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진화과정 분석 열쇠
[쿠키 건강] 미국·메릴랜드주 베데스다-미국립난청커뮤니케이션장애연구소(NIDCD) 언어부문 알렌 브라운(Allen Braun) 박사는 음성언어와 제스처(symbolic gesture)는 같은 뇌영역에서 처리된다고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했다.
팬토마임과 엠블렘으로 시험
수화(手話) 대부분이 좌하전두회와 좌상측두회 뒷쪽의 웰니케야(野) 등 음성언어와 동일한 뇌영역에서 처리된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수화는 독자적인 언어와 문법규칙에 따르지만 음성언어와 동일하게 기능하기 때문에 양쪽이 뇌의 같은 영역을 활성시킨다는 것은 전혀 의외는 아니다.
미국 호프스트라대학과 UCSD(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가 공동으로 실시한 이번 연구는 비언어적 제스처(특정 단어와 문구에 변화되지 않고 손이나 신체의 움직만으로 의사소통하는 방법)가 언어를 담당하는 뇌영역에서 처리되는지를 확인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시험에서는 팬토마임과 엠블럼(상징) 2종류의 제스처가 검토됐다. 팬토마임은 병 뚜껑을 여는 등의 동작과 사물을 모방하는 것이고, 엠블렘은 사회적 상호관계 속에서 추상적인 사실을 보일 때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팬토마임보다 정서적인 개념(예컨대 얼굴을 닦는 동작을 취해 ‘여기가 덥다’는 뜻을 전달하거나 입술을 모아 ‘조용히 해라’를 전달하는 등)을 나타낸다.
시험에서는 영어를 사용하는 건강한 자원자 20명(남자 9명, 여자 11명)에게 기능적MRI(fMRI) 속에 누운 상태에서 팬터마임이나 엠블렘 또는 이러한 제스처가 가리키는 말이나 구절을 말해주는 영상을 각각 60건 보여주었다.
이와 동시에 비교를 위해 의미없는 영상(의미없는 제스처나 뇌가 언어로서 분석할 수 없는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도 보여주었다.
그런 다음 각 자극에 대한 뇌의 활성을 측정하여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고 뇌속의 각 영역 간 연락을 검토했다.
뇌속 언어영역이 제스처에도 반응
시험 결과 뇌의 언어영역인 하전두영역과 후측뇌영역이 제스처와 언어를 통해 강하게 활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책임자인 브라운 박사는 “제스처와 음성언어가 다른 계통에서 처리된다면 말로 활성되는 하전영역과 후측두영역과는 다른 부위가 제스처에 의해 활성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반응 부위가 같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오랜기간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의 해독 중추로 알려졌던 뇌영역이 비언어적인 제스처 분석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이러한 뇌영역에서 기호(심볼)의 분석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실시되고 있으며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시작점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현재의 언어학적 분석에서는 후측두영역이 말이나 구절의 창고로서 기능하고 여기에서 하전두회가 가장 적절한 어구를 골라낸다고 생각되고 있다.
이것은 마치 우수한 검색엔진이 가장 적절한 웹사이트를 검색결과 상단에 보여주는 것과 같다.
박사는 “이러한 영역은 어구의 해독에만 한정되지 않고 어구, 제스처, 영상, 음성, 물체 등 입력된 각종 기호에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되며 언어의 진화과정을 해명하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어증 치료에도 도움
NIDCD의 제임스 베티(James F. Battey, Jr) 소장은 “유아에서는 음성언어보다 제스처로 먼저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소아의 언어능력은 유아기에 얻은 제스처의 레퍼토리로 예측할 수 있다. 이번 지견은 언어의 기원에 관해 설득력있는 증거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소아기의 언어능력 발달과정에서 언어와 제스처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박사는 “이번 결과는 사람과 유인원의 공통 조상은 의미가 담긴 제스처로 의사소통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제스처를 처리해 왔던 뇌 영역이 언어 사용에 적합해진 것이라는 오래된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 가설이 옳다면 사람의 언어능력은 고대의 의사소통계의 유물이며 뇌속에서는 언어 뿐만 아니라 제스처도 계속해서 처리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사는 ”제스처와 어구를 처리하는 대뇌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실어증(失語症)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메디칼트리뷴 김준호 기자 jkim30@medical-tribune.co.kr
제스처와 말은 같은 뇌영역서 처리
입력 2010-02-04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