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댁에 보일러 보다 건강부터 챙겨 드리세요”

입력 2010-01-29 11:58
“관절척추, 치료 받아 뭐해?” 당연한 병 인식 30%… 부모님 자주 찾아뵙고 직접 건강 챙겨야

[쿠키 건강] “부모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요즘은 이 말이 어쩜 이렇게 딱 들어 맞을까 싶다. 최악의 폭설과 최저 기온 탓에 젊은 사람들도 견디기 힘든데, 나이 든 부모님은 어떠실까 걱정이 되는 계절이다. 이렇게 추운 날이 길어지면 부모님의 관절이 뻣뻣해져 활동이 어렵고 혈액 순환마저 잘 안 돼 통증 또한 심해지기 때문이다.

‘부모 관절 질환은 자식 질환’이라는 말이 있다. 최근 관절척추 전문 바로병원이 관절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60대 이상 노인 60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현재 가장 불편한 부위?”는 무릎관절 41.9%, 허리 40.1%의 순이었으나 “치료받고 싶은 부위?”는 이 보다 적은 33.9%, 30.6%의 순으로 나타났다. 30%는 치료조차 받지 않았다.

아프지만, 치료는 받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는 혼자 살거나 부부가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80%로 가장 많았는데, 대부분 “시간이 없어서, 혼자 가기 힘들어서, 나이 들어 당연한 병 치료해서 뭐하나? 그냥 살다 가지”하는 생각 때문에 치료를 미루거나 안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비슷한 보건복지가족부 통계도 있다. 복지부가 60세 이상 노인 1만5000여명의 만성질환을 조사한 결과, 관절염, 요통·좌골신경통, 골다공증 등 관절척추 질환의 유병률이 높았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가 인지는 하고 있지만 병원의 의사진단율은 전체의 80% 수준으로 타 질환 대비 낮았다. 인지 유병률-의사진단율은 고혈압 99.4%, 당뇨 99.5%, 위장장애 97.2% 등이었다.

관절 척추질환은 자식들이 병원에 모시고 가거나, 아파도 혼자 가기가 힘들어 못 가는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다. 즉 “자식이 돌봐줘야 하는 질환”이라는 뜻.

이철우 바로병원 원장은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관절염과 요통을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해 치료를 안 하고 고통을 참는 경우가 많다”며 “퇴행성관절염이 초기라면 간단한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지만 치료를 미루면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오고 다리가 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경인년 새해에는 자식된 도리로 부모님께 혹시 관절척추 질환이 있지 않은지 반드시 체크하자.

◇치료시기 늦추면 관절 못 쓸 수도

관절염과 요통 등 관절척추 질환은 노인에게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이지만 치료를 미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위에 언급한 통계로 미뤄 노화의 한 과정으로 생각해 치료의 필요성을 모르거나 자식에게 부담주기 싫어 발병 사실을 숨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관절염과 척추질환은 치료가 늦으면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관절염의 경우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아 연골이 계속 마모되면 조금만 걸어도 통증이 느껴지고 밤이 되면 가만히 있어도 무릎이 욱신거려 고통스럽다. 치료를 방치하다 연골이 닳게 되면, 일어설 때 뼈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나고 관절이 붓고 변형돼 다리가 휘어지기까지 한다.

관절 중에서도 체중이 많이 실리는 무릎이 쉽게 손상된다. 손과 무릎 관절염은 나이가 많고 여성일수록 많으며, 엉덩이 관절염은 남성에게서 많다. 농업, 건축업 등의 육체노동자에게는 팔꿈치 관절염이 많다.

퇴행성관절염은 증상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관절이 부어오르거나 열기가 느껴지는 초기 단계는 2~3일간 안정하고 관절보호대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진다. 그러나 치료가 늦어 연골이 찢어지거나 서로 맞닿게 되면 인공관절로 대체해야 한다. 최근에는 여성용과 활동형 등 환자의 조건에 맞는 인공관절이 개발돼 수술 후 뻗정다리 등의 부작용이 줄었다.

노인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퇴행성 척추질환 중 대표적인 것은 퇴행성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이다. 퇴행성 허리디스크는 오래 앉아 있거나 서있으면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노화된 척추로 인해 자연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미세 현미경 디스크 절제술’ 등의 수술이 필요하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보다 다리가 아픈 게 특징으로 수술이 유일한 방법이다.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척추감압술로 수술한다.

◇부모님 위한 자식의 역할

치료의 필요성을 모르거나 치료를 미루는 노인환자는 자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모님의 행동을 보고, 관절 소리를 듣고, 생활습관을 살피면 관절과 척추에 이상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자녀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부모의 관절·척추 질환을 진단하자.

△평상시 부모님 댁을 자주 찾아뵙는다= 홀로 계신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는 것만큼이나 큰 효도가 있을까. 구부정히 굽었던 허리도 자식 보는 그 순간만큼은 꼿꼿해질 것이다.

부모님 댁에 갈 때 많이들 사가지고 가는 건강보조식품은 말 그대로 보조식품일 뿐 치료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님이 민간요법과 자가치료로 병을 키우지 않도록 하고 증상을 파악한 후 관절척추 전문병원에서 진단받을 수 있도록 모시고 나와야 한다.

부모님이 아프다고 허리나 무릎을 주물러 주는 것도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으로는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근력운동을 권하는 것이 좋다. 조깅이나 자전거타기가 좋다. 가정 내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법도 알려드리자.

벽에서 한 뼘쯤 떨어져 서서 양 손으로 벽을 짚고 민다. 하체는 움직이지 않고 상체만 벽에서 멀어지게 하면 허리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또 골프채나 지팡이를 등 뒤로 해 겨드랑이에 끼고 상체를 천천히 숙이는 방법도 있다. 벽이나 가구에 하체를 지탱하고 스트레칭하면 더 좋다.

△부모님이 하시는 말과 행동을 유심히 보고 듣는다= “허리가 아파 죽겠다” ”다리가 퉁퉁 부었다” ”무릎이 시리다”라는 말을 쉽게 듣는다. “허리가 아프다”는 것은 일단 척추질환이지만 구분이 필요하다. 허리만 아프다면 퇴행성 디스크이지만 일반적으로 척추질환은 증상이 다리까지 이어진다. 다리와 허리가 동시에 아프다면 척추관 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를 의심할 수 있다. 둘 모두 허리보다는 다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가 다리로 통증이 옮겨지면 디스크 내장증이라고 볼 수 있다.

“뼈마디가 시리거나 저리면” 관절염으로 봐야 한다. 요즘처럼 기온이 낮고 날씨가 궂으면 통증은 더 커진다. 무릎이 붓고 비대해지면 관절염이지만 시큰한 통증까지 동반된다면 전슬개낭염일 수 있다.

또 행동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주방에서 일할 때 한쪽 팔꿈치를 싱크대 위에 걸치고 있는다든지, 숟가락을 쉽게 들지 못하면 팔꿈치 관절염과 목 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양반다리로 앉지 못하는 것은 무릎 관절이 마모됐기 때문이며 바로 눕지 못하는 것은 척추의 디스크가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기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도움말·바로병원 이철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