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최혁용(서초 함소아한의원 원장)
[쿠키 건강칼럼] 11년 전 함소아한의원을 처음 설립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자연육아나 한방육아를 생소하게 여겼다.
방송·신문·육아잡지 등을 통해 자연주의육아법을 소개하고 잦은 소아질환에 대한 한방치료를 알리는 일은 어찌 보면 한의사 아빠로서 일종의 소명의식 같은 것이었다.
함소아한의원을 설립한 이후 언론에 노출된 내용은 모두 항생제·해열제 없이 한방육아·자연주의육아를 실천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내용의 기사가 나가면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 ‘바로 당신 자식들도 그렇게 키우는가?’였다.
초등학교 고학년 큰아이부터 이제 두 돌이 다 된 넷째 아이에 이르기까지 우리 아이들은 항생제·해열제를 먹어본 적이 없다.
◇항생제·해열제 대신 수분 보충
한번은 잡지에 우리 아이가 40℃에 이르는 고열이었는데도 해열제를 먹이지 않았다고 소개한 적이 있었다. 이를 읽은 엄마들로부터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편집부로 쇄도했고 심지어 소아과 의사들까지 전화해 기사를 정정하라고 했다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다음호에 ‘당시 아이의 고열은 감기 때문이었으며 감기로 인한 발열은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다시 떨어지고 두뇌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해열제를 먹이는 대신 시원하게 속옷만 입혀두고 수분을 보충하며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고 보다 자세한 설명을 싣기도 했다.
◇스스로 병 이겨낼 기회 줘야
대다수 엄마들은 감기에 당연히 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열이나 콧물·기침 등 눈앞의 증상을 없애는데 급급할수록 아이가 병을 스스로 이겨낼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병을 일으키는 사기(邪氣)가 침범했을 때 이와 맞서 싸워 승리하는 과정을 겪을 틈도 없이 외부에서 들어온 지원군, 즉 약물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에는 지원군의 도움으로 적을 빠르고 쉽게 물리쳤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몸의 방어력은 약물의 도움 없이는 어떤 사기와도 싸울 수 없고 당연히 이길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결국 아이의 면역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성장하면서 온갖 잔병치레에 시달리게 된다.
◇환경 생각하는 육아가 한방육아
우리 집에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고집한다. 우선 바디클렌저나 샴푸 등을 쓰지 않는다. 거품이 많이 나는 세정제들은 그만큼 하천이나 바다를 오염시키는 주범이 되기 때문이다.
빨래도 한꺼번에 모았다 하거나 간단한 것은 손빨래해 세탁기 사용도 최대한 줄인다.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일체 외식도 하지 않으며 성장기인 아이들을 제외하고 나 자신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 및 호르몬제를 투여해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일어나는 환경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Stop CO𝟸운동에 동참한다. 내 양복 주머니에는 기후변화센터에서 준 Stop CO𝟸배지가 늘 달려있다.
Stop CO𝟸운동은 일상생활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운동이다. 소소한 것 같지만 운전할 때 급출발·급제동·급정거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코드는 뽑아놓는다. 또 실내 온도는 항상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며 세수나 양치질을 할 때는 반드시 물을 받아서 쓴다.
한방육아는 자연육아이기 때문에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지키는 것 역시 내게는 한방육아다. 한방육아로 키운 우리아이들에게 환경을 생각하는 생활방식을 물려주고 싶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욕심인 셈이다.(*이 글은 도서 ‘세 살 감기 평생건강 좌우한다’(위즈덤 하우스)에서 일부 발췌)
[세 살 감기 평생건강 좌우한다] ⑩ 네 아이 모두 항생제·해열제 없이 키우다
입력 2010-02-08 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