다만, 초콜릿을 먹다보면 자꾸 먹고 싶어지는 초콜릿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너무 많은 초콜릿을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초콜릿 중독증은 초콜릿에 들어있는 불포화 N-아실에탄올아민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물질이 중독과 관련된 수용체인 카나비노이드 수용체를 직·간접적으로 활성화 시켜 자꾸 초콜릿을 더 먹고 싶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이 성분은 화이트 초콜릿이나 커피에는 없는 성분으로 어느 정도 양을 먹어야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져 있지 않다.

초콜릿은 와인과 공통점이 많다. 우선, 건강에 좋다 또는 나쁘다는 논쟁이 활발하다는 점, 둘째, 항산화제가 들어있다는 측면에서 심장 보호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 셋째, 너무 많이 마시면 중독이 되거나 살이 찌는 부작용이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