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성장에너지 비축하고 진액 보충할 때

입력 2010-02-03 12:01

<글·고덕재(송도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쿠키 건강칼럼] 입춘(立春)은 글자 뜻 그대로 ‘봄에 들어선다’는 의미를 지니며 24절기 중 첫 번째로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상징한다. 입춘이면 우리 조상들은 겨울 내내 넣어두었던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고, 집안에 쌓인 묵은 먼지를 털어내며 한해 살림의 시작을 준비한다. 하지만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는 옛말처럼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특히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건강관리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겨울동안 추위로 움츠렸던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봄을 맞이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자.

◇입춘, 담백한 음식으로 성장 에너지 비축할 때

한의학에서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응하는 것이 건강하게 사는 비결임을 강조한다. 즉 ‘봄에 씨를 뿌리고(生) 여름에 자라며(長) 가을에 거두어들이고(收) 겨울엔 저장한다(藏)’는 자연의 이치에 따라 인체도 겨울과 초봄에는 여름에 발산될 양기를 거둬 이듬해에 사용하게 될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동불장정(冬不藏精)이면 춘필온병(春必瘟病)’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겨울철에 자연 기운에 순응해 인체의 정기(精氣)를 저장하고 배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이듬해 봄에는 봄의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열을 동반하거나 질환이 발병된다는 뜻이다.

초가 다 타면 불이 꺼지는 것과 같이 몸의 근본이 되는 정기(精氣)가 튼튼해야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 정기(精氣)를 튼튼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精)이라는 글자는 쌀 미(米)와 푸를 청(靑)이 합쳐진 것으로 쌀의 푸른 기운이 인체의 정기를 구성하는 근본이 됨을 의미한다. 아이에게 맵고 자극적인 열성 음식보다는 소화시키기 쉬운 담백한 음식을 주는 것이 정기를 길러내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영양분을 잘 흡수할 수 있도록 소화기를 튼튼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 세끼 규칙적으로 밥 먹기, 인스턴트식품이나 단 음식 절제하기, 과식과 야식 하지 않기, 간식은 제철과일로 먹기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면 된다. 만약 아이가 누런 얼굴색, 입 냄새, 똥냄새, 어지럼증, 방구냄새, 토끼똥, 잦은 두통 등 소화기 장애 증상들을 보인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쓴 야채 & 규칙적인 운동으로 속열 풀고 진액 보충해주기

한의학에서는 폐를 약하고 상하기 쉬운 장부로 설명한다. 그럼에도 호흡기는 외부에 노출돼 외부의 사기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일차적 방어막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은 호흡기 기능이 많이 떨어지고 잦은 감기, 비염, 축농증, 중이염으로 고생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감기(感氣)’는 인체의 정기(精氣)가 외부의 사기(邪氣), 즉 풍(바람), 한(추위), 서(더위), 습(습함), 조(건조), 화(열기) 6가지 기운에 의해 감염돼 손상됐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흔히 ‘찬바람에 의해 병이 난다’고 생각해 조금만 추워지면 아이에게 옷을 몇 겹이나 껴입히고, 열이 많은 고기나 인삼류 등 보양식을 먹이려는 엄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길어진 여름, 겨울에도 반팔을 입는 실내난방환경, 속열을 조장하는 육류와 인스턴트 때문에 아이들은 더욱 양성화되고, 외부의 열기와 만났을 때 맞불을 지르는 것처럼 열기가 커져 병이 될 수 있다.

입춘에는 여름철 무럭무럭 자랄 아이들을 위해 진액을 보충해주는 식단으로 아이들 건강을 챙겨주자. 봄의 향기를 머금은 고들빼기, 씀바귀, 냉이, 달래 등 쓴 맛 나는 야채를 많이 먹이고 인스턴트식품, 고기나 튀긴 음식과 같이 고열량의 음식은 줄여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속열을 발산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실내에서 반팔을 입을 정도로 너무 덥지 않게 지내도록 해주는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