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고 자연스럽게… MZ 패션은 ‘나다움’

입력 2024-02-18 23:09
닥스 ‘트렌치 인 런던’ 컬렉션 화보. LF 제공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봄이 성큼 다가왔다. 패션업계는 올해 봄·여름(SS) 신상품 콘셉트를 공개하고 있다. 화사한 색상 의류는 물론 캐주얼 의류가 주목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팬데믹 이후 직장인의 출퇴근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계속되는 트렌드다. 외부 활동이 잦아지면서 스포츠웨어 판매량도 늘고 있다. 업계는 출근복으로 입을 수도 있고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멀티아이템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설 연휴가 전년보다 2~3주가량 늦어지면서 연휴를 이용해 봄 신상 의류를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올해 설 연휴 기간 패션 매출이 지난해 대비 2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골프웨어(47.3%) 매출이 크게 뛰었고, 현대백화점 역시 스포츠 카테고리(41.8%) 매출이 늘었다.

백화점 업계는 SS시즌 브랜드 행사에 돌입하며 본격적으로 손님맞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18일 “기후 변화로 야외 활동 시즌이 앞당겨지면서 올해 SS시즌 매출은 일찍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불황으로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 기분 전환을 위한 화사한 색상의 아이템이 인기를 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미(AMI) 모델이 아쿠아마린 컬러의 오버사이즈 핏 코트를 입고 런웨이를 걷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삼성패션연구소는 경제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SS 패션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컬러로 ‘블루’를 선정했다. 블루 컬러는 산들바람을 연상시켜 부드럽고 평온한 안정감을 주고, 맑은 느낌과 함께 생기·활력을 주는 색상이라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이에 맞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의류 브랜드 아미(AMI),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은 블루 컬러를 다채롭게 표현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메종키츠네 모델이 SS시즌 인디고 컬러의 데님 워크웨어 재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패션 플랫폼 W컨셉은 올 SS 시즌 여성복에서 ‘캐주얼웨어’를 주목하고 있다. W컨셉은 자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캐주얼 카테고리 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2023년 4배 늘었다고 밝혔다. W컨셉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내 몸에 편한 패션이 ‘나다움’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캐주얼웨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캐주얼웨어를 주목한 W컨셉의 애슬레저룩. W컨셉 제공

특히 맨투맨·스웻셔츠·후드 티셔츠 카테고리는 크롭, 컷아웃 등 트렌디한 디자인과 브랜드 특유의 감성을 담은 로고·그래픽 디자인을 적용한 상품이 많은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님은 여유로운 핏의 와이드 팬츠 등 상품 라인업이 늘어나면서 편안함과 멋을 동시에 잡는 의류로 자리매김했다.

LF의 영국 클래식 브랜드 닥스(DAKS)는 올해 130주년을 기념해 남성, 여성, 액세서리 통합 컬렉션을 선보였다. 닥스의 본고장인 런던에서 펼쳐지는 브랜드 스토리를 담아 트렌치코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전통적인 영국풍 트렌치코트 디자인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오버핏 디자인과 과감한 핑크 색상, 체크 패턴 등을 적용해 새로워진 스타일링을 제안했다.

LF의 골프 브랜드 ‘더블플래그’는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 골퍼들을 위한 봄 컬렉션을 선보였다. 필드와 일상을 넘나드는 소비자들이 공략 대상이다. 특히 ‘조거팬츠’는 출시 직후 완판에 가까운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대표적인 ‘시티 골프’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낫포너드 ‘그런지 룩’ 트렌드 화보. 무신사 제공

무신사는 3년간의 트렌드 흐름을 분석해 SS 시즌 키워드로 ‘그런지(grunge) 룩’을 선정했다. 먼지·때 등 지저분한 것을 뜻하는 영어단어에서 비롯한 표현으로, 찢어진 청바지, 구멍난 스웨터, 기워 입은 듯한 셔츠 등이 대표적이다. 1990년대 인기 음악 장르였던 ‘그런지 록’의 밴드 뮤지션들이 즐겨 입던 옷이 패션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무신사 검색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8~21일 ‘그런지룩’ 검색량은 직전 동기간과 비교해 45%가량 증가했다. 아이템별로 살펴보면 그런지 니트, 후드, 데님을 주로 찾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슷한 스타일인 ‘데미지 데님’ 검색량도 40% 이상 늘었다. 무신사 관계자는 “색이 바래고 때가 탄 것을 편하고 자연스러운 멋으로 여기는 경향이 젊은 고객층을 중심으로 재조명받고 있다”며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시즌에 특히 데일리룩으로 연출하는 트렌드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