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입력 2010-01-06 11:07

글·김형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내과 교수

[쿠키 건강] 요즘 만나는 사람들마다 온통 신종 플루가 화제다. 세종시나 한·미 FTA 등과 같은 중대한 사안들도 신종 플루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은 한층 더하다. 내가 아픈 것은 참아도 자녀 아픈 것은 참지 못하는 것이 부모라고 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처음에 가졌던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는 많이 덜해진 것 같다. 처음에는 사스나 조류독감에 놀란 가슴이 신종 플루 때문에 덜컥 내려앉았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면 지난해 한참 시끄러웠던 광우병이 도움이 된 면도 있다. 광우병 괴담이 돌았을 때의 공포는 지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나이 어린 여중생이 나도 살고 싶다고 울면서 시위에 나왔을까.

거기에 미국 쇠고기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고 한 어느 가수의 말이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하지만 그 후 광우병에 걸렸다는 사람도, 미국 쇠고기에서 광우병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신종 플루에 대한 국가의 대책이 ‘심각’ 수준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상 정부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고 사람들 또한 처음보다 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오히려 정부의 대책 수준이 낮을 때는 사람들이 신종 플루를 심각하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인 듯하다. 열이 좀 나고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서 죽을 걱정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싶다. 그냥 ‘약 먹고 집에서 며칠 쉬면 그만’이라는 생각들인 것이다.

신종 플루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초창기 신종 플루 때문에 온 국민이 공포에 빠져 시중에서 체온계가 동나고 손 세정제를 살 수 없게 됐을 때도 이웃나라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서는 개인위생에 관한 안내만 있을 뿐 국가나 언론이나 국민이 그렇게 법석을 떨지 않았다.

이러한 혼란은 물론 초기대응에 미숙했던 정부 책임이 크다. 광우병이나 사스로 인해 받았던 충격 때문인지 필요 이상으로 상황을 부풀린 측면이 있다.

언론도 타미플루나 백신이 부족하다는 식의 보도를 반복함으로써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의사들 역시 소수의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병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지 모른 채 우왕좌왕한 면이 있다.

신종 플루와 관련, 아직 상황이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다. 해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건만 이에 대한 대처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제2의 광우병 사태, 제2의 신종 플루 사태가 왔을 때 우리는 또 이렇게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 걱정이 된다.

같은 일에서도 나라에 따라 교훈을 얻는 나라도 있고 얻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우리는 그 중 어느 쪽인지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