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최현(압구정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
첫 감기 건강히 앓고 면역력 키워야
[쿠키 건강칼럼] 필자의 큰아들 영이(40개월)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잔병치레도 적고 건강하다.
사람들은 한의사 아빠가 지어주는 보약 덕분에 튼튼한 줄 알지만 사실 내막은 그렇지 않다. 영이는 그저 첫 감기를 건강히 앓으면서 면역력을 탄탄히 다질 기회를 가졌을 뿐이다.
감기를 잘 앓기 위해서는 엄마나 아빠, 할머니 등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보육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사람이 아이가 앓는 것을 고스란히 다 보면서 보살펴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내에게서 영이가 아프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태어나서 처음 치르는 감기였다. 일단 필자는 금은화, 은교, 형개 등이 들어 있어 아이 증상에 맞는 한방과립제를 먹이고 물을 자주 먹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말을 듣던 아내가 아이의 열이 39℃가 넘어가니 30분이 멀다 하고 전화를 걸어왔다. 아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는 점점 필자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내에게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아이가 아파해도 과립제와 묽은 죽을 먹이면서 상태를 지켜보라고 했다.
아이의 열은 4일 정도 지속된 후 가라앉았다. 영이의 생애 첫 감기는 그렇게 나았다. 그 후에는 영이의 감기앓기가 매우 수월해졌다. 처음에는 필자를 믿지 않았던 아내도 이제는 아이가 감기를 수월하게 앓고 이겨내는 것을 보고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집 건강비법 - 웃음&생강차
영이를 키우는 필자만의 건강 원칙은 아이가 항상 웃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잘 웃는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이 지론이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었을지라도 아이에게는 항상 즐거운 모습을 보여주고 스킨십을 많이 한다.
아이를 목욕시키는 일은 반드시 필자의 몫이다. 아이와 함께 물장구를 치다보면 저절로 웃음이 솟는다. 아이를 목욕시키며 하루 동안 쌓였던 피로를 풀면 스트레스도 사라지고 기분도 좋아진다.
또 하나 건강비법이라면 우리 집 만병통치약 ‘생강차’에 있다. 생강은 성질이 따뜻해 차로 만들어 마시면 배 속을 따뜻하게 해준다.
집에서 앓는 대부분의 급한 병은 열이 나고 땀도 조금 나야 낫는 것들이기 때문에 생강차를 마시고 땀을 빼면 병치레가 수월해진다. 아이의 배앓이, 감기, 설사부터 심지어 필자의 숙취해소까지 모두 생강차가 해결해준다.
◇면역력, 몸속 면역체계 발동으로 얻어져
주변에서 많이 물어오는 것이 ‘한의사는 모든 치료를 한의학적으로만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아이의 건강에 대해서는 양·한방 구분 없이 중요한 의학적 성과들을 모두 받아들여야 좋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필자의 경우 아이에게 거의 모든 예방접종을 실시했다. 생명과 직결되는 것은 어떤 것이든 가장 안정된 방법을 찾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 독감예방접종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독감 예방 접종은 2세 미만의 영유아, 평소 건강하지 못한 7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만 추천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감기를 좀 더 편하게 앓기 위해 접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면역력이란 미리 항체를 얻는다고 획득되지 않는다.
올바른 면역력은 몸속의 면역체계가 건강하게 발동하는 과정 속에서 얻어진다. 따라서 독감예방접종은 아이의 면역력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탯줄을 자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꼈다. 영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려면 소아과학 교과서 외에 어떤 원칙을 가져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 같다.
아이가 보다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은 필자가 한의사가 아닌 아빠로서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이 글은 도서 ‘세 살 감기 평생건강 좌우한다’(위즈덤 하우스)에서 일부 발췌)
[세 살 감기 평생건강 좌우한다] ⑤ 원칙을 지켜 첫 감기를 이겨내다
입력 2010-01-04 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