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의대생들이 동맹휴학을 예고하며 첫 단체행동에 나섰다. 전공의 역시 협의회장이 사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원광대병원은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한림대 의대 의료정책대응 태스크포스(TF)는 15일 성명문을 내고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의견을 모아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의대생이 집단행동에 나선 건 처음이다. 이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40개 의대 모두 단체행동 필요성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며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날 전국 40개 의대에 휴학 신청을 엄격하게 검토하라는 공문을 발송해 동맹휴학 움직임을 차단하고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휴학을 신청했다고 (대학들이) 무조건 수용하지 말고 따져보라는 것”이라며 “(학교 승인 없이 휴학했을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대학들이 잘 설명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문에는 오는 29일까지 휴학 현황을 보고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휴학 인원을 줄이도록 우회적으로 대학을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가 집단행동을 금지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항의 표시도 나오고 있다. 먼저 전공의 대표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이 공개적으로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박 회장은 SNS를 통해 “주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다”며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는 경우 병원이 수리할 수 없음을 정부가 경고한 만큼 이를 언급하진 않았다. 또 정부의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우려한 듯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달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안타깝다”면서도 “전공의들의 전면적인 파업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광대병원 전공의 126명이 다음 달 16일부로 병원을 그만두겠다며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추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사직서 수리 여부는 병원이 결정한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가시화될 경우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하고, 진료보조(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료공백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PA 간호사는 의사가 해야 하는 간단한 시술 등을 일부 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의사회는 오후 7시부터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증원 철회를 요구했다. 전공의 1년 차 김다인(가명)씨는 “의대 증원 이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사직서를 내고 무단결근했다”며 “내 밥그릇을 위해 나왔다(사직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과 울산, 경남, 제주 등 10개 지역 의사회는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차민주 김용현 기자,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