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질환’ 아이·젊은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다?

입력 2010-02-09 07:40

[쿠키 건강] 멀쩡하게 잘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뇌의 기능이 정지돼 ‘억’하고 쓰러지는 뇌졸중(腦卒中) 혹은 중풍(中風)이란 질환은 현재는 보다 정확한 의학용어인 뇌혈관질환이라는 말로서 더 많이 쓰인다.

뇌혈관질환은 문자 그대로 뇌의 혈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여러 질병을 총칭하는 말로서 심혈관질환, 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사망원인의 하나이다.

대체로 환절기나 추운 날씨에 고령에서 많이 발생하며, 치료를 하여 목숨을 구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반신마비, 언어장애, 심한 경우 식물인간)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 뇌혈관질환의 증상= 원인과 발생부위, 심한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흔한 증상은 갑작스러운 두통(평생 경험해 보지 못하던 두통), 구토, 의식의 소실, 마비증상(한쪽 팔이나 다리가 힘이 빠지거나 느낌이 이상해지거나 멋대로 움직이거나 술 취한 것처럼 보행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 등이다.

이밖에도 어지럼증, 시력장애(한쪽이 흐리게 보이거나 커튼을 친 것처럼 캄캄해짐), 언어장애(생각한 대로 말이 안 나오거나 발음이 어둔해 짐) 등의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혈관질환의 증상은 점차적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가장 많은 경우는 이전에 증상이 전혀 없었거나, 있더라도 뚜렷하지 않아 환자나 가족들이 무시하고 지내던 상태에서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뇌혈관질환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위의 증상들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이 갑자기 나타났다면 가능성이 크다. 양쪽 손발이 오랫동안 저려왔다거나, 피곤하면 뒷머리가 뻐근한 것 같은 증상들은 뇌혈관질환의 증상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 뇌혈관질환의 종류= 크게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피가 통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허혈(虛血)성 뇌혈관질환(뇌경색)과 반대로 뇌혈관이 터져서 발생하는 출혈(出血)성 뇌혈관질환으로 크게 구분된다.

출혈이 허혈에 비해서 초기증상이 심하고 병의 진행 속도도 빠르지만 많은 경우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구분이 어렵고, 치료법에서 차이가 나므로 빨리 CT(전산화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해 출혈인지 허혈인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는 허혈성 질환일 때는 증상 발생 후 3~6시간 내에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막힌 혈관은 영구히 뚫릴 수 없다.

◇ 뇌혈관질환 환자 발견 시 응급행동 요령= 뇌혈관질환으로 인해 혈관이 파열되거나 막히게 되면 신속히 응급조치를 받아 사망 및 뇌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혈이 된 경우 갑자기 증가된 뇌압을 낮추거나, 주변 뇌조직의 손상을 치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출혈 예방을 위한 수술을 신속하게 시행해야 하므로 일각도 지체해서는 안된다. 혈관이 막혀서 오는 뇌경색 또한 2~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해야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는 치료가 가능하고, 반신마비 등 후유증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만일 가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입안에 들어있는 음식 등을 제거하여 토사로 인한 질식을 방지하고 호흡을 편하게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의식을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린다든지 심하게 흔들어 깨우는 행동은 오히려 환자에게 해가 되며 손가락을 따거나,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손가락을 딸 경우 통증으로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것은 기도를 막아 질식이나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민간상비약인 우황청심환 등을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먹이는 일은 정말로 위험하다. 119나 구급차로 병원으로 오시는 것이 가장 좋고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의식이 있거나 거동이 가능하다면 빨리 병원 응급실로 와야 한다.

◇ 뇌혈관질환을 예방하는 올바른 생활습관= 추운 날씨에 외출을 삼가하고 혈압관리, 금연, 금주, 정상체중 유지, 운동을 습관화한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을 가지고 있는 고위험군일 때는 40세 이후부터 그렇지 않다면 50세 이후부터 CT, MRI 등을 통한 뇌혈관질환 관련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한양대학교병원 신경외과 이형중 교수>

TIP. 뇌혈관질환에 대한 몇 가지 오해

△아이나 젊은 사람은 걱정할 필요 없다?

소아에서는 모야모야병이, 10~30대에서는 뇌혈관기형이 뇌출혈이나 뇌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학회의 조사에 의하면 고혈압성 뇌출혈 환자의 21.4%가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었으며, 뇌동맥류 환자 역시 40세 미만 환자가 12.7%나 돼 젊은 사람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뇌혈관질환은 유전된다?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혈관기형, 뇌동맥류 등에서는 가족력을 보이므로 부모, 형제자매에서 이러한 뇌혈관질환이 있으면 뇌혈관 건강검진을 통해 미리 찾아 예방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동맥경화에 의한 고혈압성 뇌출혈이나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생활습관질환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흡연, 음주, 과체중을 포함한 위험인자 들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과 치매는 같은 병이다?

뇌졸중과 치매는 다른 병이지만 뇌졸중이 반복적으로 생기면 뇌기능이 전반적으로 감소되어 치매 증상이 유발될 수 있다. 여러 곳의 뇌혈관이 막혀 있거나, 뇌출혈이 뇌의 중요한 부위 혹은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뇌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기능이 마비되어 치매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신체마비증상은 한번 생기면 회복되지 않는다?

뇌조직은 한번 손상되면 재생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기능이 재배치되어 신체마비 현상은 6개월에서 2년에 걸쳐 상당히 회복될 수 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예방적 수술 역시 증상을 70%까지 호전 시켜주며 증상의 회복을 촉진하고 관절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방지하며 근위축에 의한 이차적인 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