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하인 새소설 ‘남자’… 제약-의사 뒷거래 적나라하게 묘사

입력 2010-01-11 08:06

[쿠키 건강] 얼마 전 한 유명 제약회사의 20대 후반 영업사원이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유족들은 제약업계의 리베이트 영업 관행이 원인이라며 보건 당국에 조사를 요청했다.

그동안 관계 당국과 업계의 리베이트 척결 의지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와 의사들과의 고질적인 뒷거래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제약회사들이 연구개발에는 매출액의 5%도 쓰지 않으면서 의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판매관리에는 매출액의 30%가 넘는 돈을 써왔다는 사실은 이러한 뒷거래가 얼마나 고질적으로 그리고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반영하고 있다.

김하인의 신작 소설 ‘남자’는 한 제약회사 영업부장의 삶을 통해 이러한 제약업체의 리베이트 관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의사들에게 온갖 로비와 접대를 하며 굴욕적인 삶을 살아온 주인공 김 부장은 리베이트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며 문제가 되자 회사의 희생양이 되어 모든 책임을 떠안고 해고당한다.

설상가상으로 김 부장은 그동안 잦은 술 접대로 인해 간암말기 진단을 받는다. 그는 그 사실을 가족들이 슬퍼하고 가정경제가 파탄나게 될까 두려워 가족들에게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강원도 깊은 산골로 들어가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는다. -북코스모스 Magazin for Leaders 중-

◇‘대한민국 남자’들의 슬프고도 강한 이야기

김하인의 새 소설 ‘남자’는 대단히 현실적이다. 죽음을 앞둔 어느 사십대 가장의 애달픈 속마음과 추억의 응어리를 거칠면서도 담백하게 그린 이 소설은 낡은 관습과 규칙, 그리고 강퍅한 삶의 틈에서 절박하게 호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소설 ‘남자’는 차라리 뺨이라도 한 대 맞아 이를 핑계 삼아 서럽게 울어버리고 싶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소설 곳곳에 속속들이 녹아든 진정한 애정과 책임, 삶과 죽음에 대한 반추로 단순하면서도 자연스러운 구성과 줄거리는 강력한 힘을 얻는다. 섬세한 감각이 돋보이는 작가 김하인은 이 책이 이 땅에서 가장이자 전사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모든 남자들의 뜨거운 가슴을 열어 보이는 열쇠가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