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빙판길, ‘낙상’주의

입력 2010-01-14 07:58
폭설·한파로 낙상 사고 환자 늘어… 부상 방치하면 심각한 질환 야기 가능성

[쿠키 건강] #서울 상도동에 사는 김모(72) 할머니는 이틀 전 허리 수술을 받았다. 지난 연말에 내린 눈 때문에 큰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동네 슈퍼를 가려고 현관문 앞 계단을 내려오던 김 할머니는 마지막 계단 밑에 있던 빙판을 미처 보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져 대문 앞까지 데굴데굴 굴렀다.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으로 가족들과 병원을 찾은 김 할머니는 척추 뼈가 골절됐다는 진단을 받고 결국 수술을 받았다. #

올 겨울은 그야말로 유난하다. 30cm에 육박하는 폭설이 내리는 것은 기본이고, 폭설이 내리자마자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가 며칠 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빙판 길에 낙상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뼈가 약한 노인들과 어린이들의 낙상 사고는 퇴행성관절염이나 성장판 손상과 같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에 낙상 사고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봤다.

◇뼈가 약한 노인과 여성, 낙상 사고 위험 높아

낙상 사고를 가장 흔하게 당하는 환자는 아무래도 노인, 그 중에서도 여성 노인 환자다. 이는 여성 노인 환자의 대다수에게 경미하게나마 골다공증이 있어 인대와 뼈의 구조가 유달리 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골다공증은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평소 같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가벼운 외상에도 뼈가 부러지는 골절상을 당하고 나서야 골다공증임을 알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더욱이 골밀도나 근육량이 남성에 비해 훨씬 적은 중년 이후의 여성들에게 골다공증 위험은 더 높다. 또한 폐경이 되면 1년에 1%씩 골밀도가 쑥쑥 낮아진다고 하니 여성의 골다공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국내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연령별로 증가하는데 50대가 26.9%, 60대 55.4%, 70대 77.2%로 조사될 만큼 심각하며 같은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5~15배가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낙상 시 가장 많이 손상되는 부위는 ‘손목’

낙상 시 가장 흔한 손상이 바로 손목 골절이다. 대개 미끄러지면서 손을 짚고 넘어져 손을 받쳐 주는 손목 부분의 뼈인 요골의 원위부에 골절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손을 짚고 넘어지는 경우 대개 체중의 2~10배 정도의 힘이 손목에 가해지는데 뼈가 약한 노인과 폐경기 이후의 여성의 경우 골절의 위험이 더 높다. 일단 골절이 발생하게 되면 골절 부위의 변형과 함께 심한 통증이 생기고 붓는다. 손목 골절은 단순한 방사선 검사만으로도 쉽게 진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낙상 후 손목의 이상이 느껴진다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무서운 낙상 사고 부위는 ‘고관절’

반면 양쪽 엉덩이 안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넙적 다리 뼈와 골반 뼈 사이에서 우리의 몸통과 다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고관절은 부상을 입었을 경우 매우 심각한 후유증을 동반한다. 낙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골절이 바로 고관절 부위 골절이기 때문이다. 고관절 골절의 상태가 심한 경우, 영구적으로 움직이지 못한 채 누워 지내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사고 후, 수술을 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골절 치유가 안됨은 물론 수술 후 오랜 재활기간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심하면 수술 후유증과 장애를 남기기도 해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사소한 골절에도 전체 골절의 위험이 있는 부위는 ‘척추’

척추도 낙상 사고 시 많이 부상을 다하는 부위 중 하나다. 특히 낙상으로 인한 척추 부상을 간과하게 되면 심각한 압박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압박골절은 외상으로 인해 척추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지고 납작해져 내려앉는 증상으로 만약 목뼈에 압박골절이 발생하게 되면 음식을 삼키는 것도 어려워지고, 척추 안의 공간을 따라 내려오는 신경인 척수까지도 손상될 위험이 있다.

특히 한 조사에 의하면 척추 압박골절 환자의 경우 전체 87.8%가 여성이고, 70대 환자가 42.7%를 차지했으며, 60대 이후 환자가 전체의 93.9%를 차지해 폐경기 이후의 중년 여성과 노인들에게서 많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이에 정동병원 김창우 원장은 “폐경기 여성과 노인의 경우 뼈가 많이 약해진 상태인 만큼 낙상이나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골절이 올 수 있기 때문에 한 번의 골절은 습관성 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에는 골 시멘트를 이용해 내려앉은 척추 뼈를 다시 복원시켜주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노인들의 경우 회복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전에 부상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레 폭설이 내리고, 갑작스레 한파가 시작된 것처럼 낙상 사고 역시 갑작스럽게 찾아오기 마련이다. 따라서 최선의 예방책은 항상 조심하는 것이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작은 골절에도 오랜 회복 기간과 고통이 수반되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젊은 층 역시 젊음을 과신해 부상을 방치하지 말고, 사소한 부상에도 정확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주호 기자 epi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