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가 쏘아올린 ‘XR 기기 경쟁’

입력 2024-02-16 04:03
애플의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출시된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한 소비자가 이 제품을 쓰고 놀라운 듯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스마트폰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던 LG전자가 확장현실(XR) 기기를 차세대 디바이스로 꼽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의 선전은 국내 대표 전자기업들의 XR 시장 진입을 부추기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내년 중 XR 기기 출시를 목표로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비전 프로의 초기 반응이 좋고,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에서도 XR 기기 출시가 관측되는 만큼, 관련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올해 CES 기자간담회에서 “XR 쪽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 파트너십을 통해 XR 사업을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올해 조직개편에서 홈엔터테인먼트(HE) 본부 직속으로 XR 사업 담당을 신설했다. LG전자는 지난 6일부터 XR 디바이스 사업 개발·영업, 상품기획 전문가 채용 공고를 냈다.

애플의 야심작인 비전 프로의 사전 판매 주문량은 20만대 이상으로, 시장 예상치인 6만~8만대를 가뿐히 넘겼다. 업계에선 애플에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도 XR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전 세계 XR 시장 규모가 올해 546억 달러(약 72조7000억원)에서 오는 2026년 1008억 달러(약 134조3000억원)까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전자는 제품 출시가 비전 프로 및 삼성전자 XR 기기보다 늦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드웨어와 운영체제(OS), 콘텐츠 등 모든 요소를 충실히 갖춰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속도보다는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와 협업 중이다. 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도 XR 사업에 함께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디스플레이는 XR 헤드셋에 탑재되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oS·올레도스)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대만 렌즈 제조기업인 ‘AOE 옵트로닉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XR용 광학 부품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의 뼈 아픈 스마트폰 사업 실패 경력은 XR 시대에서 빛을 볼 지도 주목된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XR 기기가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디바이스로 부상하면서 LG전자의 개인용 단말기 사업 노하우가 관련 기술·개발에 녹아들 수 있게 됐다. LG전자는 수년전부터 XR을 내부적으로 육성해야 할 미래 기술로 꼽고, 사업화를 논의해왔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협업해 XR 기기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언팩에서 XR 기기 개발 소식을 공개했다. 업계에선 올 하반기쯤 삼성전자가 XR 기기를 출시할 것으로 예측한다. 업계는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차례로 XR 시장에 뛰어들면 기기값이 차츰 낮아질 것으로 관측한다. 현재 비전프로의 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원)에서 시작한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