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불명 요통 대부분 ‘고관절 질환’… 엉덩이 부근 누르면 통증, 사타구니까지 아프면 의심을
[쿠키 건강] #빙판길에 미끄러져 허리가 아프던 직장인 김모(45)씨. 평소에도 종종 통증이 있어 동네 병원을 찾아 검사를 했지만 디스크가 약간 튀어나와 있어 물리치료와 운동을 병행하면 좋아질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에도 호전이 없어 다시 찾은 전문병원에서 허리가 아닌 엉덩이뼈, 즉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짜 허리 통증의 원인은 디스크가 아니었던 것.#
보통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 질환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실제로 허리 질환이 아닌 경우가 많다. 척추·관절 전문 우리들병원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1만7000명의 검사 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약 1%의 환자군은 허리디스크가 아닌 고관절에 이상이 있거나 둘 모두에게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유럽태평양 진단 학술지 2009여름호 논문 게재).
이런 환자들은 같은 허리나 엉치통증을 호소하지만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단순 신경성 통증이나 엄살로 치부되거나 척추디스크 치료만 받기도 한다. 이 경우 병이 호전이 안 되는 것은 물론,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통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게 된다.
우리들병원 관절클리닉 윤경환 소장은 “고관절 질환은 관절 부위를 눌렀을 때 생기는 통증(압통)과 보행 시 주로 사타구니, 엉치 부위가 더 아픈데 비해 척추 디스크 질환은 하지로 내려 뻗치는 듯한 찌릿찌릿한 통증(방사통)이 특징이지만 일반인들이 증세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주로 발견되는 고관절질환은 무혈성괴사가 가장 많고 퇴행성관절염, 이차성 관절염 등도 흔히 발견된다. 특히 혈액순환 이상으로 충분한 영양,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고관절 뼈가 썩는 무혈성 괴사는 과도한 음주가 큰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술을 많이 마시는 중년 이후 남성이 엉치통증이 있다면 반드시 검사해봐야 할 질환이다.
척추질환과 함께 고관절 질환이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된다면, 한가지 질환이 뚜렷한 경우 그 질환을 먼저 치료하고 병의 정도, 환자의 불편함 등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또 고관절 질환만 있을 경우엔 원인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관절주사요법 등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행하고 병의 진행 상태에 따라 내시경을 이용한 시술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질환이 심해질 때는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평소 고관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전거타기, 등산, 스트레칭 등을 통해 고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고, 이미 고관절에 이상이 있다면 먼 거리를 걷거나 오래 서기를 피하고 무거운 것을 들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들병원 관절클리닉 윤경환 소장은 “척추질환과 고관절질환의 증세가 비슷한 점이 많아 보통 의사도 구별하기가 쉽지는 않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정확한 치료계획이 나와 치료를 잘 할 수 있다”며 “아픈데 허리검사를 해봐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 경우, 허리질환으로 생각하고 치료했지만 호전이 없거나 허리 통증은 적지만 엉치나 사타구니까지 통증이 있는 경우 고관절 질환을 의심하고 고관절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
허리가 아프다? “디스크? 아니죠~ 엉덩이관절? 맞습니다”
입력 2010-01-21 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