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모두 야뇨증인 경우 자녀 70% 발생
[쿠키 건강] 어릴 적 이부자리에 지도 꽤나 그려본 어른이라면 키를 뒤집어쓰고 윗집, 아랫집에 소금을 얻으러 다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윗집, 아랫집 어르신은 부지깽이로 키 쓴 머리를 몇 대 때리곤 하셨다. 왜 하필 키를 쓰고 소금을 얻어오게 했을까?
여기에는 단순히 창피함을 줘 오줌 싸는 버릇을 고치려고 했다는 설부터 짠 소금을 많이 먹으면 물을 많이 먹고 오줌을 싼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한 것이라는 설까지 다양하다.
어린이들 중에는 소변을 가릴 나이(만 5세정도)가 됐는데도 자다가 오줌을 싸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뇨증이 있는 어린이들은 꿈속에서 소변을 보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요에 오줌을 쌌다든가, 저녁 때 물이나 음료수를 실컷 먹고는 새벽에 실례를 한 경우 등 이유는 여러 가지다.
흔히 ‘오줌싸개’로 불리는 야뇨증은 환자 자신은 물론 가족에게도 큰 부담을 안겨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키를 쓰고 소금을 얻어 오게 하는 등 아이에게 긴장감을 심어줘 다시 오줌을 싸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지만 당사자인 어린이는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기가 죽게 마련이다.
야뇨증은 소변을 가릴 나이가 지났는데도 자다가 소변을 보는 것으로, 출생시부터 지속되는 원발성 야뇨증과 6개월 이상 야뇨증이 없이 지내다 다시 생긴 속발성 야뇨증으로 나눠볼 수 있다. 또 빈뇨나 급박뇨 같은 배뇨와 관련한 다른 증상을 동반한 다증상성 야뇨증과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 단일 증상성 야뇨증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원발성 야뇨증은 대체로 5세 아동의 15% 정도가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어린이들은 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1년에 약 15%씩 자연적으로 증상이 없어져서 사춘기에 이르게 되면 2~5% 정도의 청소년에게서만 증상이 남아 있다.
야뇨증은 성인에게서도 발견된다. 정확한 조사는 없지만 대략 100명 중 1.5~3명 정도가 야뇨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대부분의 야뇨증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증상이 없어지지만 일부 사람에서는 비교적 장기간 지속돼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받게 된다.
◇ 야뇨증의 원인= 야뇨증의 원인은 과거 정신적인 면이 강조되었지만 근래에는 오히려 야뇨증이 오래 지속됨으로써 정신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야뇨증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소인 △야간 다뇨 △ 방광기능장애 △수면중 각성 장애 △정신 심리적 요인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유전적 원인으로서, 부모 중에 어느 한쪽이 야뇨증이 있었다면 자녀의 40%, 부모 모두에게 야뇨증이 있었다면 70%의 자녀에게서 야뇨증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야간 다뇨증설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이론. 정상인에서는 밤에 소변을 억제하는 항이뇨호르몬(ADH) 분비가 증가하여 야간에는 오줌의 양이 감소하지만 야뇨증 환자는 이러한 호르몬 변화가 없기 때문에 오줌을 싸게 된다는 것. 또 오줌을 모으는 방광용적이 작은 것이나 방광의 과활동성 같은 방광기능장애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수면 장애도 야뇨증의 원인이다. 일본의 한 의학자는 수면 중의 뇌파, 방광내압 그리고 각성의 정도를 동시에 측정하여 그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해 조사한 결과 야뇨증이 있는 아이들과 없는 아이들 사이에서 수면의 형태와 각성의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정신장애나 행동장애가 야뇨증의 원인이라는 설은 부정되는 추세. 야뇨증소아에서 열등감, 창피함, 부정적 자아개념 불안과 우울척도의 증가 등이 정상 소아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지만, 야뇨증의 치료와 함께 대체로 호전되는 경향이기에 야뇨증의 원인이라기보다는 그 결과일 것이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야뇨증의 원인에 대한 이론을 종합해 보면 △야간에 소변량이 정상에 비해 과도하게 증가하고 △야뇨증 환아는 기능적인 방광용적이 정상에 비해 작으며 △방광이 충만되어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점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 야뇨증의 진단과 치료= 야뇨증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서는 소변을 지리는 시간대가 낮인가 밤인가, 얼마나 자주 증세를 보이는가, 다른 배뇨장애나 가족에 야뇨증세를 보였던 사람이 있었는지의 유무, 전에 요로감염을 앓았는지 등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환자에 따라 신체검사와 요검사 복부 촬영 등을 실시하고, 야간의 소변량과 방광용적 측정, 각성 기능 평가 등을 병행한다.
야뇨증은 원인에 대해 많은 이론이 있는 만큼 치료법도 다양한 편이다. 치료시 중요한 점은 △먼저 치료에 대한 반응을 환자와 부모, 그리고 의사가 알 수 있도록 매일 배뇨일지를 기록하고 △저녁식사 후부터 취침 전까지는 음료 섭취 제한 △자기 전에는 꼭 소변을 보도록 하는 것 등이다.
야뇨증 치료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법이 널리 쓰인다.
△행동요법= 환자가 스스로 소변을 볼 수 있도록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으로 알람시계 같은 야뇨 경보기(signal alarm)를 착용케 하는 것이다. 경보기 사용은 대체로 60% 전후의 높은 치료성적을 보여주지만 적어도 6~8주 이상 지속적인 치료를 해야만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다. 어린이와 부모들이 실제로 활용하기에는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많아 초기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때문에 대체로 약물요법을 선호하는 추세다.
△약물요법= 야뇨증 치료를 위한 과거에는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이 사용됐지만, 부작용 등으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주로 데스모프레신이라는 소변양을 줄여주는 약제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낮에 소변이 자주 나오는 빈뇨가 있거나 갑자기 소변을 보아야 하는 급박뇨 등의 증상이 함께 있는 경우에는 옥시부티닌이나 톨테로딘 같은 항콜린제를 병용하기도 한다.
이런 약제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하게 되며 대체로 1~6개월 정도 치료하면 약 70% 정도의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도움말: 강정윤 을지병원 비뇨기과 교수
‘오줌싸개’ 키 쓰고 소금 얻어 고쳐질까?
입력 2010-01-04 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