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건강] 지난 1월21일 유럽식약청(EMEA)는 시부트라민의 사용이 심혈관계 부작용의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최종 판단하고, 유럽내 판매정지를 권고, 의약사에게 처방, 조제를 금지하라는 안전성 서한을 발행했다.
이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2일 시부트라민 제제의 안전성 검토에 착수했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처방 조제를 자제하라’는 의약품 속보를 발행했으며, 조만간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는 28일 자료 발표를 통해 문제가 되고 있는 시부트라민 성분의 비만약이 얼마나 위험한 약인지, 그리고 왜 퇴출 돼야 하는 지를 밝혔다. 이들이 주장을 살펴보자.
◇시부트라민은 얼마나 위험한 약일까?
시부트라민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억제함으로써 뇌속에포만감을 느끼는 중추를 자극해 밥을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가진 약물이다.
이 약물의 혈압상승, 심박수 증가 등의 위험성에 관한 논란은 미국에서 FDA가 약을 승인할 당시부터 계속돼 왔다.
FDA 자료에 따르면 1998년 2월부터 2001년 9월 사이에 시부트라민을 복용하던 환자 약 400명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다. 여기에는 심장 부작용으로 사망한 19명이 포함돼 있으며 2001년 10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8개월 동안 시부트라민 복용자 중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한 환자 30명이 추가됐다.
또한 영국에서 두 명의 사망 사고를 포함해 영국, 프랑스에서 103건의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된 이후, 유럽식약청은 이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했다. ‘SCOUT’라고 불리는 시부트라민의 심혈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련한 임상시험의 결과를 검토한 결과, 시부트라민의 사용이 위약에 비해 심근경색이나 뇌출혈과 같은 중대하고 비치명적인 심혈관계 부작용을 증가시킨다고 결론 내리고, 판매정지를 권고한 것이다.
◇그러면 식약청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을까?
건약은 오래 전부터 시부트라민의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해 주목해 왔다.
지난 2005년 여러 문헌에 따르면 부정맥이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이 시부트라민을 복용했을 경우, 중대한 부작용이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처방전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구입이 가능한 상황이어서 시부트라민 시판후 관리방안이 필요함을 지적하고, 심혈관계 위험이 있는 환자들에 대한 처방 매뉴얼을 마련할 것도 제안했었다.
또한 2007년 7월 미국에서는 시부트라민이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돼 엄격히 관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해 식약청에 문제제기를 했다. 그로부터 2년이 넘도록 식약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 카피약의 허가를 내주는 데만 급급해 제약회사의 비만시장을 성장시키는데 일조했다.
그러다 유럽식약청이 부작용 조사를 통해 판매정지를 권고하자 허겁지겁 안전성 검토에 들어갔으며,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처방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부작용이 문제돼 온 약물에 대해 외국 식약청에서의 임상시험 검토를 통해 판매 정지를 권고하고, 제약사가 유럽에서는 스스로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한 약물에 대해 ‘필요한 경우’라는 애매한 말로써 그 책임을 의약사와 환자에게 전가하려는 식약청의 태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제약회사와 비만학회의 이상한 논리?
이러한 심각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시부트라민을 판매하는 제약사들과 비만학회는 시부트라민의 허가사항에 이미 심혈관계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로 돼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유럽식약청의 임상시험 결과 검토에 따르면 유럽의 허가사항에도 심혈관계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금기로 돼 있었으나, 실제 많은 경우 허가사항에 반해 심혈관 질환 환자들에게 약물이 사용됐고, 치료기간 또한 허가사항에 나온 것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사용돼 허가사항과 약물의 실제 사용이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허가사항에 기재돼있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약물이 안전하게 투약되고 있다는 제약회사와 비만학회의 주장은 너무 순진한 주장이거나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려는 목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제약회사들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부트라민을 시판 금지할 경우 앞으로 비만 치료에 시부트라민 대신 더 위험한 향정신성 비만약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그로 인한 관리가 더더욱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는 비만치료제를 생산하고 있는 제약회사들 스스로 향정신성 비만약의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고백하는 주장이기도 하다.
◇식약청은 안전성 문제된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약 시판 금지해야
식약청은 이번주 전문가들을 소집해 시부트라민의 안전성에 대한 향후 조치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건약은 의약품 허가 이후로부터 지속적으로 안전성이 문제가 되어온 시부트라민의 시판은 금지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식약청은 외국 식약청의 결정을 받아 적기만 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국내의 의약품의 부작용 모니터링에 적극적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약은 현재 시부트라민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는 유럽식약청의 권고처럼 그 약물의 ‘필요성’을 불문하고 빠른 시일내에 의사와 상담해 복용을 중단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만약을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이제 약물을 통해 쉽고도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을 할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 비만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안전한 방법은 소식과 운동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유럽은 금지했는데 한국은 판매중인 비만약
입력 2010-01-28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