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미국의 오랜 앙숙, 쿠바

입력 2024-02-16 04:10

쿠바는 2015년 7월 미국과 국교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미국의 적성국이다. 유엔은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쿠바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지만 미국은 호응하지 않았다. 미국은 쿠바와 국교를 수립한 이듬해인 2016년 6월부터 각종 제재를 복원시켰다. 미국인들의 쿠바 여행과 금융거래는 제한됐고, 제재 대상 쿠바 기업 은 늘어났다. 2019년 9월에는 유엔주재 쿠바 외교관 2명이 추방됐고, 라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공산당 총서기의 미국 입국이 거부당했다.

미국과 쿠바의 오랜 갈등은 1959년 쿠바 혁명이 촉발했다. 쿠바의 권력을 장악한 피델 카스트로는 사회주의 국가를 선언하면서 미국인 소유 기업과 자산을 몰수했다. 발끈한 미국은 1961년 국교를 단절하고 쿠바를 침공했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이 주도한 피그만 작전은 100여 명의 사망자와 1113명의 포로를 남기고 실패했다. 이에 카스트로는 미국의 턱밑을 겨누는 쿠바 기지에 소련 핵미사일의 반입을 시도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단호한 대응에 마음을 바꾼 니키타 흐루쇼프 공산당 서기장이 미사일 선박의 회항을 명령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미국은 보름 동안 핵전쟁의 공포에 떨어야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제재가 해제됐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뒤집었다. 쿠바에서 재산을 몰수당한 미국인들이 쿠바와 거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헬름스-버튼법도 2019년 부활했다. 쿠바에 투자한 EU와 캐나다, 일본 등의 반발로 합작법인 형태 투자는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미국의 제재는 쿠바 무역의 족쇄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쿠바 제재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쿠바가 65년 만에 국교를 재개했지만 미국의 협조가 없이는 양국 관계의 전면적인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 한국은 쿠바와의 국교 재개로 주요 사안마다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전석운 논설위원