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대권주자 중 누가 우리에게 유리한가’라는 질문에 “바이든이다. 그는 더 많은 경험을 가졌고 더 예측 가능한 구식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는 미국인의 신뢰를 받은 어떤 미국 지도자와도 공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서는 “나는 의사가 아니다. 그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무기력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포함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놓고서는 “심한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그 점을 말해줬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을 더 선호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솔직한 견해를 드러낸 것인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선호를 전략적으로 감춘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제재를 받아왔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며 서방 세계 동맹에 균열을 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 지원을 끊겠다는 취지로 “재선하면 전쟁을 24시간 안에 끝낼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의 재집권이 러시아에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려 왔다. 러시아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의 승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대선 개입’을 이유로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유럽인들이 핵우산으로 보호받는 대가로 더 많은 돈을 내길 원한다”며 “그들의 문제일 뿐이다. 그들이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