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치아교정③] 치아 교정 시 치아 꼭 빼야 하나?

입력 2010-01-09 07:58

<글·최은아 대한치과교정학회 공보이사(서울 이바른치과 원장)>

[쿠키 건강칼럼] 교정치료를 위해 내원한 환자의 여러 자료를 검토한 후 “치아를 빼고 교정치료를 하셔야 겠습니다”라는 진단을 하게 되면 으레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이를 안 빼고 교정치료 할 수는 없나요?”, “생니를 빼도 나중에 괜찮나요?” 등이 바로 그 것이다. 교정치료를 위해 자녀의 이를 빼고 갔더니, 시어머니께서 펄쩍 뛰시며 야단을 치는 바람에 아주 곤혹스러웠다고 하시던 보호자분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다.

물론 교정치료를 할 때 항상 치아를 빼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아를 빼야만 제대로 된 교정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첫째 덧니가 심한 경우, 둘째 치아가 앞으로 뻐드러져 입이 나와 보이는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치아가 가지런히 제대로 배열될 만한 공간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부족한 공간을 얻기 위해 적절한 치아, 즉 기능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별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는 치아(주로 작은 어금니)를 골라 발치하는 것이다.

◇무조건 발치?… 교정환자 따라 발치여부 결정해야

어떤 경우라도 치아를 빼지 않고 교정치료를 하는 것을 지상 목표로 삼았던 시절이 있다. 미국 교정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졌던 한 교정의사가 치아를 빼지 않고 교정치료를 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과거 1900년대 초부터 한동안은 발치가 필요한 경우에도 치아를 빼지 않고 무리하게 교정치료를 진행해 교정 치료 전보다 입이 많이 돌출돼 심미성을 손상시키거나 덧니의 재발 또는 잇몸뼈 손상 등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1930년대 이후 치아를 모두 보존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점차 치아의 기능, 안모의 심미성, 치료의 안정성 등을 모두 고려해 가장 최적의 치료계획을 세우게 됐고, 그에 따라 발치가 교정치료 계획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됐다.

얼마 전 영화배우 강혜정씨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발치교정’이라는 용어를 언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발치교정’이라는 것은 어떤 특수한 치료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치아를 빼고 교정치료를 하는 모든 경우’를 지칭하는 보편적 명칭이다.

치아를 빼는 것이 좋으냐 빼지 않는 것이 좋으냐 하는 것은 이제 의미 없는 논쟁이다. 중요한 것은 각 교정 환자의 경우에 맞는 정확한 치료 계획을 세워 가장 이상적인 치료결과를 얻는 것이다. 치아를 빼야할 때 빼지 않거나, 빼지 말아야 할 때 빼는 것이 문제지, 정확한 진단에 의거해 치아를 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입 안에 있는 치아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치아들이 어떻게 기능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