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설은 여느 때와 달리 무척 짧다.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설레임에 설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명절을 두려워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 명절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올해는 특히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해’라는 ‘특수’(?) 때문에 ‘출산’에 대한 부담감도 명절증후군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슴도 답답해 고통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많다. 마음도 불안하고 초조해 잠을 설치기도 한다. 특히 결혼 초년생이거나 시댁과의 갈등이 있는 며느리들은 이런 증세가 더욱 심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며느리의 명절증후군보다 시부모의 명절증후군이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긴 연휴 뒤 공허함은 모두 시부모가 감당해야할 몫이기 때문이다.
명절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자식들이 없는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며칠 전 까지도 아들에 며느리에 손자까지 있던 시끌벅적한 자리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하루 이틀로 끝날 줄 알았던 공허함이 2주 이상 계속 될 경우, 평소보다 소화도 잘 되지 않고, 두통을 호소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정신과 신영민 원장은 “명절 후 고향에 남아있는 부모님의 공허함은 며느리증후군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면서 “출가한 자식들을 목 빠지게 기다려온 명절, 그 시끌벅적한 명절이 끝나면 공허함을 넘어 우울증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신 원장은 “노인의 경우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생활의 리듬이 깨져 공허함으로 시작되는 우울증을 동반할 수 있다. 근거 없는 통증, 생리불순, 피로감, 신체감각 이상, 설사나 변비, 두통, 어지러움, 불감증, 발한, 건강 상태에 대한 과도한 걱정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공허함과 슬픔을 느끼고 쉽게 우는 등의 우울한 기분이 들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등의 기분 상태가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전문의에게 적절한 치료를 받아 만성적 우울증으로의 발전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인 우울증의 발생과 관련된 요인으로는 신체적 질병과 정년퇴직, 이별과 같은 생활사건,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재정적 문제, 교육수준, 인격 등이 있다.
만성 질환 및 기능상실의 정도는 우울증의 정도와 비례하며 환경의 변화로 인한 건강의 악화는 새로운 우울증상을 유발시키는 주요 인자로 작용한다.
우울증 환자는 우울증이 발생하기 전에 심각한 생활사건을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울증과 가장 관련성이 높은 생활사건으로는 친척이나 친구의 죽음, 가족이나 친구와의 다툼, 이별 등이 있다.
노인에게 우울증을 유발시키는 가장 중요한 단일 생활 사건은 이별과 사별이다. 우울한 노인은 최근에 배우자나 자식의 죽음을 경험한 경우가 많고, 이러한 사별을 겪은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도가 높다. 노인의 우울증상은 수 일 동안은 매우 흔하지만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증상이 서서히 감소한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만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짧은 명절, 긴 공허함이 부모님 명절증후군 부른다
입력 2010-02-05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