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릎 관절엔 고생의 계절

입력 2010-02-08 10:03
최근 5년간 겨울철 무릎통증 환자 4배이상 증가… 스키·보드시 보호대·안전장비 착용해야

[쿠키 건강] #스노보드 마니아 K(36·남)씨. 요즘 어느 누구보다 바쁘다. 1~2주에 한 번씩은 무조건 스키장을 찾는 K씨는 올해도 어김없이 스키장을 찾는다. 그런데 올해 몸이 지난해 같지 않음을 느낀다. 특히 보드를 타는 도중이나 타고 나면 무릎이 많이 아프다. 벌써 두 달은 족히 스키장에 다녔는데, 아직 몸이 덜 풀린 것도 아닐 테고 무릎이 신경 쓰여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이 속상해 정형외과를 찾은 K씨. 그는 의사로부터 퇴행성관절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 지난해 보드 타다가 다친 무릎을 방치한 것이 떠올랐다.#

겨울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은 설원 위를 내달리는 보더나 스키어들이다. 겨울 레포츠가 크게 유행하면서 겨울에 동면을 취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고, 오히려 더 활동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부상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는 만큼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08시즌(2007년 12월~2008년 2월) 161건에 머문 스키장 사고신고 건수가 2009시즌(2008년 12월~2009년 2월)에는 325건으로 101.9%나 늘었다. 특히 그 중에서도 20대가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로 가장 많았다. 부상을 당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지만, 갑작스런 운동으로 관절에 무리가 가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때문에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또한 무릎 통증이 있는 경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젊은 나이에도 퇴행성관절염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겨울 스포츠시 헬멧, 손목보호대, 엉덩이보호대, 무릎보호대등 안전장비 준비는 필수

스노보드나 스키 숙련자들은 물론 초보자들도 온통 시선을 확 끌만한 스키웨어나 장비 구입에 심혈을 기울이지만, 부위별 보호대 착용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미미한 실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초보자들의 경우 반드시 헬멧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흔히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 뒤를 부딪쳐 두통을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엉덩이나 등이 충격을 흡수하지만 머리가 부딪쳤을 때 뇌 손상을 예방하는 데는 헬멧만한 것이 없다.

손목의 경우 스노보드 부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손목보호대를 하지 않으면 손목 골절 또는 삼각연골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엉덩이보호대 역시 착용하는 것이 스키장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자주 넘어지는 초보자들은 꼬리뼈와 엉치뼈를 다칠 수 있어 더욱 주의를 요한다. 또한 무릎의 경우 무릎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잘못 낙상할 경우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될 수 있다. 무릎은 스키어들에게 가장 흔한 부상 부위다. 하체는 스키에 고정된 채 상체만 돌아간 상태로 넘어지기 때문에 무릎의 연골이나 인대 손상이 많다.

◇겨울철 무리한 운동으로 무릎 및 인대 손상 가능성 커, 조기치료가 중요

젊은 사람들의 대다수는 겨울 운동 중 무릎을 다쳐도 통증이 가라앉으면 한 번 삐끗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일쑤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된 인대는 무릎을 받치는 기능을 제대로 못해 부상이 재발되기 쉽다. 지난 5년간 무릎 통증으로 바른세상병원을 찾은 전체 20~30대 겨울철 환자 955명 중 스노보드나 스키 부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38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스키, 스노보드 환자의 경우 2004년 18명에서 2009년 79명으로 4배 이상 환자수가 증가했다. 통증을 방치해 결국 걷기 힘들 정도가 되면 무릎 관절의 내측 측부인대 혹은 전방십자인대의 손상일 수 있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무릎 속에 피가 고이게 되고, 파열된 부위가 부으며 관절이 불안정해져 통증이 심해져 무릎을 구부리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걸을 때 불쾌하고 불안정한 느낌이 든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대표원장은 그러나 “2~3일 정도 지나면 붓기가 빠지고 통증이 가라앉기 때문에 단순 타박상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무릎 연골, 연골판까지 손상돼 퇴행성관절염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행성관절염, 젊은층 환자 비중 높아져… 인공관절 수술하기도

퇴행성관절염은 단순히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과체중이나 외상이 원인이 돼 발병한다. 특히 요즘에는 외상으로 인한 젊은 층의 퇴행성관절염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바른세상병원 내원 환자 중 퇴행성관절염 판정을 받은 20~30대 환자는 32명이었으나 5년간 13배에 달하는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관절염은 주로 체중을 많이 받는 관절, 즉 무릎, 엉덩이, 손목, 발목, 척추 부위 등에 생겨 심한 통증과 운동장애를 나타내며, 장기간 방치할 경우에는 관절의 변형까지 초래하는 가장 흔한 관절 질환이다. 퇴행성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되는데 연골에는 혈관이 없어 한 번 손상되면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는다. 이러한 손상이 반복되면 관절 안으로 여러 물질이 유입, 염증이 생기면서 퇴행성관절염이 발병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휴식과 약물치료, 운동치료 등으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젊은 나이에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서 원장은 “겨울철 운동 중 당한 부상에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다 많다”며 “사고 이후 며칠 이내까지도 통증이 느껴진다면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겨울 스포츠의 즐거움을 만끽하고자 찾은 스키장이 때론 즐겁지만은 않은 스키시즌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안전장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준비운동을 포함한 스키장 내에서의 기본적인 수칙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Tip 1. 스키장 안전수칙- 넘어지는 법부터 배워라!]

◇스키
1.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몸을 약간 돌려 옆으로 넘어지는 것이 좋다.
2. 눈 위에 주저앉은 후에도 계속 아래로 미끄러지므로 팔을 들어 손목이 다치지 않도록 한다.

◇스노보드
1. 앞 쪽으로 넘어질 경우 얼굴을 들고 양팔을 뻗어 가슴부터 전방으로 미끄러진다.
2. 뒤 쪽으로 넘어질 경우 살이 두터운 엉덩이부터 땅에 닿도록 하고 머리나 후두부에 충격을 받지 않도록 턱을 당겨 등을 둥글게 한다.
3. 넘어질 때 반드시 무릎을 굽히고 보드를 눈 표면으로부터 가볍게 들어 올려야 한다.
4. 손가락을 펴는 것보다 주먹을 쥔 채로 넘어지는 것이 좋다.

◇스키+스노보드
1. 미끄러져 정지할 때까지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2. 넘어질 때 손을 뒤로 짚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