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건강 위해선 의사도 건강해야

입력 2010-01-27 10:10
[쿠키 건강] 런던-환자가 아플때 의사가 진찰하지만 그러면 의사가 아프면 누가 진찰할까. 다른 의사가 진찰할까.

캐나다 캘거리대학 진 왈레스(Jean E. Wallace) 교수는 의사는 오랜시간 강도 높은 업무를 보지만 정작 자신의 건강은 우선 순위에서 빠져있다고 Lancet에 발표했다.

교수는 의사의 건강이 나쁘면 환자 치료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특히 의사의 건강은 적절하게 관리돼야할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의사 대부분 ‘건강 안챙겨’

왈레스 교수는 의사의 건강은 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해결해야 할 몇가지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진료 행위는 의사에게 스트레스다. 이는 연구에서도 입증돼 있다. 예컨대 캐나다의사회 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64%는 업무량이 과하다고 느끼며 48%는 지난 1년간 업무량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다른 조사에서는 의사의 초과근무 실태도 밝혀졌다. 의사 대부분은 당직이 아닐 때에도 주당 평균 50~60시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시간 이상 연속 근무를 자주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의사로서는 물론 개인적인 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한다.

예컨대 체력이 소진될 위험이 높고 주사침 사고나 귀가 중 차량사고나 접촉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그리고 16~24시간 연속 근무를 하면 주의력이 떨어져 근무시간이 짧은 의사에 비해 심각한 의료사고를 일으킬 위험이 높아진다.

왈레스 교수는 이러한 초장시간 근무는 매우 일반적이다. 특히 의대 졸업 후 연수기간이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의사 대부분은 자신의 건강에 신경쓰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를 꺼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벵트 아르네츠(Bengt B. Arnetz) 교수(현재 미시간주립 웨인대학)는 의사 자신의 건강에 대한 무관심과 부주의에 대해 Social Science & Medicine에서 언급하고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임상의사는 자신의 건강진단을 게을리하며 치료가 필요한데도 미루는 경향이 있다. 의사세계에서는 만연돼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의사의 18%가 우울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이 중 전문의를 찾는 경우는 25%에 불과하며 실제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2%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호주 연구에 따르면 단골 가정의를 둔 의사는 42%에 불과하며 대부분 단골 의사를 두지 않고 스스로 처방하고 있다.

교수는 “의사들은 서로 돕는 경험이 부족해 문제가 악화되기 쉽다. 의사는 자신이 환자의 입장에 있는게 위화감을 느끼며 도움을 받으면 능력없는 의사로 간주될까봐 우려한다. 그러나 동료나 배우자의 지원을 받는 의사가 건강하다는 사실은 이미 연구에서 입증돼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세를 고찰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의사는 환자와 동료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예컨대 몸상태가 나쁠 때에도 건강한 것처럼 보이려고 한다. “의사의 건강상태는 의사로서 진료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환자 안전성 확보에도 영향

이러한 의사의 건강문제에 대해 대비책을세우는 나라도 있다. 캐나다와 호주, 영국에서는 건강이 나쁘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긴 의사를 발견하여 치료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예방과 건강증진에 주력하는 의료관계 기관도 있지만 어떻게 계발하고 어느정도의 강제력을 둘지, 그리고 효과 측정에 표준이 되는 방법은 없는 상태다.

의사의 건강상태는 의사의 채용과 확보, 직장의 생산성과 효율성, 환자관리와 안전, 의료시스템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의대 수업은 스트레스가 많고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결과 의사의 길을 포기하거나 전문의 자격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환자의 QOL과 안전성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다.

진료 스트레스와 환자 치료의 관련성에 대해 의사의 인식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임상의사의 57%가 “피로와 소모, 수면부족으로 치료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으며, 28%는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나쁜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의사의 50%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환자를 안이하게 치료하거나 정해진 순서를 무시하는 등 표준치료를 지키지 않고 있었다.

또한 40%가 신경질적 반응을, 7%는 사망까지는 아니라도 심각한 잘못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4%는 환자를 사망케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결과는 특히 환자가 사망한다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과로가 원인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수면부족으로 기능부전 상태가 될 위험은 혈중 알코올농도가 높을 때 발생하는 위험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당직에 따른 피로는 외과처치시 수술 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월레스 교수는 “죄책감을 동반하는 과로와 수면부족, 소모 등 나쁜 원인은 스트레스의 악순환을 일으키고 환자진료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사 건강에 대해 개입하면 개선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개입이 환자관리와 의료시스템상의 결과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조사한 연구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아울러 환자에도 어떤 이득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향후 검증할 필요가 있다.

월레스 교수는 “의사가 자신의 건강을 돌보면 결국에는 자신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건강에 신경쓰면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전체적인 행복도 역시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의사를 고용한 병원 역시 생산성이 높아지져 결근과 이직, 채용과 인원보충의 문제가 줄어들어 효율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환자 역시 더 좋은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관련논평에서는 2009년 11월에 타이완에서 열린 ‘2009년세계보건리더 포럼’에서세계의사회(WMA) 다나 핸슨(Dana Hanson) 회장이 강연한 ‘조용한 절망(silent desperation)’에 대해 언급했다.

핸슨 회장은 각 나라의 의사와 정부는 의사가 안고 있는 스트레스와 피로에 좀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피로한 모습이 불명예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불식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환자의 건강과 안전, 의료현장을 지탱하는데는 의사의 건강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환자의 건강과 자신의 건강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의사 대부분은 사명감을 갖고 진료에 전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논평은 의사로서의 책무를 다하려면 의사의 건강을 확보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 양쪽에 가장 중요하다고 결론내리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 메디칼트리뷴 박지영 객원기자 pjy698@medical-tribun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