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30~40% 호흡곤란등 합병증, 심하면 성장장애나 사망까지… 성인 감염원 역할, 추가접종 필요
[쿠키 건강] 지난해부터 전세계를 강타한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에 이어 백일해가 새로운 ‘공공의 적’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쉽게 말해 ‘백일해 (pertussis)’란 일반적인 기침이 숨을 내쉴 때 나오는 반면, 숨을 들이마실 때 기침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백일해가 위험한 이유는 숨을 들이 마실 때 기침을 하기 때문에 압력 충돌로 폐손상이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심할 경우 폐렴, 폐출혈, 뇌출혈 등의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예방접종 덕분에 그동안 전무하다시피 했던 백일해 환자가 2000년대 들어 연간 12~13명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다 2009년 66명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백일해 진단 자체가 집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사된 숫자보다 백일해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백일해 진단을 위해서는 혈청검사를 하게 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 검사 자체가 통일이 돼 있지 않고, 백일해 질환 자체를 접해 본 적이 없는 의사의 경우 기침 등의 증상만으로 백일해를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강진한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009년 집계된 백일해 환자의 10배 가량이 백일해를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이 백일해 환자가 증가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일해 바이러스 돌연변이 ▲환경 개선에 비해 생활태도가 뒤따라가지 않았기 때문 ▲진단기술의 진보 ▲건강에 대한 관심의 증가 등을 이유로 꼽고 있다.
강진한 교수는 “백일해균이 혈청이 바뀌는 형식으로 다형화 돼 예방접종 백신균주가 바이러스를 피해가는 균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근 우리나라에서 백일해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이로 인해 예방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980년대 중반 나타났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영유아를 대상으로 백일해 예방접종을 필수예방 접종으로 지정,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2~3년 간격으로 백일해 환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영유아 백일해 예방접종이 백일해 근절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가 됐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1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백일해 백신 추가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영유아를 대상으로 6세까지 5번(기초접종 3번, 추가접종 2번)의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5번의 예방접종으로 길러진 면역력은 8년 동안 유지되고 14세 무렵이 되면 면역력은 감소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11세 무렵에 실시하는 추가접종에 파상풍, 디프테리아 예방백신만 포함돼 있을 뿐 백일해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강 교수는 “앞으로 백일해 환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2007년 식약청 용역과제의 일환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및 성인 만성 기침 환자 273명 중 3.4%가 백일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일해는 청소년이나 성인이 걸리면 심각한 질환이 되지 않는다. 우준희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심한 경우 성인에서 축농증, 폐렴, 부비동염, 중이염, 요실금, 심한 기침으로 인한 늑골 골절 등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2주 동안 기침을 하는 증상을 보이다 별도 치료 없이도 치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생아들이 백일해에 걸렸을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30~40%가 호흡장애 등 합병증에 시달리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사망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백일해로 기침이 지속될 경우 영양실조로 이어져 성장장애가 올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백일해에 걸린 청소년이나 성인이 신생아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 강 교수는 “백일해에 걸린 영유아의 가족을 조사한 결과 40%가 부모, 조부모, 형제 중 한 명 이상이 백일해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적어도 6개월 미만의 영아가 있는 가정이나 기관에서는 백일해 백신을 맞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우 교수는 “11세 때 백일해 추가접종을 받지 않은 성인의 경우 최대한 빨리 추가접종을 하는 게 좋다”며 “특히 당뇨, 암, 장기이식 등 고위험군 성인의 경우는 반드시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유진 기자 uletmesmile@kmib.co.kr
또다른 공적 ‘백일해’가 다가온다
입력 2010-01-29 1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